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상속과 상속등기 문제 해결 솔루션
우리나라에서 해외여행을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된 시기는 1983년입니다. 불과 40년 전의 일로, 그 당시에도 전면적인 자유화는 아니었습니다. 당시에는 200만 원을 1년 이상 예치한 50세 이상의 국민에게만 일 년 동안 유효한 관광 여권을 발급해주었습니다. 해외여행이 전면적으로 허용된 것은 1989년에 이르러서입니다. 이는 88서울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로 얻은 자신감과 국제화에 대한 열망이 해외여행 수요를 증가시켰고, 정부도 이를 받아들였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해외여행을 자유롭게 다니기 시작한 지 겨우 30여 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이제는 외국 여행이 국내 여행만큼이나 흔한 일상이 되었습니다. 더욱이 외국에 기반을 두고 살아가는 것을 특별하게 바라보는 사람도 많지 않습니다. 자연스럽게 가족 중 누군가가 외국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얻는 일도 많이 늘어났습니다. 병역을 피하는 등의 나쁜 의도가 아니라면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하는 일도 크게 문제 되지 않습니다.
다만 가족 중 누군가가 외국 영주권자나 시민권자일 경우, 상속재산을 나눌 때와 같은 상황에서 불편을 겪을 수 있습니다. 외국 국적을 선택하거나 해외에서 생활하는 것은 존중되어야 마땅하지만, 그에 따라 외국인 상속등기 등 상속재산분할 절차가 복잡해지는 상황 역시 받아들여야 합니다. 상속처리 절차는 어쩔 수 없이 국내인을 기준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우리나라처럼 국민 신분에 관한 정보 및 관련 서류를 일률적으로 관리하는 나라가 많지 않아서, 해당 서류를 대체할 만한 서류를 준비하는 일이 간단치 않은 게 사실입니다.
슬하에 2남 2녀를 둔 재덕 씨(75세, 자영업)는 몇 달 전 대장암으로 사망했습니다. 재덕 씨는 시한부 선고를 받은 지 6개월 만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남긴 재산으로는 서울에 있는 상가건물과 예금 2억 원 정도였습니다. 아내는 4년 전 먼저 세상을 떠났고, 94세 노모는 요양병원에서 지내는 중이었습니다. 대학 졸업 후 미국에 터를 잡은 장녀 외에 나머지 자녀들은 모두 국내에서 살고 있습니다. 장녀는 미국인과 결혼하여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상태였습니다.
재덕 씨는 따로 유언장을 쓰거나 공정증서 유언장을 남기지 않았습니다. 처음 발병 사실을 알았을 때 주변 지인들이 권유하기도 했으나, 평소 자녀들 사이가 워낙 좋았던 데다 누구도 차별하고 싶지 않았던 재덕 씨는 끝내 유언에 관해서는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고인의 예상대로 자녀들은 사이좋게 상속재산을 (장녀를 포함해) 공평하게 나누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상가건물을 등기하는 데 있어 미국 시민권자인 장녀는 다른 상속인들과 다른 서류를 준비해야 합니다. 외국인 상속등기가 문제되는 사안입니다.
민법이 정한 상속 순위는 자식 등 직계비속이 1순위, 그다음이 직계존속(부모 등)입니다. 자식이나 부모가 없으면 상속은 형제자매(3순위)에게 이어지고, 형제자매마저 없다면 상속재산은 4촌 이내 방계혈족이 이어받게 됩니다. 앞선 순위 상속인이 있으면 후순위 상속인은 재산을 받을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자식과 부모가 모두 살아있어도 자식만 상속인이 되고 부모는 재산을 이어받지 못한다는 말입니다. 같은 순위 상속인이 여럿이면 촌수가 가까운 사람만(자녀와 손자가 있으면 자녀만) 상속인이 되고, 만약 촌수까지 모두 같다면 상속재산은 모두에게 ‘같은 비율’로 상속됩니다. 사례에서 재덕 씨에게는 2남 2녀 자녀와 어머님만 있었으므로 상속인은 자식들이 됩니다.
유언이 없는 경우 상속재산은 상속인들이 협의를 통해 나누는 게 원칙입니다. 문제는 상속재산분할 협의서를 작성할 때 상속인 인감증명서, 인감도장 등 여러 서류가 필요하다는 점인데요. 사례처럼 미국 시민권자 상속재산분할 절차에는 이를 대체할 만한 다른 서류가 꼭 있어야 합니다. 외국인 상속등기 절차가 까다로운 이유는 바로 이 지점에 있습니다.
외국인 상속등기를 위한 상속재산분할 절차에서 위임장은 중요한 요소입니다. 여기에는 꼭 특정해야 할 중요한 사항이 있는데요. 먼저 그 동포를 위해 상속재산분할 협의를 진행할 (한국 내) 대리인에 관한 인적 정보와 위임사항을 특정해야 합니다. 위임사항은 될 수 있으면 자세하게 적는 게 좋습니다. 상속재산 특정뿐 아니라 각종 서류발급이나 신청 등에 관한 사항도 꼼꼼히 적어야 나중에 대리 권한 등을 둘러싼 다툼이 생기지 않기 때문입니다.
외국인 상속등기 시에는 위임장 외에도 공증문서에 아포스티유 확인을 받아야 한다는 점을 꼭 기억해야 합니다. 아포스티유란 ‘외국 공문서에 대한 인증의 요구를 폐지하는 협약’을 말하는데요. 외교부와 법무부에서 아포스티유 협약 규정에 따라 문서의 관인 또는 서명을 대조하여 확인 및 발급하는 것을 ‘아포스티유 확인’이라고 합니다. 아포스티유 확인서를 받은 우리나라 문서는 한국에 있는 외국공관의 영사 확인 없이 협약 가입국에서 공문서로서 효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겁니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입니다. 아포스티유 확인을 받은 외국문서도 우리나라에서 그 나라가 발급한 공문서 지위를 갖게 되는 겁니다. 참고로 미국, 영국, 일본, 인도, 독일, 프랑스, 호주 등이 아포스티유 협약을 맺은 대표적인 국가입니다. 다만, 미국과 인접한 캐나다는 아포스티유 협약국이 아니란 사실에 주의해야 합니다.
상속인 중 외국 시민권자가 있는 경우 위임장, 서명인증서, (사례에서 장녀가 결혼 후 성이 바뀌었다면) 동일인확인서, 거주확인서를 주변 공증인(Notary Public) 또는 해당국 영사관을 통해 공증받은 후, 아포스티유를 첨부해야 합니다. 요즘은 출장 아포스티유 서비스도 활성화되어 있으므로 조금만 알아보시면 인증과 아포스티유 확인을 받을 수 있습니다.
외국 시민권자로부터 필요한 서류를 받고 나면 국내 대리인은 다른 상속인들과 함께 상속재산분할 협의서를 작성하고 상속예금 등을 정리하게 됩니다. 외국인이 포함된 상속등기에 관한 일련의 과정들은 직접 사건을 처리해본 전문가만이 수월하게 처리할 수 있습니다. 사례와 같이 상속인 중 외국 시민권자가 있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시행착오를 겪지 않고 신속하게 상속재산분할 절차를 마무리하고 싶다면 반드시 전문가 도움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상속 절차를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으며, 상속인들 간의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상속은 단순히 재산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 간의 관계와 신뢰를 시험하는 중요한 순간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법적 절차를 잘 이해하고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통해 가족 간의 화합을 유지할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