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터의 지옥에 도전하게 된 마린이 (3)
'네 저는 옷만 오면 돼요'
라는 답변에 열심히 해보려는 모든 일에 대한 열정이 차게 식었다. 혹자는 '겨우 그런거에 왜 그렇게 예민해?' 라고 할 수 있겠지만 내 입장에서는 예의를 어긋났다고 생각이 들었다. 사수의 일을 입사한지 4일만에 제대로 인수인계도 없이 떠안았는데 사수가 저렇게 행동한다면 나에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잘 느껴졌다.
금요일 아침
출근을 하자마자 사수에게 결제가 안되니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아, 이거 비밀번호가 틀렸잖아요. 왜 말 안했어요?'
말을 안했다니! 주어진 비밀번호를 쳤는데 오류가 났다고 어제 그렇게 물어봤는데 겨우 그럴리가 없는데 라고 해놓고! 속으로 화를 삼키며
'어제 그래서 비밀번호 재차 물어봤고 그게 맞다고 하셨는데요'
'그냥 인사팀가서 제가 바꾸고 올게요'
이렇게 소통이 안되는 인간은 또 처음이었다. 좋은 관계를 이어나가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완전히 확신했다. 그렇게 인사팀에서 비밀번호를 변경해주었고 나는 당일배송 시스템을 이용해 다시 결제를 했다. 문제는 멈추지 않고 생겼다. 분명 24가지를 시켰는데 퇴근즈음 5가지 밖에 안온것이다. 토요일, 일요일은 배송도 안될테니 나는 발등에 불이 떨어져 쇼핑몰에 연락을했다. 본인들에게 물건이 없어서 배송이 힘들다는 답변뿐이 었다. 이대로 월요일에 되면 나는 어째야한단말인가.. 일단은 팀 단톡에 말을했다. 그리고 주말간 오만가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상황을 조금 멀리서보니 확실히 이 상황은 비정상이라고 판단이 되었다. 상식적으로 월요일 활영이면 이미 3일전엔 준비가 다 되어있어야하는 게 맞다. 그런데 3일전부터 준비를 하니 이런일이 일어나지.
일처리가 이렇게 체계가 없고 사수는 예의도 없고 배울점도 내가 있어야 할 이유도 없는 것 같다. 그냥 이력서와 포트폴리오 그대로 다른 회사들에 지원서를 넣게되었다. 내가 연봉도 깎아가며 여기서 이러고 있어야 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차라리 더 좋은 곳에서 정치질이든 뭐든 다 떠나서 신나게 일만 미친듯이 하는게 좋았다. 주말간 공고를 찾고 다시 지원했다.
나는 어떤 일이 일어나면 일단 내 잘못부터 굉장하게 파고든다 내가 뭘 잘못했을까? 내가 다르게 행동했다면 어땠을까? 항상 정답이 있을 수 없다. 객관적인 의견이 듣고 싶었고 친구도 나의 생각에 동의했다. 그래 나가자!
말도 행동도 저래놓고도 일이 제대로 진행이 안된건 너무 신경이 쓰여 주말내내 소품 배송 관련해서만 신경쓰고 알아보곤했다. 코로나로 콜센터도 운영을 하지 않으며 남겨놓은 문의사항은 월요일이 되어야 처리를 해줄듯하다. 답답함은 가시질 않는다. 뭐 어떻게든 되겠지, 나도 모르겠다 이젠. 하는 맘으로 월요일을 맞이했다.
출근을 하니 안녕하세요 인사도 전에 '옷은요?' 라고 사수는 물었다. 이런이런 상황이고 오늘 오전중에 쇼핑몰에 다시 연락하려고 한다. 라고 하니 '아니 그럼 뭐 어쩌잖거에요?!' 하고 화를 내버린다. 팀장님이 와서 '월요일 아침부터 왜 무슨일이야? ' 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