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뮤인 Mar 06. 2022

지하철 역 국보

기마인물형 도기


외출할 때 지하철보다는 버스를 훨씬 좋아한다. 

오로지 앞사람만을 보고 가는 지하철보다 이것저것 볼거리가 많은 지상 교통수단이 답답함을 덜 느끼기 때문이다. 게다가 요즘 같은 코로나 시기에는 덜 붐비는 듯하여 버스를 더 선호하게 된다. 



하지만 시간을 꼭 맞춰야 하는 약속이 있을 때는 지하철을 타게 되는데 지하철 역사가 참 다양해졌음을 느낀다. 전시관이 마련된 곳도 있고, 도서관이 있는 곳도 있고 물론 지금은 다 폐쇄되었지만 앉아서 쉴 수 있는 쉼터 공간이 준비되어 있는 역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는 창덕궁 연경당으로 들어가는 길에 있는 것과 똑같이 만들어 놓은 불로문(不老門)이 있고, 시민을 위한 문화공간 메트로 미술관이 있다.

경복궁역 승강장 

개찰구를 통과하여 내려가면 승강장 앞 뒤에 커다란 조각상을 볼 수가 있는데 바로 우리나라 국보 기마인물형 토기를 본떠 만든 석조물이다. 이 기마인물형 토기말 탄 사람 모양 토기라고도 하는데 우리에게 아주 친숙한 유물 중 하나로 교과서에도 실려있고 1980년대 사용되었던 우표에서도 볼 수 있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발굴되었나?


이 유물은 발굴과 도굴이 많이 이루어지던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에 의해 발굴되었다.

경주시 노동동 주택 사이에 있으면서 129호라는 번호로 불리던 이 무덤은 신라시대의 무덤으로 1924년 발굴 당시 방울이 달린 금관이 발굴되면서 방울 령(鈴)을 넣어 금령총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방울이 달린 이 금관은 크기가 작아서 아마도 어린 왕족의 무덤이 아니었을까 추측한다. 바로 이 어린 왕족의 무덤에서 발굴된 또 다른 유물이 이 기마인물형 도기이다.   


   

갑자기 토기에서 도기로 부르기?


우리는 교과서에서 빗살무늬토기라는 이름으로 많이 배웠지만 사실 우리나라 역사상 토기라는 말을 사용한 흔적이 없다. 일제강점기를 지나면서 서양의 분류법이 들어와 토기, 도기, 석기 등으로 나뉘었으니 오히려 우리 같은 일반인들에게는 이해하기가 더 어렵게 느껴진다. 예부터 사용한 도자기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도기와 자기로 나누었으니 도토를 이용하면 도기, 자토를 이용하면 자기라 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하시는 교수님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감하며 짧은 시일 안에 도기로 통일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도기라는 표현을 쓰려고 한다.      


어찌 되었던 이 기마인물형 도기는 사람이 말을 타고 있는 형태로 쌍으로 발굴되었다. 찬찬히 살펴보자면 모자를 쓰고 갑옷 같은 바지와 장식이 있는 윗도리를 갖추어 입은 사람이 말안장, 띠고리, 드리개와 말다래까지 갖춘 말에 올라탄 모양으로 사람이나 말이나 격식을 잘 갖추었음을 알 수 있다. 그 바로 앞에서 발굴된 또 다른 유물은 상투를 틀어 올린 머리에 웃옷을 입지 않은 모습 그리고 훨씬 단출하게 말장 식이 표현되었으니 학자들은 이 한 쌍의 유물을 하인과 주인으로 분류하고 있다. 다만 하인상의 오른손에는 커다란 방울을 들고 있어 어려서 죽음을 맞이한 어린 왕자가 홀로 가기 외로울까 방울을 흔들며 주인님을 저 세상으로 안내하는 모습으로 해석한다.     

 

기마인물형 도기 국립중앙박물관


이 유물은 그저 사람과 말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 아니라 숨은 기능이 있다. 말 엉덩이 윗부분에 깔때기처럼 생긴 구멍이 있고 말 가슴에서는 대롱이 쭉 나와 있는데 깔때기 부분으로 액체를 넣어 가슴의 대롱으로 술이나 물 같은 액체를 따를 수 있는 구조의 주자로 장례용이 아니었을까 한다. 

유물을 잘라볼 수는 없으니 x선 촬영으로 유물을 조사해 보면 말 내부는 비어있으며 대략 240cc 정도의 액체를 담을 만큼의 공간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신라인들의 무덤에서는 다양한 모양의 도기가 발굴되는데 주로 죽은 망자가 길을 떠날 때 이용할 수 있는 말이나 배 모양이 있다. 주자 하나를 만들어도 이렇게 의미를 부여하였으니 그 하나하나에 뜻이 담겨있음을 알 수 있다. 하긴 왕족의 무덤에 어떤 물건을 막 만들어 넣었을까 싶지만 특히나 어린 왕족의 무덤이었으니 더 세심하게 배려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런데 지하철을 기다리며 생각을 해보게 된다. 우리에게 남겨진 많은 아름다운 유물 중에 왜 이 유물의 모형이 이 승강장에 있는 걸까?

단지 교통수단이라는 공통점 때문이었을까? 

1500년 전의 이 소중한 유물을 지하철을 타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은 마음이었을까? 

그런데 나라면 다른 유물 모형을 만들지 않았을까 싶다.     





서울을 아니 우리나라 전국을 돌아다니다 보면 유물이나 역사와 관련된 많은 것들이 숨어 있어 이것들을 찾아보는 재미도 솔솔 하다. 




#국보 #기마인물형도기 #경복궁역 #금령총 #국립중앙박물관 

작가의 이전글 봄이 오면 다시 가보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