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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ry Garden Jul 17. 2024

그는 최고의 글쓰기 동기부여 강사?

아는 형 가라사대

그는 최고의 글쓰기 동기부여 강사?


  대학 친구 7명이 있다. 1년에 한 번씩 모였다. 이젠 모이기 어렵다. 각자 가정이 꾸려지고, 그들을 닮은 아이들이 태어났다. 가족에게 쏟을 시간도 부족하니, 예전처럼 모이려면 시간이 걸릴 듯하다. 그래서일까? 종종 전화를 주고받는다. 때때로 아무 이유 없이. 가끔 작디작은 이유를 들어서.


  친구이자, 형과 통화를 하면 길어진다. 창작자의 생각을 공유한 탓일까? 그는 소설의 단초가 되는 이야기를 남기면 난 빠르게 기록해 둔다. 내가 써 놓은 소설 중간에 넣기도 하고, 때론 단편으로 만들려 등장인물을 적어두기도 한다. 그와 긴 대화를 끝내면, 난 바로 글을 쓴다. 


  쓰고 나서 지친 상태로 멍하니 있다 보면 떠오르는 단어가 있다. "동기부여 강사"와 "가스라이팅"이다. 그와 이야기만 나누면 난 강한 동기 받아 글을 쓸 수 있다. 다만, 함께 떠오른 가스라이팅을 생각하게 된다. 그는 동기부여 강사일까? 아니면 가스라이터인가?


  가스라이팅은 우선 전문적인 용어는 아니라고 한다. 광풍처럼 쓰다, 이제는 사그라든 단어정도다. 세뇌라고 할 수 있고, 심리적 지배라고 할 수 있다. 유래는 희곡 "가스등"에서 출발한다. 등장인물은 둘이다. 잭과 벨라. 부부다. 잭은 위층 보석을 노린다. 윗집 부인을 살해했지만, 보석을 찾지 못했다. 찾으려 한다. 값진 보물을 찾느라 가스등을 쓰는 많이 쓴 탓에 다른 집이 어두워진다. 


  잭은 벨라가 알아차리지 못하게 하려 작업을 시작한다. 밤마다 가스등은 어두워지고, 윗집은 소란스럽다. 벨라가 불안해하자, 그런 일은 없다고 한다. 문제는 벨라는 아니라고 주장하고 잭은 걱정스럽다는 듯 아니라고 한다. 반복되니, 벨라는 자신에게 문제를 찾는다. 이젠 작은 결정도 벨라는 주저한다. 모든 결정을 잭이 대신한다. 완전히 종속된다. 이때, 세뇌하는 과정이 바로, 가스라이팅이라고 이른다. 



  음악 창작자인 그는 내게 영감을 불어넣어 준다. 전혀 생각지 못한 결말을 가진 이야기를 말하기도 하고, 때론 자신이 겪은 경험 틈에 있는 깨달음을 말해 주기도 한다. 그럼 난 빈틈으로 보이는 부분에 질문을 던진다. 그럼 나름의 생각이 오간다. 서로 다른 분야의 창작자이라서 일까? 서로 독특한 생각이 오간다. 


  생각과 생각이 만나면 부딪치는 것만이 아니다. 새로운 생각이 조금 더 큰 몸집으로 태어난다. 그때부터 형은 시작한다. 가스등을 조도를 조금 낮춘다. 글을 쓰는 일이 급한 게 하니다. 깊은 사유와 나만의 생각이 숙성되는 시간이 필요하다. 다만, 글을 늘 생각하고, 연습 삼아 적는 일이 필요하다.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은근한 말투로 네 생각이 담긴 글이 궁금하다는 말이 다른 단어와 문장의 순서로 남기며 쓰라고 종용한다. 아니다. 내가 그렇게 느낀다. 쓰고 싶어 진다. 다른 일을 잠심 중단하더라도 쓴다. 생생한 감정이 날아갈까 조바심이 나기도 한다. 


  그렇게 쓰면, 멍하니 글들을 바라본다. 그가 의도했든 그렇지 않든 난 글을 쓴다. 맞다. 그 덕분에 난 글을 쓰고, 생각을 더 깊게 하게 된다. 난 그 덕분에 글을 한 줄 더 적었고, 글에 대한 생각을 멈추지 않을 수 있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가스라이팅하는 게 아니라 동기부여를 통해 글쓰기를 은근하게 응원하고 있다고 느낀다. 특히 마지막에는 늘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끝나는 덕분이다.


  "자주는 아니지만, 한 번 보면 네 글을 오래 보게 된다. 응원한다."


  오늘도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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