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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경수 변호사 Dec 15. 2022

유류분청구 언제까지 가능할까?

유류분반환청구와 소멸시효

  유류분(遺留分)이라 함은, '상속재산 중 상속인에게 유보되는 최소한도의 몫'이라고 합니다. 쉽게 말해 내가 어머니의 자식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어머니 재산 중에 일정 부분은 반드시 보장받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당연히 아버지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아버지의 자녀이기 때문에 난 아버지의 재산 중 일부를 보장받아야 하죠.


  이 유류분은 관점에 따라 평가가 정반대로 나뉘는, 정말 몇 안되는 법적 개념입니다.

  아버지 또는 어머니로부터 재산을 미리 받은 사람은, 아버지, 어머니한테서 받은 재산인데 왜 다른 형제들과 나누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할 수 있고, 재산을 주시는 아버지 또는 어머니 역시 내가 내 마음대로 재산을 주는데 왜 다른 자녀들이 나중에 이의를 하는 것인가라고 불만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반면에 재산상속과정에서 소외된 자녀들은, 아무리 그래도 같은 자식인데 누구는 엄청난 재산을 독차지하고 누구는 아예 재산을 못받는 게 말이 되는가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이 유류분제도는 이러한 갈등을 일부 조정한 제도라고 보시면 정확합니다. 재산을 주시는 분의 자유와 장래에 상속을 받을 사람의 기대권을 절충한 것이죠. 구체적으로는 부모님의 재산을 주시거나(증여) 유언을 남기신 것(유증) 자체의 효력은 인정하되, 이분이 돌아가시고 나서 유류분반환청구가 있을 경우 증여 또는 유증의 효력의 일부를 취소하는 것입니다. 이런 방식으로 상속에서 소외된 상속인이 보장받아야 할 최소한도의 재산을 충족시켜주는 것이죠.


  사실 이러한 방식으로 상속관계의 불평등을 사후적 조정하는 방식은 법적안정성에 꽤 큰 충격을 줍니다. 기존에 유효하게 이루어졌던 증여와 유증이 사후적으로 일부 취소되는 효과를 가져오니까요. 그리고 공동상속인 또는 악의의 수증자에게 이루어진 증여는 1979. 1.이후에 이루어진 것이라면 모두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사안에 따라서는 지금으로부터 40년 전에 이루어진 증여재산도 반환대상이 되죠. 40년 전에 있었던 증여가 일부 취소될 수 있으니 이 유류분반환은 매우 강력한 효과를 가진 것입니다.


Image by ksohcaesar from Pixabay


  그런데 법에서는 어떠한 제도나 개념의 효과가 매우 강력할 경우, 이를 상쇄하여 균형을 맞추는 일정한 안전장치를 둡니다. 그 안정장치가 소멸시효입니다.


  '소멸시효'라고 많이 들어보셨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뉴스에서 많이 보시는 '공소시효'랑 비슷한 개념이라고 보면 됩니다.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아무리 억울해도 더 이상 권리를 행사할 수가 없습니다. 이 기간을 소멸시효라고 합니다.


  아래의 내용은 민법의 유류분반환청구권 소멸시효에 관한 규정입니다.


제1117조(소멸시효) 반환의 청구권은 유류분권리자가 상속의 개시와 반환하여야 할 증여 또는 유증을 한 사실을 안 때로부터 1년내에 하지 아니하면 시효에 의하여 소멸한다. 상속이 개시한 때로부터 10년을 경과한 때도 같다. 

  

  위 민법 규정은 유류분반환청구권이 두 가지 시효에 걸린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10년의 장기소멸시효이고 다른 하나는 1년의 단기소멸시효죠. 먼저 알아두실 것은, 이 두 가지 종류의 시효기간 중 어느 하나라도 지나버리면, 다른 시효기간이 남아 있다고 하더라도 권리가 소멸한다는 사실입니다.


Image by Jaesung An from Pixabay


  먼저 10년의 장기소멸시효입니다.


  피상속인, 그러니까 재산을 주시고 돌아가신 분이 사망한 날로부터 10년이 지나면 유류분반환청구권은 시효로 소멸합니다.


  가령, 아버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큰 형에게 거의 모든 재산을 주셨고, 2010년에 돌아가셨다고 한다면, 돌아가신 날로부터 지금은 10년이 지난 상태이므로 다른 형제들은 큰 형을 상대로 유류분반환청구를 할 수 없습니다.


  큰 형이 언젠가는 재산을 알아서 적당히 챙겨주겠지라고 막연히 믿었다거나, 설령 큰 형에게 큰 재산이 증여됐다는 사실을 최근에 알았다고 하더라도 결론이 달라지지 않습니다.


  지금 아버님이 돌아가신 날로부터 10년이 지났으니까요.


  다만, 큰 형이 아버지 돌아가신 날로부터 10년이 지난 시점에서 동생들에게 유류분으로 재산을 주겠다고 했다면 법률적으로 시효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보아 이때는 유류분반환청구가 가능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순순히 재산을 반환해주겠다는 큰 형이 얼마나 많을까요.


Image by Andrys Stienstra from Pixabay


  다음은 1년의 단기소멸시효입니다. 이 부분이 좀 어렵습니다. 먼저 대법원 판례부터 보시죠.


민법 제1117조가 규정하는 유류분반환청구권의 단기소멸시효기간의 기산점인 ‘유류분권리자가 상속의 개시와 반환하여야 할 증여 또는 유증을 한 사실을 안 때’는 유류분권리자가 상속이 개시되었다는 사실과 증여 또는 유증이 있었다는 사실 및 그것이 반환하여야 할 것임을 안 때를 뜻한다.
(대법원 2006. 11. 10. 선고 2006다46346 판결)


  먼저 단기소멸시효는 재산을 주신 분이 아직 살아계실 때에는 계산할 수 없습니다. 단기소멸시효를 계산하는 날은 피상속인의 사망사실을 안 날 이후가 되니까요.


  그래서 아버님이 큰 형에게 재산을 주신 사실을 안 날로부터 1년이 지났어도 아직 아버님이 생존해 계신다면 이 단기소멸시효는 전혀 문제되지 않습니다. 설령 아버님이 지금으로부터 10년, 20년이 지난 시점에 돌아가신다고 해도 유류분소송을 할 수 있습니다. 돌아가신 날로부터 1년 안에 소송을 하면 됩니다.


  또 아버님이 돌아가셨을 당시에 큰 형에게 큰 재산이 넘어간 사실을 모를 수 있습니다. 이후 어떤 이유가 되었든, 아버지 돌아가신 이후에 큰 형이 재산을 많이 증여받은 사실을 알았을 때에는 그 날로부터 1년 안에 소송을 시작하면 됩니다.


  다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야 큰 형에게 큰 재산이 증여되었다는 사실을 알았는데 그 시점이 이미 아버지가 돌아가신지 10년이 넘은 시점이라면 이때는 유류분반환청구를 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위에서 말씀드린 대로, 10년의 장기소멸시효가 지났기 때문입니다.


Image by Jill Wellington from Pixabay


  유류분반환청구소송에서 소멸시효가 주요한 쟁점이 된다고 했을 때, 거의 100% 단기소멸시효에 관련한 사건입니다. 장기소멸시효 10년이 지났는지는 달력으로 바로 확인이 가능하니까요. 그런데 단기소멸시효를 계산할 때 '유류분침해 사실을 안 날'을 언제로 할 것인지는 사안마다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단기소멸시효가 이 소송에서 정말 중요한 쟁점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실무상 이러한 단기소멸시효가 소송의 주요한 쟁점이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대부분의 경우 피상속인이 사망한 날로부터 1년이 지나기 전에 유류분소송을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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