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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ry Garden Mar 29. 2024

어머니를 위한 티켓팅- 나훈아 콘서트

어머니의 영원한 오빠.

어머니를 위한 티켓팅- 나훈아 콘서트


"이제 못 보면 다른 세계에서나 볼 수 있겠지?"  


  나훈아 마지막 콘서트. 어머니의 짤막한 말씀이다. 어머니의 영원한 오빠이자, 지금은 테스형인 그. 그를 무엇으로 수식할 수 있을까? 위대한 가수. 트로트의 전설적인 카리스마. 어떤 수식어도 거추장스러워 보인다. 그는 그다. 그는 나훈아라는 이름만으로도 족하다. 존재만으로 빛나는 별이다. 


  팬인 어머니 덕분일까? 난 그분의 꽤 노래를 알고, 가끔 찾아 듣기도 한다. "울긴 왜 울어", "잡초", "무시로", "고향역", "갈무리", "건배", 최근에는 "테스형"까지. 듣다 보면, 마음이 찡하기도 하고, 먹먹해지기도 한다. 가사 덕분이리라. 가창력은 말해 무얼 하랴. 적어두고 보니, 나도 은근한 팬인 모양이다. 


  그러던 나훈아께서 마지막 콘서트라며 전국을 다니신다고 한다. 예매창을 켜면 가장 먼저 나오는 건 "고마웠습니다." 평생을 가수로 지낸 그가 이제는 마이크를 내려놓는다고 한다. "손뼉 칠 때 떠나라"를 실천한다. 자신의 인생, 자신의 삶 전체가 노래라고 해도 무방한 그가 이제는 떠난다고 한다. 


  그는 떠나는 순간에도 스타다. 지금까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그는 "진심" "사랑" "감사"만을 읊조린다. 응원을 해준 분들 덕분에 자신감 지낼 수 있었고, 미워하고 나무라고 꾸짖던 분들마저 자신의 독선을 바로 잡아 주는 분들이라 했다. 마지막. 이제는 더 없을 그곳에 어머니를 모시고자 결심했고, 티켓팅을 했다.


(출처: 예스 24 티켓팅)

 

  어머니는 흔쾌히 간다고 하셨다. 지금까지 여자친구의 콘서트를 여럿 성공시킨 난 시간을 기다렸다. 지난 성공은 잊었다. 3분이면 끝난 다는 소식 탓이다. 작아진 마음을 부둥켜안고 초조하게 예매창을 봤다. 동생은 휴대전화를 쥐고 있다. 대기자 1,000명. 전망 좋은 자리는 아니지만, 잡았다. 어머니는 소리치셨고, 동생과 나는 안도의 숨을 내 쉬었다. 


  어머니에게 그는 어떤 존재일까? 혼자만의 상상을 해볼까? 노래의 힘은 강하다. 힘든 순간을 견뎌내는 노동요가 되고, 마음을 어루만져 내는 위로가 된다. 때로는 나를 이해하는 유일한 존재가 된다. 어머니 삶을 속속히 아는 아들이 어디 있겠냐만은 듣기만 그녀의 삶은 녹록지 않으셨다.  


  형제들 틈바구니에서 겨우 버텨냈고, 남자 형제가 항상 먼저인 문화 탓에 뒤로 밀려났을 테다. 귀여운 딸로 아버지의 사랑을 한 줌 받고 있던 중, 어머니의 아버지, 내게 할아버지께서는 바쁘게 소풍을 끝내고 가버리셨다. 아버지를 만나 결혼을 하셨고, 도시에 살던 그녀는 시골로 왔다. 


  유교가 여전히 득세하던 그곳. 한 달에 한 번 제사를 지내고, 손님을 치기 바쁘던 날. 거기다, 매일이 투쟁과 같던 농사가 기다린다. 그뿐일까? 아버지는 사업을 하셨다. 계획대로 되는 일이 어디 있으랴. 사업이 휘청 거릴 때마다, 가족을 묶어 내며 버티셨다. 세상의 세찬 바람에서 나와 동생을 지켜내셨다. 


  삶 곳곳에서 나훈아 노래가 등장했을 테다. 

  "울지 마 울긴 왜 울어 고까지 것 사랑 때문에"를 부르시며 고난을 지워내셨을 테다.

  "아무도 찾지 않은 바람 부는 언덕에 이름 모를 잡초야"를 흥얼거리며, 바람을 맞을 셨을 테다.

  "이미 와버린 이별인데 슬퍼도 울지 말아요"를 외면서 아버지의 상실을 떠올렸을 테다.

  "코스모스 피어있는 정든 고향역"을 읊으며 떠나온 고향을 생각하셨을 테다.

  "냉정한 세상 허무한 세상 알고도 속고 모르고도 속는 세상은"을 노래하며 휘청거리는 인생을 견디셨을 테다.


  마지막 콘서트 기대된다. 어머니의 영원한 오빠는 이번에는 어머니에게 어떤 힘을, 어떤 추억을 남겨주실까? 어머니의 말에 응답해 본다. 떠나는 그에게 박수를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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