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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ry Garden Jun 12. 2024

최근에 가장 많이 한 말은?

"잘 부탁드립니다."

최근에 가장 많이 한 말 - "잘 부탁드립니다."


  최근 가장 많이 한 말은 “잘 부탁드립니다.”이다. 이직과 취직 어디 사이에 놓여있다가, 입사하게 되었다. 그런 탓에 몇 주 동안 글 발행이 뒤죽박죽이었다. 겨우 짜내어 쓴 글은 서평뿐이었다. 며칠 동안 내가 글을 쓰는 공간인 이곳을 오가는 분들에게 죄송한 마음만 착실하게 커갔다. 


 몇 주 동안 있었던 일을 짧게 요약해 볼까? 면접 준비도 했고, 서류 접수에도 열을 올렸다. 내가 나임을 증명하고, 경제적 가치가 있음을 부르짖었다. 회사에서 내가 꼭 필요하다는 자랑을 늘어놓는 글을 썼다. 종종 소설을 쓰는 듯했고, 아주 가끔 마음 한쪽이 무너졌다.


  몇 번의 실망과 기대가 교차했다. 서로 엇갈리고 마주치는 일이 반복되더니, 합격했다. 회사에서 하고자 하는 일에 내가 필요하다 생각하신 덕분이다. 목표가 뚜렷한 대표님과 면접을 봤고, 앞으로 내게 기대하는 일을 임직원이 자세히 설명했다. 내가 가진 몇몇의 경력과 성과가 회사가 가고자 하는 방향에 기여할 수 있으리라 생각되었다. 다시 바빠졌다.



  집에서 멀어졌다. 할 일이 참 많았다. 가장 큰 게 이사다. 한 사람이 나가지만, 필요한 물건은 같았다. 사도 사도 빠뜨린 물건이 있고, 아차 싶으면 없다. 정신이 쏙 빠진 채로 지냈다. 글을 발행하지도, 쓰지도 못했다. 글쓰기 서랍장에는 먼지가 쌓였다. 


  평소에 힘들이지 않던 일에도 에너지를 쏟아야 했다. 직장에 적응해야 했고, 새로 자리 잡은 집과도 친해져야 했다. 작은 물건도 사는 길도 곳도 더듬거리며 찾아 헤맸다. 처음 보는 분들과 인사하는 일도, 밥을 먹는 일에도 신경을 곤두세웠다. 퇴근 뒤에는 의지 한 톨 남지 않았다. 이미 쓴 글을 다듬는 일 조차 하지 못했다. 다시 며칠이 지났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했던가? 아직 낯선 일이 많지만, 바쁜 시간을 보내니 틈이 생겼다.  빈 화면에 깜빡이는 커서를 마주했다. 설렜다. 그렇다고 후두두둑 비가 오듯 글이 쏟아지지 않았다. (사실 쓰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다시 쓰게 되면 토하 듯 쓸 줄 알았다) 여전히 글을 쓰며 고민했다. 지난 글감에 문장을 몇 개 붙여 놓고, 써둔 글에 글자를 빼고 더하기를 했다. 손 끝으로 내가 세상을 만들고 지우길 반복했다. 재미있었다.



  잔뜩 들어간 어깨 힘을 조금 뺄 수 있었다. 내일은 또 무슨 일이 있을까 걱정하던 근본 없는 불안도 사그라들었다. 바로 글쓰기 덕분이다. 조용하던 글쓰기 공간이 떠올랐다. 보는 이 하나 없지만, 쓰며 놓치고 있던 일상을 기록하던 때. 다녀갔다며 좋아요가 올라가는 모습을 보며 두근거렸던 때. 나와 같은 생각을 했다며 남긴 댓글에 마음이 찡했던 때. 처음 마음이 또렷해졌다. 평생 글쓰기를 하며 살겠다던 나의 작은 소망이 사그라들지 않았다.


  익숙한 곳에서 벗어나 쓰는 글. 글은 결국 내면을 보이는 일이고, 에세이는 주변을 관찰한 결과이니, 지금과는 다른 글감이 글로 그려질 테다. 2년 남짓 쓴 글쓰기가 새롭게 느껴진다. 최근에 가장 많이 한 말을 여기서도 다시 하고 싶다. 


  “잘 부탁드립니다. 전 언제나 글을 쓸 예정입니다.”



*발행 주기는 잠시 불규칙할 겁니다.

**꾸준히 글을 쓰는 모든 작가님들에게 존경의 인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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