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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경수 변호사 Jun 17. 2022

부양, 기여와 유류분반환청구

부양 또는 기여의 대가로 받은 재산에 대해 유류분반환청구가 가능할까?

  유류분이란, 피상속인(상속에서는 재산을 남기고 돌아가신 분을 '피상속인'이라고 합니다)의 재산 중 상속인에게 보장되어야 할 최소한의 몫이라고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우리나라 법은 피상속인의 재산처분의 자유 또는 유언의 자유와 상속인이 될 사람의 기대권의 조화 차원에서 1979. 1. 1.부터 유류분제도를 시행하고 있죠. 그래서 피상속인의 상속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피상속인의 재산 중의 일정 부분을 보장받을 수 있습니다.


  간단히 예를 들어 설명드리자면, 어떤 피상속인에게 아들과 딸이 있고(계산의 편의상 배우자는 없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재산이 100억 원이 있었는데, 재산을 딸에게만 모두 증여를 했다고 해보겠습니다.


   만약 이 분이 아무런 유언을 남기지 않았고, 아들과 딸의 상속분이 조정될 만한 요소(특별수익, 기여분)가 없었다면, 이 재산은 법정상속분대로(두 자녀의 상속분은 동일하므로) 각자 50억 원씩 나누었으면 되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피상속인이 전재산 100억 원을 딸에게만 주었습니다. 그럼 50억 원의 법정상속분을 가진 아들은 재산을 한 푼도 못 받는 상황이 되겠죠. 바로 이때 등장하는 개념이 '유류분'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유류분은 상속인이 최소한도로 보장받아야 하는 재산을 말합니다. 그럼 '최소한의 몫'이 의미가 중요할 텐데요, 법은 자녀가 상속인일 때에는 법정상속분의 절반이라고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사안에서 아들의 유류분은 25억 원이고, 피상속인의 재산 증여로 이 액수를 보장받지 못했으니, 피상속인 사후에 딸을 상대로 25억 원을 반환하라고 할 수 있습니다.


Image by WagnerAnne from Pixabay


  여기까지는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그런데 실제 유류분반환사건에서는 피상속인으로부터 재산을 증여받았다는 이유로 다른 상속인들에게 무조건 유류분을 반환해야 한다면 오히려 큰 문제가 생기는 사례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피상속인과 배우자가 수십 년 동안 혼인생활을 유지하면서 자녀를 같이 양육했고, 재산을 공동으로 형성하였습니다. 다만 재산을 피상속인 명의로 해 두었을 뿐이죠. 그리고 피상속인이 사망하기 전에 배우자와 같이 오랜 기간 살던 집을 배우자에게 증여하였습니다. 앞으로 여생 동안 이 집에서 살아야 하니까요. 그리고 이 집으로 대출을 받아 그 돈으로 생활비를 충당하라는 뜻도 있었습니다. 이러한 사안에서 피상속인의 자녀들이 배우자를 상대로 유류분을 반환하라고 청구를 하였다면 이 배우자는 유류분을 반환해 주어야 할까요?


  형제 중에 막내가 오랜 기간 동안 어머니를 모셨습니다. 다른 형제들은 사실상 어머니를 막내에게 떠넘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몇 년 전부터 투병생활을 하셨는데 막내가 병시중을 다 들고 병원비와 간병비를 모두 부담하였습니다. 어머니는 얼마 되지 않는 재산은 오랜 기간 자신을 돌보아 온 막내가 가져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고, 모든 재산은 막내에게 준다는 내용의 유언 공증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막내가 유언에 따라 재산을 취득하자, 다른 형제들이 유류분을 반환하라고 소송을 하였습니다. 그럼 막내가 유류분을 반환하는 것이 온당할까요?


Image by Thomas Staub from Pixabay


유류분과 특별수익 그리고 기여분의 관계


  유류분반환에서의 이 문제는 아주 중요합니다. 유류분반환이라는 제도가 상속인들 사이의 공평과 형평을 도모하는 데에 그 취지가 있는데, 유류분을 반환하는 것이 오히려 부당해 보이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대법원 판례는 유류분반환청구 소송에서는 기여분을 주장할 수 없다는 것이 확고한 입장이었습니다.


기여분은 상속재산분할의 전제 문제로서의 성격을 가지는 것으로서, 상속인들의 상속분을 일정 부분 보장하기 위하여 피상속인의 재산처분의 자유를 제한하는 유류분과는 서로 관계가 없다. 따라서 공동상속인 중에 상당한 기간 동거·간호 그 밖의 방법으로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하거나 피상속인의 재산의 유지 또는 증가에 특별히 기여한 사람이 있을지라도 공동상속인의 협의 또는 가정법원의 심판으로 기여분이 결정되지 않은 이상 유류분반환청구소송에서 기여분을 주장할 수 없음은 물론이거니와, 설령 공동상속인의 협의 또는 가정법원의 심판으로 기여분이 결정되었다고 하더라도 유류분을 산정함에 있어 기여분을 공제할 수 없고, 기여분으로 유류분에 부족이 생겼다고 하여 기여분에 대하여 반환을 청구할 수도 없다.
(대법원 2015. 10. 29. 선고 2013다60753 판결)


  즉, 피상속인에게 기여가 있어서 재산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유류분반환청구 소송에서는 이를 주장할 수 없다는 것처럼 실무상 해석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의 대법원 판례가 위 2013다60753 판결을 전원합의체 판결로 폐기하지는 않았지만 지금과는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다음의 2022. 3. 17.자 대법원 판결을 보시죠.

피상속인으로부터 생전 증여를 받은 상속인이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하였거나 피상속인의 재산의 유지 또는 증가에 특별히 기여하였고, 피상속인의 생전 증여에 상속인의 위와 같은 특별한 부양 내지 기여에 대한 대가의 의미가 포함되어 있는 경우와 같이 상속인이 증여받은 재산을 상속분의 선급으로 취급한다면 오히려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실질적인 형평을 해치는 결과가 초래되는 경우에는 그러한 한도 내에서 생전 증여를 특별수익에서 제외할 수 있다.
(대법원 2022. 3. 17. 선고 2021다230083, 230090 판결)


  사실 위 대법원 판례가 유류분반환청구소송에서는 기여분을 주장할 수 없다는 기존의 판례와 기술적으로 배치되지는 않습니다. 최근의 대법원 판례는 피상속인으로부터 받았던 재산을 특별수익으로 보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피상속인의 전체 재산에 기여분이 얼마 정도 있다는 말과 피상속인으로부터 받은 재산이 유류분반환의 대상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은 분명히 의미가 다릅니다.


  하지만 최근의 대법원 판례는 유류분반환청구소송에서 기여분 항변이 가능한 것과 같은 결과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Image by pasja1000 from Pixabay


  따라서 앞으로 대부분의 유류분반환청구소송에서는 소송을 당한 피고는 이 증여가 상속인의 특별한 부양 내지 기여에 대한 대가의 의미가 있다고 주장을 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반면에 소송의 원고는 피상속인의 피고에 대한 증여가 특별한 부양 내지는 기여에 대한 대가와는 상관이 없다고 주장을 하여야겠죠.


  결과적으로 유류분반환청구소송의 결론을 예측하기가 과거보다 더 어려워졌습니다. 변수가 하나 더 늘었으니까요. 이제 이 소송을 많이 경험해 본 상속전문변호사의 경험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때가 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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