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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태산이높다하되 Mar 23. 2024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향수>를 n번째 읽으면서

파트리크 쥐스킨트. 이름만으로도 뭔가를 압도하는 느낌. 이 작가의 소설은 역시 <향수>.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야 이 소설을 읽었는데, 이후로도 10년쯤 마다 한 번씩 읽었다. 여러 번 읽었는데 그때마다 나는 이 소설이 어마어마한 파워를 가진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놀랍다.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능력과 표현력, 창의력에 경의를 표하게 된다. 진정한 작가는 이런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냄새’라는 소재하나로 이렇게 지평을 넓힐 수 있다니~


쥐스킨트는 1949년생이다. 우리 엄마랑 동갑이네. 85년 표된 소설이니까 그의 나이 37살에 내놓은 소설이다. 내가 이십 대 읽다가 각종 현란한 어휘의 향연에 질식되어 내용파악에 집중했던 기억이 있다.


삼십 대, 사십 대, 그리고 오십 대인 지금 읽어도 읽으면 읽을수록 이야기의 독특함과 기발함, 섬뜩함에 놀라게 된다. 구체적이고도 개연성까지 확보한 이 이야기에 빨려 들어가지 않을 수가 없다는 거다.


시대는 지난주에 본 영화, <더 페이버릿>의 시대인 18세기. 배경은 영국이 아닌 프랑스. 쥐스킨트는 독일사람.


왕과 귀족들이 그렇게 살 때 서민들은 ‘그루누이’처럼 살고 있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삶은 도대체 어떤 가치를 품고 살아야 하는가 생각하게 한다.


어떻게 소설을 읽으면서 이렇게 박진감 넘치는 흥분을 느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돈이 없었던지 이 책을 중고서점에서 샀던 모양이다. 1996년 6월 20일 오후 8:30에 을지서적에서 “황ㅇ옥“씨가 사서 읽던 책을 그 이후 어느 날 청계천 어느 중고 책방에서 내가 샀겠지.


이분은 이 책을 왜 팔았을까? 난 삼십 년 가까이 이 책을 책꽂이에 꽂아두고 네댓 번째 읽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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