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tarry Garden Jun 24. 2024

"두려움이 없다는 건 새로움이 없다는 거야."

아는 형 가라사대.

두려움이 없다는 건 새로움이 없다는 거야.


  아는 형. 대학부터 함께 다녔으니 이제는 10년이 훌쩍 넘는 시간을 함께한 친구다. 다섯 살 많은 그가 왜 늦은 나이에 우리와 함께 대학을 시작했는지 묻지 않았다. 그게 무엇이 그렇게 중요하겠냐는 생각과 함께 있으니 즐겁다는 간단한 이유다.


  이젠 시간이 흘렀고, 대학을 졸업했지만, 우린 여전히 만난다. 7명이 동시에 만나는 일은 종종 있고, 대부분 시간이 맞으면 각각 보게 된다. 만나면 그동안 안부를 묻기도 하고, 자전거를 타기도 하며, 때론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기도 한다. 


  친구들을 만난다는 건 즐겁다. 그와 함께 지냈던 순간으로 돌아가는 기분 덕분이다. 최근에는 특별함이 더해졌다. 특히 '아는 형'과 만남이다. 시작은 2년 전쯤이다. 아는 형이라고 하니 어색하다. 이제는 K라고 부르려고 한다. 그와 나는 환경에너지 공학을 전공했고 졸업했다. 그는 사회로, 난 대학원을 갔다. 


  K는 대학을 다니면서도 음악을 공부했다. 그러려니 했다. 친구의 사정까지 속속들이 묻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고, 그저 잘 살고 있겠거니 믿었다. 학교 졸업 뒤에도 K는 음악을 했다. 음악으로는 온전한 수입을 잡아내는 일이 어려웠는지, 때가 맞았는지 모르지만, 회사와 음악을 함께 했다. 얼마 뒤, K는 회사 대표가 되었다. (급격한 이야기 전개지만, 이 정도로 갈음한다.)


  직원에서 대표가 될 때, 난 글을 썼다. 인생 종반부에 쓰리라 믿었던 글. 그때부터 K와 만나는 일이 잦아졌고, 이야기 중심에는 전과 다른 소재가 꽉 들어 찾다. 바로 '창작'이라는 공통 주제 덕분이다. 최근에도 없는 시간을 서로 쪼개어 만났다. 이번엔 그가 사는 집 앞 커피숍이었다. 



  우린 간단히 서로에 안부를 묻고는 '창작'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K의 시작은 늘 똑같다. 


  "글은?"


  이번에는 조금 다르게 다가왔다. 직장도, 지역도 옮기는 탓에 글을 한동안 놓고 있었던 덕분이다. 곰곰 생각하다. 여전히 난 글을 써야만 하는 사람이라고 말하니, 근엄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다, 평소에 하던 생각을 그에게 물었다.


  "소설을 쓰고 있는데, 전개는 더뎌. 쓰고 나서도 공개를 하는 일이 두렵기도 해. 에세이만 쓰다가 소설을 잘할 수 있을까? 그리고 계속 글을 쓸 수 있을까?"


  새로운 직장을 선택하는 일고, 새로운 분야의 글을 쓰는 일과 비슷한 두려움이 겹쳐지는 탓에 떠오른 질문이다. 잠시 고민한 K는 이야기 여럿을 해줬다. 깎고 다듬어 그의 목소리로 담으면 이 정도다.


  "두려움이 없다는 건 새로움이 없다는 거야. 모르니까 두렵지. 다만, 새로운 것을 한다는 건 네가 새롭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있다는 사실이야. 또, 잘하고 못하고 가 중요하지 않아. 메시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해. 아무리 수려한 문장을 쓰더라도 너만의 이야기가 없다면 그건 기술자일 뿐이지. 선명한, 너만의 이야기를 담는 다면 아무리 투박해도 그건 멋진 글이 될 거야."


  고개를 끄덕이고 용기를 얻었다. 미소를 띠며 그의 이야기를 소화하고 있으니, K는 말을 이어갔다.


  "우린 각자 서로 다른 도구를 선택한 것일 뿐, 같은 사람이다. 난 음악을 넌 글을. 왜 선택했을까? 우린 쓰지 않고, 표현하지 않고는 못 배기는 족속이기 때문이지. 넌 쓰게 될 거야."


  웃음을 지었다. 한참 말을 더 이어가자, 그의 전화기가 요란하게 울린다. 아마 아이가 K를 찾는 모양이다. 급하게 자리를 일어가 가는 그는 돌아보며 못다 한 말을 했다.


  "꼭 써라. 내가 보고 있으니."


  K가 한 말이 마음에서 부유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그는 최고의 글쓰기 동기부여 강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