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내음 Jun 07. 2023

만남과 이별

만남이 더 어려워진 나이

‘만남은 쉽고 이별은 어려워~♬’ 최근 우연히 듣게 된 후 입에 맴도는 노래의 시작 부분이다. 이별 노래를 들을 때마다 내 얘기처럼 느껴져 울고 짜던 20대의 나였다면 분명 고개를 끄덕였으리라. 그렇지만 40대에 들어선 지금의 나는 이 노래를 다소 비판적으로 듣게 된다. 과연 그럴까? 이별이 더 쉽고 만남이 어려운 것 아닌가?



나에게도 사람들과 사귀고 모임을 만드는 것이 마냥 신났던 그 시절이 분명 있었다.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가고 낯선 사람들을 알아가는 재미에 흠뻑 빠져 지내던 시절, 계속되는 모임에도 지치지 않고 모임을 쫓아다니던 시절 말이다. OT, 환영회, MT, 간담회, 미팅, 소개팅 등 온갖 모임이 즐거웠던 20대의 나에게 만남은 꽤나 쉬운 일이었던 것이다. 한편 5년을 만난 첫사랑과 헤어지고 오랜 기간 힘들어했던 일은 말할 것도 없이 동아리 남자 선배들 군대 환송 모임 족족 눈물을 찍어대던 일만 떠올려봐도 예전의 나에게 이별은 확실히 힘든 일이었다.



요즘에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이 망설여질 때가 종종 있다. 이게 단순히 나이를 먹어 에너지가 달리는 것인지 아니면 이미 많은 사람이 내 주위에 있기에 더 이상 인맥을 넓히고 싶지 않은 것인지 그 까닭은 확실히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더 이상 나는 예전처럼 잘 모르는 사람에게 스스럼없이 먼저 손을 내밀거나 새로운 모임에 기웃대지 않는다. 그보다는 가족이나 지인들처럼 더 가까운 사람들에게 정과 공을 들이고 잘 챙기려고 노력한다. 또한 한 번 맺은 인연들과 이별하는 일에도 전보다 자연스러워졌다. 아니 오히려 최근에는 ‘시절인연’이라는 말에 크게 공감하며 호감 또는 편한 정도를 따져 몇몇 인연을 가지치기하려는 시도까지 할 정도이다. 이러니 지금의 나에게 이별이란 비교적 어렵지 않은 일이라고 할 수 있겠다.



대신에 만남과 이별을 맞이하는 자세에는 달라진 면이 꽤 있어 보인다. 이전에는 이별을 피하고 막으려고 했다면 이제는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잘하려고 노력한다고 해야 할까? 교사라는 직업의 특성상 나는 해마다 어김없이 1월 혹은 2월에 이별을 하고 3월에 새로운 만남을 갖게 된다. 학교 종업식 날인 오늘, 나는 반 학생들에게 틀어줄 영상편지 뿐 아니라 동학년 선생님들에게 줄 손편지와 작은 선물들까지 양손 가득 들고 학교에 갔다. 학생들과는 격려와 응원의 메시지로 종업식 인사를, 동료 교사들과는 그동안의 고마움과 새해 덕담으로 마무리를 했다. 새로운 만남을 맞이하는 모습은 어떠할까? 나는 아마도 3월 만남을 순조롭게 잘 하기 위해, 아직 얼굴도 모르는 아이들을 위해 자잘한 일들을 계획하고 구상해 나가며 방학을 보내게 될 것이다.



이번에 중학교를 졸업한 아들은 며칠 전부터 졸업할 때 눈물이 날 것 같다며 슬픈 졸업식을 예감했었다. 아들의 순수하고 솔직한 모습이 귀엽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1년 함께 한 친구들과의 이별이 그리도 슬플까 싶어 고개가 갸우뚱해졌었다. 글을 쓰며 만남과 이별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든 그 곡을 다시 한번 들어본다. 이별에 익숙하지 않은 아들의 모습 위로 마찬가지로 이별에 당황해하던 풋내기 나의 모습이 비춰진다. 아들도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상처에 굳은살이 배이듯 이별에 무뎌지게 되겠지? 우리 모두 수많은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고 익숙해져 가는 과정을 통해 이렇게 어른이 되어가는가 보다.

매거진의 이전글 건망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