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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시기 Aug 18. 2023

#1. 학교 언덕 위에서, 카페를 시작하다

등산보다 힘든 등굣길, 내가 수업 듣는 곳엔 카페도 없었다.

“어디야?”

“언덕 아래, 카페.”


처음 대학을 입학했을 때, 상당한 경사의 오르막길 때문에 학교 다니기 쉽지 않겠구나라고 느꼈다. 내가 입학한 상명대학교는 심한 폭설이 오면 정문까지 버스가 올라가지 못해 수업이 취소될 정도로 언덕길이 유명했고 인근 지하철역에서 학교 정문까지 올라가는 버스는 단 1대밖에 없었다.

버스조차 올라가기 힘든 경사 때문에 버스를 놓치면 등산 시작이었다.


더군다나 내가 전공 수업을 들었던 건물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더 올라가야 위치하고 있었다. 에스컬레이터 길이도 엄청 길어서 1구간, 2구간으로 나뉘어 있었다.

버스타고 올라와서, 에스컬레이터를 10분 정도 타야 전공수업 듣는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사진출처 : 상명대 홈페이지)


문제는 내가 주로 활동했던 언덕 위 구간에는 카페랑 식당이 없다는 점이었다. 대부분의 식당이랑 카페는 언덕 아래, 정문 근처에 위치하고 있었다. 커피 하나 마시려면 에스컬레이터가 위치한 건물 5층부터 1층까지 계단으로 내려가 언덕 아래로 이동해야 했다. 나만 불편한 줄 알았는데, 어느  언덕 아래 카페에서 동기들과 커피를 마시다가 한 친구가 이야기했다.


언덕 위에 카페 하나 있으면 매일 갈 텐데...


물론, 내가 입학한 학과가 외식경영과 식품영양을 합하여 ‘외식영양학과’라는 독특한 이름을 가진 덕분이기도 했다.(지금은 식품영양학과로 이름이 바뀌었다.) 당연히 외식업에 대한 관심도 높았고 그중에서는 커피, 디저트, 요리 등 학생이지만 다양한 경험을 가진 학생들이 많았다.


"그럼, 그냥 우리가 카페 한 번 차려볼까?"

"어차피 에스컬레이터 올라가면 전공 실습실 바로 있고, 거기 개조해서 장소로 쓰고 음료 만들어서 팔면 되잖아?"


하지만 학생들이 마음대로 실습실 개조해서 장사할 수 없기에 도와줄 사람이 필요했다.

교수님, 실습실을 카페로 바꾸면 어떨까요?
학과생들이 매일 커피 마실 것 같아요!

나름 논리적으로 설득하기 위해 우선 다른 학교 사례들을 먼저 찾아보았다. 마침, 경희대학교 늘품카페, 우송대학교 레스토랑 솔반 등 다른 학교에 비슷한 모델이 있었다. 해당 사례를 나열하며 우리 학과에도 학생들이 졸업하기 전에 실습을 진행하고, 주변 학생들에게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카페를 시작하고 싶다고, 도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메일을 썼다.


교수님이 미국에서 교수를 하시다가 한국에 넘어오신 지 얼마 되지 않아, 영어로 답장이 왔다. 잘 기억나지 않지만 'Good idea '이런 느낌이었던 것 같다. 생각보다 쿨하신 답변 덕분에 사람을 모으고 일사천리로 카페를 시작하게 되었다.


실제로 찾아본 답장 메일, Good idea 라는 단어는 없었다


'이렇게까지 일이 커질 줄은 몰랐는데..'

'재미있을 것 같아 시작했는데 적자는 나지 않겠지..'


역시, 불행한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나름 전공인데 원가계산도 못해 한 달 만에 마이너스 매출을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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