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헌 이유
40년 이상 유지되었던 유류분 제도에 대한 위헌 및 합헌 여부를 판가름하기 위하여 헌법재판소의 공개 변론이 지난 2023년 5월 17일 진행되었습니다. 1977년 민법 개정으로 만들어져 1979년부터 시행된 유류분 제도가 거듭되는 위헌 폐지 논란으로 도마 위에 오른 결과 위헌성 여부를 판단받게 된 것이죠. 일각에서는 지금까지 유류분 제도가 헌법재판소로부터 3번에 걸쳐 합헌 결정을 받은 것과 달리 한정적이나마 위헌 결정이 나올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기도 한데요.
유류분 제도 위헌 폐지에 찬성하는 입장을 가진 분들의 주장은 이렇습니다. 먼저 장자에게 모든 재산을 넘겨주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던 장자우대 및 가부장적인 시대 분위기로 발생하는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무려 46년 전 도입된 유류분 제도의 취지가 현재의 사회적 분위기를 감안하면 무색할 수밖에 없으며, 개인의 재산권 행사를 지나치게 제한한다는 점을 주요 논지로 삼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심지어 전혀 교류가 없거나 가족 간에 폐륜에 가까운 행동을 한 자에게도 유류분 권리를 보장해 주면서 정작 보호받을 상속인이 보호받지 못하는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주장하기도 하였는데요. 이는 오히려 가족 간에 분쟁을 유발하고 해체하는 결과까지 만들고 있다며, 유류분권리에 대한 상실 사유를 규정하지 않은 것도 큰 문제점이라고 지적한 바도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이번에야 말로 유류분 제도가 위헌 폐지라는 변화를 겪을 수 있다고 언급하는 것이죠.
물론 약 10년간 상속전담센터를 운영하며 지금도 상속재산분할심판청구, 유류분반환청구 등의 소송업무를 맡아서 수행하고 있고, 꾸준히 학술연구를 통한 상속·유류분 관련 서적도 출간하는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상속전문변호사 입장에서 개인적인 의견을 밝히자면 헌법재판소가 유류분 제도 전부에 대하여 헌법에 위반한다며 위헌 폐지 결정을 내리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보고 있습니다. 아마 이번에도 기존과 같은 합헌 결정이 내려지거나 극히 일부에 대해서만 위헌 결정이 나올 것이라 전망하고 있는데요. 그 이유로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 번째, 2022년 2월에 있었던 대법원 판결에서는 여전히 유류분 제도가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밝힌 바가 있습니다. 이미 대법원에서 유류분제도가 피상속인의 재산처분을 전부 제한하는 것도 아니고, 유류분을 법정상속분의 일부로 제한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도한 침해라고 볼 수 없다며 판단한 것이죠. 물론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다를 수도 있겠지만 헌법재판관들도 대법관들과 동일한 판단을 내릴 여지가 상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 당연한데요.
두 번째, 상속의 공평을 위하여 여전히 유류분 제도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가족사에 따라서 유류분을 보장해 주는 것이 오히려 균형과 형평을 저해하는 결과로 보이는 경우도 있으나 이는 일부에 해당하고 대부분의 경우에 있어서는 그 취지에 부합하고 있다는 것이 개인적 의견에 해당하는 편입니다. 시대적 분위기가 많이 바뀐 것은 사실이나 여전히 가족 중 한 명이 많은 유산을 독차지하는 경우도 있기에 이 경우에는 피상속인의 사후 각자의 상속분을 일부 조정할 수 있는 기여분과 같이 유류분 제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죠.
세 번째, 일명 형제상속(형제가 사망했을 때 다른 형제가 상속받는 경우)의 문제점을 개선한 민법 개정안이 곧 본회의를 거쳐 시행될 것이라 예상한다는 점입니다. 부모상속(부모로부터 상속받는 경우), 자녀상속(자녀로부터 상속받는 경우)과 달리 배우자와 자녀 없이 사망한 경우 다른 형제가 상속을 받는 형제상속에 대하여 유류분 권리를 배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요.
왜 형제상속으로 인한 유류분 청구가 오히려 가족의 분란을 조장한다는 지적을 수없이 받았을까요? 이는 친형제 사이에서도 연을 끊고 사는 사람이 많은 상황에서, 정서적 유대관계가 없고 오히려 원수에 가까웠던 이복형제, 이부형제 사이에서도 유류분 권리를 인정하면서 발생한 문제점 때문에 그렇습니다. 아버지 혹은 어머니 한 분만 같은 이복형제와 이부형제 사이에서 유류분을 청구를 할 수 있으니 오히려 더 큰 문제점이 상당하였기에 지나치게 광범위한 인적 범위까지 유류분반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던 것이죠.
마지막 네 번째로 헌법재판소가 유류분 제도 위헌 폐지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고 보는 이유는 같은 대륙법계를 채택하고 있는 해외 선진국들의 사례를 살펴보아도 대한민국의 유류분반환청구권과 비슷한 개념인 의무분청구권을 인정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가족의 사후 자신에게 남겨진 유산이 일정 몫에 미치지 못하면 그 부족분에 대하여 청구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고, 특히 독일연방헌법재판소는 최근 이와 같은 규정에 대한 위헌 여부를 판단한 결과 헌법에 합치된다며 합헌 판결을 내린 바가 있었는데요.
따라서 유류분 제도를 사회적 현실에 맞도록 일부 수정하는 일이 필요하다는 말에는 동감하나 헌법재판소가 유류분 위헌 결정을 통해 전부 폐지하는 결정은 아직 시기적으로 무리라는 것이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다만 혹시라도 모를 헌법재판소의 결정과 시효 상실의 우려 때문이라도 유류분반환청구권을 행사할 필요가 있는 분들이라면 서둘러 권리를 행사할 것을 권할 수밖에 없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