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결은
여러분은 혹시 집행유예 제도에 대해서 알고 있으신가요? 형벌(刑罰)을 선고하면서 이를 즉시 집행하지 않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그 형의 집행을 미루어 주는 것으로, 집행을 유예한 기간이 경과한다면 형 선고의 효력을 상실하게 하여 형 집행을 하지 않는 것을 말합니다. 다소 이해하기가 어렵다면 징역형을 선고는 하나 조건부로 구속 집행을 하지 않고 선처를 해주는 것이라고 이해하시면 되는데요.
다만 집행유예 선고를 받은 자가 유예기간 중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아 그 판결이 확정되는 경우 집행유예 선고는 효력을 잃게 됩니다. 이 말은 유예기간 중 저지른 잘못으로 새로이 선고받은 형뿐만 아니라 이전에 집행이 유예되었던 형까지도 함께 징역형의 기간을 합쳐서 복역을 해야 한다는 의미를 뜻하는데요. 따라서 장기간 복역을 피할 수가 없기 때문에 음주운전 집행유예 선고를 받은 자가 재범을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행동이라고 지적할 수 있습니다.
또한 집행유예 기간이 끝나기 이전에는 다시 집행유예의 선고가 불가능하기에 오직 벌금형의 선처를 받는 것만이 징역형의 실형 선고를 피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그래도 집행유예 기간이 무사히 경과한 상태에서 판결을 선고받을 수 있다면 이론적으로는 다시 형의 집행을 유예하는 선처가 가능할 수 있으나 단기간 내에 재범했다는 양형적인 요소를 감안할 때는 사실상 이러한 선처는 불가능한 쪽에 가깝다고 보셔도 무방합니다.
실무적으로 법원의 판결 성향을 살펴보면 무려 10년 전에 음주운전 집행유예 선고를 받은 자가 재범한 경우에도 징역형의 실형 선고를 할 정도로 대단히 불리한 양형요소로 평가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그렇기에 판결이유를 적시한 판결문에도 ‘피고인은 과거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전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재범하였다’는 표현이 단골 문구로 자주 등장하는 편입니다. 반대로 그러한 이력이 없다면 ‘피고인은 벌금형을 초과하는 전력이 없다’며 형의 집행을 유예해 주는 경우가 많지요.
이처럼 집행유예는 인생에서 단 한 번뿐인 선처라고 이해하셔도 무방할 정도로 마지막 경고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하였습니다. 이제 더 이상은 범죄를 저지르지 않고 모범적인 사회구성원으로 살아갈 것을 기대하며 마지막 선처를 해주는 것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죠.
그런데 남들은 1회 이상 얻기 힘든 이러한 선처를 2회나 받았음에도 다시 재범을 한 자가 있다면 과연 결과를 어떻게 예측할 수밖에 없을까요? 당연히 무조건 ‘구속’이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도 상당히 장기형으로 말이지요.
하지만 필자가 담당했던 사건 중에 하나는 이미 음주운전 집행유예 선고를 2회나 받았음에도 다시 재범하였으나 뜻밖의 결과를 만든 사례가 존재하는데요. 과연 이 사례에는 어떠한 비밀이 숨겨져 있을까요? 한 번 이야기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의뢰인 ㅂ 씨는 술이라면 사족을 못 쓸 정도로 그를 아는 주변 지인들에게는 이미 유명한 애주가였습니다. 그런데 ㅂ 씨는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고 술을 마시는 과정에서 몇 가지 실수를 저지르는 경우가 있었는데요. 그중에 하나가 술에 취한 채 자꾸만 운전대를 잡는 행동이었다고 고백했습니다. 사업체를 운영하던 ㅂ 씨는 여러 이유로 사람들을 접대할 자리가 많았고 그 자리를 마치면 대리기사를 부르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고 본인이 직접 운전대를 잡는 실수가 많았던 것이죠.
당연히 ㅂ 씨는 경찰단속도 수차례 당하였고 그나마 다행인 점은 음주운전을 가벼이 여기던 사회적 분위기와 법조계의 양형기준 때문에 다행히도 구속을 당하지 않고 수차례 선처를 받는 것에 그친 사실이 있었습니다. 그랬던 탓일까요? 이미 음주운전 집행유예 선고를 2회나 받은 일이 있었던 ㅂ 씨는 불과 몇 년 만에 다시 술을 마시고 운전을 하다가 경찰단속을 당하고 말았던 것입니다.
처음 ㅂ 씨의 사연을 접하였을 때는 이미 윤창호법이라는 이름으로 음주운전 처벌기준이 크게 강화된 시점이었기에 최근 법원의 양형기준을 감안하면 구속을 막는 것이 너무나 힘들 것이라고 답변하였습니다. 의뢰인이 바라는 결과를 만드는 일에 자신감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것이 객관적인 사실이기에 솔직한 답변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죠. 물론 더욱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구속을 방어한 경험은 있었으나 분명한 것은 그 어떠한 변호사라도 결과를 자신할 수 없고 엄벌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점은 명백했습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어려운 것과 포기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고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라고 할지라도 이론적으로 선처의 가능성이 열려 있다면 재판부를 충분히 설득할 경우 분명 기회를 얻는 것도 가능하였습니다. 실제로 필자가 담당했던 사건들 중에서는 집행유예기간 중 음주무면허 상태로 사고를 내고 도주한 사례에 있어서도 치열한 변론 끝에 구속을 방어한 경험이 있기에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는데요.
그렇기에 ㅂ 씨의 적극적인 협조를 얻어 다행히도 집행유예 기간을 도과한 상태에서 재범을 한 것이고 비록 과거 여러 번의 범죄 전력과 선처에도 불구하고 다시 재범에 이른 것은 사실이나 운전 경위에 있어서 참작할 점이 있으며 스스로도 갱생의 의지를 불태우며 재범하지 않을 것임을 약속하고 있다고 변론하였는데요. 그저 말로만 반성하는 태도를 보인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계획을 설정해 다양한 노력을 실천하고 있음을 적극적으로 보여주는 일도 병행하였습니다.
이에 재판부도 그 노력을 가상히 여기며 비록 과거 범죄 전력을 감안할 때 징역형의 실형 선고가 불가피한 것은 사실이나 진정 마지막으로 갱생할 것이라 믿고 선처를 한다며 다시 '음주운전 집행유예 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 그렇게 ㅂ 씨는 최후의 선처를 얻는 일에 성공하였죠.
저는 항상 이야기합니다. 아무리 변호사가 뛰어난 능력이 있다고 할지라도 의뢰인 스스로도 반성의 태도를 보이며 변호사에게 협조를 하여야 기대했던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이죠. 결국 이 사례는 필자의 전문성과 경험도 분명 크게 작용하였지만 의뢰인의 역할도 상당하였기에 가능했던 사례라고 언급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