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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태산이높다하되 Mar 12. 2024

배려는 배신을 낳고~

영화,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

엠마스톤의 영화, <더 페이버릿>. 19세기 근대 자본주의가 싹트던 시기의 영국, 대영제국의 마지막 군주, 앤 여왕을 둘러싼 두 여인의 암투를 그린 작품이다.


이 영화를 <더 랍스터>, <가여운 것들>를 만든 요르고스 란티모스가 감독했다. 아주 자극적이고 급진적인 감정의 요동을 경험하게 되더라니.


멀버러 공작부인, 사라와 앤 여왕

엠마스톤 연기가 화면을 풍성하게 만든다. 귀족에서 노예로, 다시 하녀에서 귀족으로 거듭나면서 외모의 변화와 함께 흘러가는 그녀의 표정연기가 대단하기 때문이다.


여왕의 총애를 한 몸에 받고 있던 말버러 공작의 부인, 사라는 여왕 앤 대신 국정을 주무른다. 여왕의 총애라 함은 국정의 동반자로서 또 욕정의 대상으로서의 총애라는 것이 문제다. 이 밀도 높은 비좁은 틈을 파고드는 여인이 있었으니 한때는 귀족의 딸이었으나 최하층민으로 전락해 하녀의 신분이 되어버린 애비게일.


애비게일은 사라의 사촌이다. 앤 여왕의 왕조에서 사촌 언니 사라가 권력자라는 소문을 듣고 일자리를 찾아 왕궁을 찾은 것이다. 하녀들이 하는 허드렛일쯤은 쉽게 주어지지 않던가. 그러나 애비게일은 단순한 하녀로 남기엔 대단히 영악한 꾀돌이였다.


여왕이 통풍으로 고생하는 것을 알고 약초를 구해 사라의 허락 없이 여왕에게 발라줬다가 태형에 처해진다. 그런데 왠열! 다리의 부기가 가라앉는 것이 아닌가.


사라의 신임을 얻는 데 성공한 애비게일, 점점 국정에 바쁜 사라 대신 여왕의 사적 영역에 접근할 기회를 얻게 되고 급기야 동침을 하여 성은(?)을 입게 된다.


사라의 협박과 반대에도 불구하고 애비게일은 여왕의 연인이자 국정의 동반자가 된다. 사라는 애비게일의 모략으로 너락으로 떨어지고.


여왕은 사라 모르게 애비게일을 귀족과 결혼시켜서 아예 신분을 초고속으로 상승시켜 버린다.


고도비만에 고혈압과 당뇨를 앓고 있던 앤 여왕은 잘 걷지도 못하게 되는 최악의 상황에 처한다. 그리고 한없이 외로워진다.


사라를 제치고 여왕의 옆자리를 차지한 애비게일이 과연 사라만 배신하겠는가 말이다. 술과 섹스에 절어 지내던 애비게일이 움직이지도 못하는 멧돼지 같은 여왕에게 초창기 접근할 때와 같은 혼신의 힘을 기울일 리가 없었던 것이다.


사라의 자그마한 배려와 방심은 엄청난 배신을 낳았다. 그러나 여왕을 고립시킨 채 여러 귀족들과 음주가무가 끝이 난 뒤 숙취로 겔겔 대던 애비게일은, 그러나 여전히 언제든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는 앤 여왕의 수족에 불과하다.


여왕의 발끝에 무릎을 꿇고 앉아 여왕의 다리를 주무르며 묘한 표정을 짓는 애비게일.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다.


인간사의 비애는 결코 피할 수도 또 시작된 비애의 열차는 멈추지도 않는다는 우울한 결말을 내밀며 영화는 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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