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창가림 May 13. 2022

결혼 4년 차, 볶음밥에 선을 긋기 시작했다.

네 거 내 거 확실히 하자 이제.

연애 초반 우리의 집 데이트를 항상 채워줬던 요리들이 있었다. 그중 출출할 때면 가장 쉽게 해서 먹을 수 있는 볶음밥은 우리의 배고픔을 빨리 달래주었다.


프라이팬에 밥을 볶다가 캔 참치를 넣고 소금 후추만 간단히 간해서 볶아주는 남자 친구를 보면 이런 멋진 남자 친구가 어디 있을까 하며 엄한 데에 설레었다. 요리가 다되고 프라이팬을 안 읽는 책 위에 올리고 숟가락 두 개만 달랑 들고 거실에 앉아 열심히 먹었다. 


결혼 한지 4년 차가 될 때쯤, 

우리는 이제 볶음밥에 선을 긋는다.


나는 먹는 속도가 느리고 남편에 비해 적다. 그렇지만 맛있는 음식이 있으면 최선을 다해 많이 먹고 즐기고 싶다. 그런데 항상 맛있는 음식을 같이 먹다 보면 나는 배도 안찼는데 남편은 배가 불러서 잘 먹었습니다를 외치며 상을 정리하고 있는 것이다. 처음에는 내가 식욕이 갈수록 왕성해지나 의문이 들었다. 그렇다고 투정 부리기에는 뭔가 쪼잔해 보여서 찝찝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하루는 볶음밥을 먹던 중 우리의 프라이팬을 관찰하게 되었다. 정말 빠른 속도로 남편의 빈 곳은 자리를 넓혀가고 있었고 어느 순간 반을 넘는 지점을 넘어서고 있었다.

근데 저 밥은 내 거다.

숟가락으로 남편의 숟가락을 쳐내고 얼굴을 붉혔다.


"이거 내 거야. 먹지 마!"


"어. 미안 미안. 먹어"


바로 숟가락을 내려놓으며 미안하다는 그의 모습은 또 나를 얼마나 비참하게 만드는지.

한 숟가락쯤의 영역을 돌려주며 한 입만 더 줄게라고 인심을 썼다.




우리의 영역싸움은 (나의 영역 쟁탈전은) 여러 음식 및 공간으로 퍼져나갔다.


반찬 따로 담기

치킨 개수 나누기

파전을 미리 찢어 나누기

팩의 개수 따로 세두 기

앉아있는 소파에서의 영역싸움

침대에서의 자리 및 이불 쟁탈전 (고양이들도 참전)

...


우리는 아이는 없고 고양이만 두 마리가 있는데 이 고양이들도 항상 자잘한 영역싸움을 한다. 합사시에 이뤄졌던 대전쟁 이후로는 서로 아껴주면서 가끔씩은 꼭 안고 자기도 하지만 가끔 원하는 자리 나 음식을 두고는 교묘하게 서로를 밀처낸다. 하지만 똑똑하게도 음식의 양이 작아지면 슬쩍 양보하는 모습도 보여준다. 우리 고양이만 그런가?


인간이라고 다를 바가 있을까.

우리는 가족끼리도 친구끼리도 '양보'라는 것을 배우는데 공을 들인다.

그냥 사랑하면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치열한 영역싸움이 치러져야 가끔씩 양보의 묘미를 알게 되는 것이다.


우선은 네 거 내 거 확실히 해보면 조금은 불편한 점 부족한 점이 보인다. 그러다 한 숟갈씩 양보하기 시작하면 어느새 조화로워진다. 그러다 보면 서로를 이해한다.


너는 6 나는 4를 먹었을 때가 제일 만족스럽다. 




이미지 제공:https://unsplash.com/@louishansel








매거진의 이전글 OST 5만 원짜리 반지로 결혼반지를 맞추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