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튜브, 텔레그램, 트위터(X),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에서 정상적인 재택근무 아르바이트로 위장한 홍보에 속아 보이스피싱 사기 범행에 가담하는 피해 사례가 수없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부업이나 대출을 알아보던 분들이 이러한 속임수에 넘어가 계좌 및 통장대여를 통해 자신도 모르게 수거책, 인출책, 환전책 등으로 이용당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수법도 다양하여 자신의 계좌로 가상화폐 대리구매나 외화 환전 등의 업무 처리를 하고 거래금액의 1~3%에 해당하는 수수료를 받는 경우부터 저금리 및 추가 대출을 위해 허위 실적을 만든다는 이유로 계좌나 통장대여 등 금융정보를 제공하는 경우까지 다채롭습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실명계좌를 마치 대포통장처럼 제공하는 방식으로 범행에 이용당했다는 점인데요.
물론 대다수의 분들은 다급하고 순진한 마음에 상대방의 거짓말에 속은 것뿐이지, 보이스피싱 사기에 가담할 의도가 있었던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실제로 상당수의 분들은 약속했던 대가도 받지 못한 채 자신의 모든 금융계좌가 동결되어 지급정지가 이루어지는 피해만 받은 분들이 허다합니다. 그래서 수사기관에 본인도 속아서 피해를 본 사람이라는 점만 잘 이야기한다면 큰 문제없이 이 상황을 빠져나갈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계좌 및 통장대여 등 자신의 금융정보를 타인에게 제공하는 행동은 그 자체만으로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에 해당하고, 최근 사법부는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약칭: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위반 혐의까지 적용하여 엄히 처벌하는 범죄 유형에 속합니다. 실제로 초범도 피해규모에 따라서 구속을 당하는 경우가 많고 피해자로부터 거액의 손해배상 청구를 당하기도 합니다.
물론 과거에는 속아서 통장대여를 한 것이라면 여러 구체적인 내용에 따라서는 무죄를 결정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았습니다. 설사 유죄를 인정한다고 할지라도 악의적 고의를 가지고 범행에 가담한 것이 아니라며 선처를 결정하는 일들도 상당하였습니다. 그래서 큰 탈 없이 무사히 사건이 끝나는 경우가 많았던 것도 사실입니다. 실제로 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 제가 담당했던 여러 사건들이 그러했으니까요.
하지만 마치 대포통장처럼 사용될 수 있도록 계좌대여를 통해 수거책, 인출책, 환전책 등의 역할을 수행하는 일이 빈번하자 무고한 피해가 끊임없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는데요. 결국 사법부도 이를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 양형기준 강화 방침을 마련하였고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을 적극적으로 적용하며 엄벌에 처하는 일이 급증하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가 지금의 현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 법원은 자신의 계좌 및 통장대여를 통해 금융정보를 제공한 A 씨에 대해 징역 1년을 선고하였는데요. A 씨는 자신은 정상적인 업무라는 말에 속아 지시사항에 따른 것이지 결코 범죄라는 인식이 없었다고 억울함을 주장하였으나, 법원은 보이스피싱 사기로 편취한 금액을 자신의 계좌로 받아 조직에 전달한 환전 송금책 역할을 한 A 씨에 대해 최소한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며 유죄로 판단하였고 피해금액이 1억 원에 달할 정도로 상당하다는 점을 근거로 실형을 결정하였다며 양형이유를 밝혔습니다.
더불어 계좌 및 통장대여 이후 불법수익금을 범죄 조직에 전달하는 역할은 보이스피싱 사기 범행의 완성을 위한 필수적인 업무이고 가담 정도도 결코 가볍다고 볼 수 없다는 점에서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는데요. 특히나 억울함만 항변하며 범행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고 있고, 이러한 사기가 불러올 사회적 해악, 피해자의 수를 감안할 때 실형 선고는 정당하다고 이야기하였습니다.
정상적인 재택 부업 아르바이트, 투자, 대출 등이라는 말에 농락당해 전과자가 되고 보이스피싱 사기로 처벌을 받는 것도 억울한데 피해자에 대한 민사상 손해배상까지 자신이 해야 한다는 말을 들으면 너무나 당황스러울 겁니다. 그 금액도 적게는 수백만 원에서 많게는 수억 원에 달하는데, 자신은 써보지도 못한 돈을 보이스피싱 총책 대신 갚아야 한다니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밖에 없는데요.
하지만 민법상 불법공동책임 원칙에 따라 가해자들은 모두 연대하여 피해자에게 배상할 책임을 부담할 수밖에 없고, 피해자는 이 중 한 명에게만 모든 피해를 배상하라고 요구할 권리가 있습니다. 물론 이 경우 다른 가해자들의 몫까지 피해를 배상한 가해자 중에 한 명이 다른 가해자들을 상대로 구상 청구를 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추심 가능성은 0%에 가깝습니다. 속된 말로 ‘독박’을 쓴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것이죠.
사실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외국에 거점을 두고 범죄 수익은 은닉했을 것이 자명하고, 이미 신용불량자나 노숙자의 명의로 위장한 총책보다는 신원이 확실하고 언젠가는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영위할 가담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것이 조금이라도 추심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기에 불가피한 선택일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 제가 반대로 피해자 측을 대리하는 경우에도 그러한 선택을 내리고 있고요.
아마 정상적인 업무라는 말에 속아 통장대여를 했다가 심상치 않음을 눈치를 챈 순간은 자신의 금융계좌가 지급정지가 되며 동결된 순간일 겁니다. 그렇다면 이는 피해자의 신고가 이루어졌다는 것을 의미하고 곧 사건을 접수받은 경찰에서도 출석요구를 할 것이 자명합니다. 그래서 대부분은 다급한 마음에 충분한 준비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경찰서에 서둘러 출석해 잘못된 진술을 하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이 ‘진술’ 하나에 여러분의 운명이 걸려 있다는 점만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만약 조금이라도 미필적 고의를 인정할 수 있는 불리한 진술을 할 경우 결코 유죄를 피해 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우호적인 태도로 접근하는 경찰에게 마음을 풀고 유도심문에 넘어갈 경우 아무리 변호사를 선임해 대응한다고 할지라도 해결은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보이스피싱 사기에 연루되었고, 역시나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변호사 도움을 받지 못하는 분들이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오히려 총책은 변호사를 선임해 자신의 책임을 피해 가는 상황에서 총책에 속아 범행에 가담한 이들은 금전적 어려움 때문에 제대로 도움을 받지 못해 피해를 키우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죠. 당부하자면, 자신의 운명이 걸려 있는 중대한 문제이고 더 큰 경제적 손실이 다가올 수 있는 상황이므로 최소한 관련 업무에 정통한 변호사와 법률상담 정도는 꼭 받아보실 것을 권해 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