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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미 Feb 18. 2022

사수는 '그냥 웃겨요 ㅎ'라는 피드백뿐이었다.

마케터의 지옥에 도전하게 된 마린이 (4)

'아니 그럼 뭐 어쩌잖거에요?!' 사수는 나에게 화를 내버린다.

'월요일 아침부터 왜 무슨 일이야?' 팀장님이 다가와 물으셨다.


'소품이 안왔다네용~?'

사수는 갑자기 화를 감추며 팀장님에게 꼬리를 쳤다. '아 이런 게 사회생활인가'라는 생각이 순간적으로 들며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자초지종을 들은 팀장님은 뭐 그런 걸로 소란이냐며 안 온 소품 리스트를 뽑아주면 직접 사 오시겠다고 했다. 사건은 일단락되고 촬영 소품들을 챙겨 촬영장으로 이동했다. 마케터로서 촬영은 또 처음이며 어떤 워크 프로세스인지 전혀 설명도 못 들었기 때문에 걱정이 되었다. 


촬영장에 도착하자 사수는 갑자기 그곳의 사람들에게 반말로 ' 아웅 오늘 촬영 너무 많아~ ' 하며 쌩하고 들어갔고 소품을 낑낑거리며 들고 들어온 나에게 촬영장 사람들에게 소개조차 시켜주지 않았다. '이건 또 무슨 상황인가' 하며 인사하고 들어와 소품 정리를 먼저 했다. 사수는 '심미씨 저쪽에서 얼른 촬영해요~'라고 했다.

처음에 진짜 잘못들은 줄 알았다. 오늘 처음 촬영 와서 제대로 설명을 듣지도 못했는데 내가 주도해서 촬영을 하란 것이었다.

'아 저 혼자요? 직접요?'

'네 본인이 촬영 기획했잖아요.'

물론 기획은 내가 했다. 촬영 기획안에 대한 설명도 못 듣고 만들었는데, 네가 기획안을 짰으니 네가 혼자 촬영해라고 하니 더욱 아득했다. 그래 내가 기획했으니 못 할 이유도 없지, 처음이니까 어느 정도 이해해주겠지 라는 생각과 함께 같이 촬영해주시는 분과 인사를 나누고 기획한 대로 소품 준비를 했다.


이것저것 물어가며 세팅하고 촬영을 해나가고 있었고 꽤나 만족스럽게 진행하고 있었다. 광고주들이 와서 사수 쪽에서 구경을 하다가 내 쪽으로 와 결과물들을 보더니 칭찬일색이었다. ' 와 너무 이뻐요! ' , '내가 이 사진 쓸래!' 같은 칭찬을 해주시니 그래도 나쁜 길로 가고 있진 않았구나 하며 더욱 힘을 얻어서 진행을 했다. 사수는 이 상황이 불편했나 보다. 본인 촬영하다 말고 와서 '별론데 ㅎㅎ'라고 했다. 광고주들은 '왜요~ 너무 이쁜데~ '했고 나는 '어떤 부분이 별로인지 말씀해주시면 수정해서 진행할게요.' 하고 피드백을 달라고 했다.


'그냥 웃겨요.ㅎㅎ'

사수가 별로라고 한 이유는 '웃겨서'였다. 어떤 사수가 촬영장에 처음 온 본인 부사수를 소개도 안 시켜줄뿐더러 워크 프로세스를 설명도 해주지 않으며 광고주들에게 칭찬받는 것에 되지도 않는 트집 잡는 것인가. 딱히 들어야 할 피드백도 아니었기 때문에 무시하고 진행했다. 광고주들은 계속해서 칭찬하고 있으니 사수는 본인 촬영하는 곳으로 가서 '광고주님들~ 이쪽 오셔서 보셔야죠~' 하고 데려갔다. 지금 글을 쓰는 시점에서 돌이켜 생각해 봤을 땐 텃세, 질투 그런 게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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