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를 시작한다고 했을 때, 생각보다 많은 학과생들이 욕심을 갖고 모여들었다. 그들은 음료만 팔려고 생각하지않았다. 제대로 된'음식'을 팔아보자는 로망이 있었다.
"점심 먹을 식당도 없으니깐, 일주일에 한 끼 정도는 먹을 수 있는 메뉴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그래? 나는 그냥 커피 한 잔 마실 수 있는 카페로 생각했는데...
당시 학생회장님은 카페의 모티브가 '학술제'라고 했다. 예를 들면 의류학과는 의상 전시를 하고, 조형예술학과는 작품 전시를 하는 것처럼 1년에 한 번 하는 학과 뽐내기 행사이다. 우리 학과는 직접 실습실을 레스토랑 분위기로 꾸미고, 일주일 동안 음식을 팔았다.
학과에서 가장 큰 행사 학술제 레스토랑 사진이다(일주일동안 함)
그럼, 한 달마다 세계음식 파는 건 어때요?
당시, 나는 기획팀장으로서, 한 번 하면 제대로 하자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고, 아이디어가 넘쳐났기 때문에 무심코 한마디를 내뱉었다.
"세계음식! 처음 나라는 그리스로 하죠"
아무도 먹어보지 못한 그리스 음식으로 가득찬 메뉴판
수블라끼라는 꼬치 음식과 피타브레드, 감자튀김, 그릭요거트를 드레싱으로 한 샐러드, 음료 등을 세트로 구성했다. 세트 메뉴는 10,000원이었고 단품 수블라끼 꼬치와 감자튀김은 4,900원에 팔았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학생회장'님의 홍보로 '학술제'처럼 관심을 갖고 찾아주었고, 학과 교수님들도 지원을 아껴주시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음식 재료의 재고량이 쌓여가고, 더 이상 팔리지 않았다.
모두가 음식 부심 부리기에 '세계음식'이라고 외쳐서 당첨된 기로스
처음에는 음식값이 비싸서 계속 팔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피타브레드로 수블라끼를 감싸는 '수블라끼 파니니'로 메뉴를 변경하고 가격을 낮추어 8,900원으로 메뉴를 재조정했다. 메뉴 조정으로 음식은 조금씩 더 팔리기 시작했지만, 처음 시작했던 자본금이 매출에 비해 점점 떨어지기 시작했다.
계속 지도해 주시던 교수님께서 원가 측정에 대해 물어보셨다. 들어가는 모든 재료의 양을 물어보았고 구매량은 어떻게 되는지도 물어보았다. 분명, 다 같이 열심히 했는데 왜인지 아무도 자세히 아는 사람이 없었다...
메뉴에 들어가는 고기, 채소부터소스까지 모든 양을 다시 측정하고 구매장소의 가격 변동성까지 포함하여 원가측정을 다시 했다.
8,900원 메뉴를 파는데 원재료값만 6,900원을 넘어갔다
우리의 모습을 지켜보던 교수님이 마지막으로 한마디를 덧붙이셨다.
"너희가 메뉴개발 한다고 연습했던 재료값들은?"
"점심에 공짜로 만들어 먹는 음식값은?"
"시간을 쪼개서 일하는 너네의 노동력은?"
"(내가) 실습실을 카페로 개방하면서 다른 곳에서 수업을 해야 하는 비용과 시간은?"(교수님 죄송합니다..)
많이, 맛있게, 최상의 재료로 준비한 수블라끼 SET 원가계산
모든 것을 고려해서 계산하니 원가가 판매가격을 넘어가는 기적의 계산법으로 장사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