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를 내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현장에서 이탈하면 흔히 뺑소니에 해당합니다. 흔히 아는 바와 같이 뺑소니는 대단히 심각한 범죄로 강한 처벌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같은 뺑소니 범죄라고 해도, 사람이 다치게 하고 도망친 경우에 처벌받는 형량과 자동차나 도로 위에 물건만이 손괴된 경우에 처벌받는 형량을 똑같이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관련 법률은 이점을 고려해서 사람이 다친 경우에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에 따라 도주치사상죄로 처벌하고, 사람이 다치지 않고 물건만이 손괴된 경우에는 도로교통법에 따른 사고후 미조치죄로 처벌하고 있습니다.
처벌이 규정된 근거 법률이 특정범죄 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과 도로교통법으로 다르다는 것에서도 이 두 행위는 범죄 성립의 구성요건과 처벌 수준에서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사고가 났을 때 사고를 수습하는 구호조치를 해야 하는 것은 같지만 그 내용에는 약간 차이가 있는 것이라고 소개하였는데요.
우선, 도주치사상죄는 뺑소니라는 말이 어울리게 사고를 내서 사람을 다치게 하고, 그 사람에게 아무런 구호조치를 하지 않을 때 성립합니다. 구호조치는 사고 이후에 119나 경찰을 불러 사고 수습조치를 하는 것을 포함하여, 사고를 낸 사람이 누구인지를 알 수 없게 도주하는 것도 포함됩니다.
즉, 사고 이후에 사람을 다치게 한 것을 알면서도 자기 신원을 밝히지 않고 현장에서 도주해 버렸다면 유죄가 성립하는 것입니다. 더불어 사고 수습을 했다고 할지라도 경찰이 도착하기 이전에 단속을 피하려고 현장을 벗어난 경우에도 유죄로 판단한 사례가 있음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사고후 미조치도 비슷한 구성요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고가 난 다음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현장에서 그대로 이탈하는 경우에 성립하는데요. 차이가 있다면, 단순히 물건이 부서진 것을 넘어서 도로에 파편이나 잔해가 흩어져 있어서 교통흐름에 장애가 발생하는 상황이어야 한다는 요건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왜냐하면 도로교통법은 사고 이후에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행동을 형사처벌하고 있는데, 사고후 도로 위에 잔해나 파편이 없어서 교통흐름에 아무런 장애가 없다면 조치를 취할 필요가 없어서 무죄가 인정되기 때문입니다. 다만 최근 단속을 피해 도망간 경우에도 그 자체만으로 교통흐름에 장애를 초래했다며 유죄로 판단한 사례도 있으니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이런 점을 고려한다면 사고후 미조치 뺑소니 범죄혐의를 받는 경우에는 1. 우선 사람이 다쳤는지 여부, 2. 사람이 다쳤다면 사람을 다친 것을 자신이 인지하였는지 여부, 3. 사람이 다치지 않은 경우에는 도로에 사고수습이 필요한 정도로 교통흐름에 장애가 생기고 있었는지 여부 등을 면밀하게 검토하고 자기에게 유리한 사실관계를 적극적으로 주장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이런 내용을 아래 사례에 대입해 볼 수 있습니다.
A는 술을 마시고 운전하다가 신호를 잘못 보고 좌회전을 하여 마주 오던 B의 차량을 그대로 추돌하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속도가 빠르지는 않았기 때문에 큰 추돌은 아니었습니다. A는 사고 직후에 사고를 수습하기 위해서 하차하였지만, 이내 곧 자신의 상태가 술에 취한 상태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꼼짝없이 형사처벌받게 될 것이라는 뒤늦게 깨닫고는 그대로 현장에서 도주하고 말았습니다. A는 B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자택을 방문하게 되었고, 거기서 음주측정을 요구받아 도주치사상죄, 사고후 미조치죄, 음주운전죄 혐의로 형사재판을 받게 되었습니다.
A는 예상했던 것보다 더 큰 혐의를 받게 되자 교통범죄전문변호사인 저에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저는 몇 가지 쟁점이 되는 부분을 지적하였습니다. 우선 음주운전을 하고 도주한 것은 잘못이었지만, B가 제출한 진단서에는 전치 2주 정도의 찰과상 정도의 상해 내용만 기재되어 있어, 사람이 상처를 입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볼 수 있었습니다.
도주치상죄는 1년 이상 징역 또는 500만 원 이상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지만, 사고후 미조치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서 형량이 대폭 낮아지기 때문입니다. 또한 사고후 상태가 B의 차량이 이동이 불가능한 상황이 아니었고, 사고로 발생한 비산물이 따로 없기에 교통흐름에 장애가 발생하였다고 볼만한 사정도 없다고 보였습니다.
이런 사실이 모두 인정되면 무거운 형량의 범죄성립은 피하고 B의 차량을 손괴한 것을 배상하고 음주운전으로만 처벌받을 수 있었습니다. 더불어 B와 합의하고 여러 유리한 양형요소를 적극적으로 주장한다면 예상되는 형벌보다 현저히 적은 처벌만 받는 것으로 사건을 종결할 수 있었기 때문에 변론에 최선을 다하였습니다.
다행히 재판부도 사고 충격이 매우 가벼웠고 B가 제출한 진단서에 기재된 상해 내용이 무척 경미한 사실과 당시 현장이 심야로서 다른 통행 차량도 없었고, 도로 위에 파편이나 잔해가 흩어져 있다고 볼만한 사정도 없고, B의 차량도 정상적인 운행이 가능하였다는 점을 인정하여 음주운전에 대해서만 유죄로 인정하고 벌금형의 선처를 결정하였는데요.
필요한 법리적 주장을 적절히 펼친 것도 유효하였지만 A는 B로부터 용서를 받았고, 음주운전에 대한 부분에서도 음주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스스로 수강하고,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는 반성문을 제출하는 등 여러 양형상의 노력도 병행하였기에 가능했던 선처였습니다.
이처럼 사안에 따라서는 필요한 법률주장을 통해 사고후 미조치 뺑소니 처벌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소명해 모든 혐의를 벗는 것이 가능하였는데요. A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자신의 사안을 법률적으로 명확히 평가를 해보면 범죄가 성립하지 않을 경우도 존재하였습니다.
따라서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당황하지 않고 사고후 미조치 뺑소니 처벌 사건을 다수 해결한 전문 변호사에게 조언을 구한 뒤 그 조언에 따라 적절한 방어권 행사에 나서는 것이 필요하겠습니다. 아무리 심각한 혐의라도 잘 뜯어본다면 혐의를 벗을 수 있으니 결코 포기하지 마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