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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완 May 29. 2024

마음산책중입니다

흔들려도 괜찮아



바람에 흔날리는 마음을 다 잡을 수 없어서 찬바람이 뼈속 마디마디에 전해지는 것 같았다.

말로 다 하지 못하는 아리움이 이런걸까?

내 몸에 뼈가 얼마나 있는지 알아차리라고 하는걸까?

뼈와 뼈가 만나는 부분이 있다고 나에게 감각을 깨우라고 알려주듯이 온몸이 아려왔다.

너무 정신이 없이 남편이 쓰러지자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

‘이러다 다시 괜찮아 질꺼야. 예전에도 한번 그랬잖아’  이렇게 속으로 말하곤 응급실 남편의 침대 옆에 앉아 하염없이 대기를 하고 있었다.

검사는 계속 이어지고 그러다 다시 대기


그러던중 덩치가 큰 레지던트의사가 내앞으로 저벅저벅 걸어왔다.

“ 저.. 잠시 저와 … ”

“네?”

“저기가서 자세한 말씀 드릴께요.”

갑자기 덜컥 심장이 내려앉았다.

뭐지? 아니.. 괜찮을꺼야.. 속으로 수없이 고개를 도리질을 했다.

의사와 마주앉아 하나씩 꺼내지는 말에 나도 모르게 또르륵 눈물이 떨어졌다.

나의 의도와는 상관도 없이.. 하나.. 둘… 와르륵…

주체할수 없는 눈물이 얼굴에 자꾸 흘러 내렸다.

나에게 말을 하는 의사도 나를 보더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잠시뒤 중환자실로 옮길께요. 자리에서 대기해 주세요”

몇분이 지난뒤 의사는 이말을 남기고 자리를 떠났다.

나는 일어나 응급실 복도로 갔다. 주체할수없이 흐르는 눈물을 멈출수가 없었고 더이상 그곳에 있을수 없었다.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청천벽력이라는게 이렇게 아무 생각없이 그저 나의 통제를 벗어난 눈물만 흐르는 걸까?

흐르는 눈물을 강제로 멈추고 화장실에서 세수를 하고 마스크를 끌어올린후 남편에게 갔다.

“여보.. 이제 중환자실에 가서 여러가지 검사를 더 해야 한대. ”

남편도 나도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남편은 내가 볼까 미안해서 고개를 돌리고 난 남편이 볼까 고개를 돌려 다시 흐르는 눈물을 몰래 닦아냈다.

늦은 저녁이 되서야 남편은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필요한 물건을 급하게 지하에서 사서 다시 중환자실 앞에서 대기를 하고 면회가 된다는 시간까지 문앞에서 핸드폰을 잡고 안절부절 했다.




”00환자보호자님 “

30-40십분이 지나서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물품을 두손에 꼭쥐고 정신없이 뛰어가 문앞에서 온몸에 검사회로를 붙인 남편을 보았다.

다시 아무말없이 눈물이 자꾸 새어나왔다.

입으로 낼수없는 아픔의 눈물이 눈을 뜰 수 없을 만큼 .


집중검사를 며칠하고는 괜찮아지면 일반병실로 옮길수 있다는 말을 듣고 병원에 있을수 없고

급하게 이른아침부터 움직였기에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운전대를 잡고 흐르는 눈물에 신호등이 흐릿하게 보였지만 연실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며

‘아무일 없을꺼야. 아무일 없을꺼야.’ 주문을 외우듯이 울먹였다.

집에돌아온 난 아이들이 걱정할까봐 덤덤히 집을 살피고 다음날 아이들에게 당분간 엄마는 아빠병원과 가게를 다녀와야 하기에

집을 잘 부탁한다고 말을 남기고 남편의 짐을 챙겨 병원으로 갔다.

며칠이 지난후 남편은 다행이 일반 병실로 옮겨졌고 그곳에서 며칠 더 있다 퇴원을 하기로 했다.

퇴원 하기전 석연치 않다는 다른과 전공의 조언에 골수검사를 하기로 하고.



병원에 있는 동안 계속해서 다시 몸이 굳어질까봐 스트레칭과 잠깐의 산책을 같이 했다.

며칠 있던 병원이였지만 난 세상을 다시 살아야 하는 삶의 전환점이 되었다.


후천성 유전자변이 만성골수증식 질환이라는 병명을 마주하며

그래도 내 옆에서 숨을 쉬고 같이 대화를 하며 내가 남편을 위해 해줄수 있는 것이 있다는것이 그저 감사했다.





그렇게…. 5개월이 흘렀다..

아직도 ‘아닐꺼야. 금방 나을꺼야.’ ‘아니 난 모른체 할꺼야’ 라고 속으로 그러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남편의 병과 나의 상황을 아직도 이렇다 확신하진 못하지만 마주하며 하나씩 하나씩 인정하는 연습을 해나가고 있다.


남편을 위해 그동안 먹던 식습관을 모조리 바꾸고 식단도 바꿨다.

야채를 싫어하는 남편은 우리의 의도와 습관에 상관없이 잘못된 복권에 당첨된것에 이렇다 할 말을 하지 않고

“그래도 이만하길 감사하지” 라고 내 앞에선 말을 한다.

그치… 이만하길 감사하지…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인생에 세포가 시리도록 추운 겨울도 있고

 

꽃과 같이 향기나는 계절도 있지만


아무래도 지금의 계절은 쉽게 인정이 되지 않는다..

지금은 그냥 바람불면 바람부는 곳으로 눈이오면 눈이 쌓이도록, 비가오면 비를 맞기도 하는 그런 계절을 마주하기로 했다.

아픔이라는 곳에 머물러 있기보단 아픔의 커다란 돌덩이를 이제는 곁에서 잘 보듬으며 언제나 그렇듯 그곳에 있었구나..

라고 말할수 있는 흔들릴줄 아는 마음이 되어가기로 했다.


수없이 흔들리지만 유연하게 이리저리 흔들리며 행복도 맞이 하고 행복의 향기도 전해주며

지금의 삶에 감사함으로 살아갈수 있는 마음이 된다면

내 마음의 나이테가 더 견고해지고 뿌리깊은 마음의 나무가 될꺼라 믿어 본다.

흐르는 대로, 흔들리는 대로 ,

나를 보는 아이들에게 인생은 흔들려도 괜찮은거라고 몸으로, 삶으로 말해줄수 있는 엄마가 되려한다.

매일아침 모닝페이지에 사각사각 써내려가는 마음의 이야기들을 내가 나에게 들려주며 인생의 계절에 향기로움을 전하는 향기있는 길이 되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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