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이 세상을 고친다
<희망이 세상을 고친다>를 다시 읽는다. 이상호는 이상한 기자. 김남수 선생은 이상한 의료인.이라는 낙인이 찍혀있다.
주류에 편승하지 못한 루저들이라는 낙인. 그러나 실은 이런 사람들이 세상을 살 맛나게 하는 경우도 있다.
이상호와 김남수는 위암 말기 판정을 받은 한 여배우를 위해 2008년 9월부터 3개월이 넘는 기간 매일 새벽 시간을 낸다.
사적인 이익 없이 뜸의 효용을 알리고자 하는 순수한 공공의 이익을 위한 의도 마저도 치료하는 동안 환자를 낫게 하려는 노력으로 대체된다.
실제 치료를 한다. 침을 놓고 뜸을 떴다. 그 치료 기록이 바로 이 책 <희망이 세상을 고친다>이다.
복수가 차고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못하던 배우는, 침뜸 시술을 받고 좋아지기 시작한다. 잘 먹고 잠도 잘 자게 된 것이다.
3개월이 넘는 기간 매일 침과 뜸을 떴다는 것은 누가 누구를 세뇌하고 조종해서 될 일이 아니다. 환자 본인의 의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책에는 백혈병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은 영화 제작자도 등장하고 또 다른 배우도 등장한다. 유명 영화감독도 나온다. 그는 김남수 옹과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뜸시술을 하는 장면을 자신의 영화에 연출했다.
뜸의 효용을 진작에 알았더라면 좋았을 거란 회한을 기록한 부분에서는 안타까움이 배가 된다.
2008년 가을, 이 책에 등장하는 여배우는 "위장은 물론 임파선에까지 암이 넓게 전이된 상태였고, 그래서 3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은 상태였다.(155쪽)"
"(뜸 침 치료가) 46일째 진행된 현재, 림프절에 전이된 암세포가 깨끗이 사라졌고, 위장 내부 전이도 한결 깨끗해져 수술이 불가능하다던 병원 측이 수술을 권하는 상황이 되었다.(174쪽)"
여배우는 자신의 침뜸 시술과정을 공개하길 원하기도 했다. 심지어 MBC <뉴스 후>라는 시사프로그램에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침뜸 치료를 받고 있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그녀는 이렇게 대답했다.
"우연찮게 시작을 했는데 굉장히 컨디션에 도움이 많이 돼서 계속해야 되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고 지금까지 계속하고 있는 거지요.(223쪽)"
그리고 여배우는 자신의 엄마와 이모부, 그리고 고모를 김남수 선생에게 데리고 와서 침뜸 시술을 받도록 했다.
본인이 좋다고 느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항암치료와 침뜸시술을 병행한 결과는 놀라웠다. 3개월 시한부의 말기암 환자에서 위암 2기 환자 정도로 호전되었던 것이다.
항암치료 외엔 손 쓸 방법이 없다던 서울대병원에서 수술을 하자고까지 했다고 한다.
그러나 배우는 김남수 선생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연말연시 기간 여행을 다녀온다.
침뜸은 중단됐고 병세는 다시 악화된다. 결국, 수개월 뒤 배우는 세상을 떠났다.
책이 시사하는 바는, 침뜸이 만병통치의 마법이라는 것이 아니다. 현대의학과 병행하면 치료에 엄청난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김남수 선생의 주장이 수용할 만한 가치가 있지 않느냐는 말이다.
악마화된 김남수 선생을 두고만 볼 수 없었던 이상호 기자는 자신의 기록을 책으로 출판한다. <희망이 세상을 고친다>.
진실과 팩트는 묻혔다. 그리고 김남수 선생은 2020년 12월 27일 106세를 일기로 돌아가셨다.
책은 절판됐다.
그래도 여러 사람들이 참여하는 뜸사랑은 지속되고 있다. 광고와 뉴스가 없아도 말이다.
돈없고 빽없는 환자들에게 침뜸은 제한없이 허용되어야 맞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