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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노이 민언냐 Oct 26. 2023

감성 카페 옆의 빨간 닭장 인 하노이

베트남 보양식 문화              일러스트 by하노이민언냐

프렌치 시크를 표방한 갬성 카페를 뒤흔드는 너의 목소리! 꼬꼬댁! 꼬꼬꼬꼬!

카페 앞의 탁 트인 호수 풍경

하노이로 오며 경제활동도 잠정 스톱되었지만 안식년이란 일생일대의 휴식도 획득했다. 그리고 10여 년 넘게 따라붙던 악습관인 폭식 대신 운동과 커피타임이 자리 잡았고 말이다. 한국에선 ‘논-카페인’적 삶만 고집했지만 ‘세계 원두 수출국 2위’ 앞에 무릎을 꿇고야 말았다. ‘응온 람’(ngon lắm, 너무 맛있어)! 베트남 커피는 못 참아요~ 게다가 2 - 3천 원에 푸른 녹음 한가득한 뷰와 2 - 3시간 뭉갤 수 있는 가성비까지! 이러니 안 반해? 베트남 커피를 즐기지 않는 자, 유죄! 이날도 해외여행의 솔메이트, 구그리(구글 맵)를 돌려 C 카페로 갔다. 탁 트인 호수 앞에 위치한 C 카페는 높은 별점에 리뷰도 좋았다. 모던한 감성 카페도 취향저격! 하지만... 입구에서 차마 이겨내지 못했다. 멋진 카페를 코앞에 두고 주춤주춤 뒷걸음질 친 사연, 들어보시겠습니까?

이름도 감성이 뚝뚝

쉴 새 없이 우는 닭들과 피로 얼룩진 대형 나무 도마! 이것이 현대판 호러 무비?!


고지가 눈앞 아니 커피가 눈앞이었지만 후퇴하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 밥은 포기해도 커피만은 사수하는 1인이 말이다. 범인은 길목의 닭장과 닭 잡는 여인들이었다. 시뻘건 피를 가득 채운 양동이와 쉴 새 없이 내려치는 도마질! 그리고 피 가득한 양동이를 비워내며 번쩍이는 칼을 든 여인들이란! 이걸 이겨낼 자, 누규? 말없이 휘두르는 번쩍이는 칼날 앞에서 의연할 수 있는 한국인이 있다면 손을 드시오! 비주얼도 그렇지만 비릿한 피 냄새를 체험한 건 처음이다. 사실 도착하고 바로 자리를 뜬 건 아니다. 예상치 못한 시각, 후각 쇼크에 발꿈치를 들고 축지법을 장착! 쏜살같이 닭장을 지나 카페로 대피해 보는 노력도 해봤다. 20여 분을 달려 찾아온 카페이니 문고리는 잡아봐야지, 하는 본전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문을 열자 완전히 다른 세계가 펼쳐졌다. 순간이동을 한 듯 180도 달라진 아우라! 방금 본 건 뭐였죠? 이질감 마저 들었다. 잔잔한 호수를 배경으로 커플들이 꽁냥꽁냥 데이트를 즐기고 있었다. 장밋빛 로맨스에 자리를 비집고 앉아볼까 고민까지 들었지만.. 장르 전환은 빠르게 진행되었다. 이내 들려오는 짱짱한 닭 울음소리가 머리를 때렸기 때문이다. 역시 시각은 몰라도 청각까지는 어쩌지 못했다는 게 함정! 결국 카운터로 가기도 전에 유턴! 곧장 나왔다. ‘하이 베 냐’(Hãy về nhà!), 레츠 고 홈을 외치며 말이다.

오토바이는 케이지를 싣고!!


동물을 실은 케이지는 도로에서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처음 하노이에 왔을 닭은 물론 개, 고양이, 오리 등의 동물들이 철장이 운반되는 걸 보고 충격을 받던 아이들! “엄마, 저거 봐! 악~ 돼지다! 닭이다!” 고함을 지르고 소란을 피우던 아이들에게 의연한 척 담담히 반응했지만, 어른에게도 강렬한 장면으로 남아있다. 고백컨데, 지금까지도 적응이 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런 장면은 특별한 시장이나 도로에서만 접하는 게 아니다. 레지던스 근처의 작은 재래시장에서도 하노이 대로에서도 종종 볼 수 있다. 특히 알아주는 꽃순이는 일주일에 한 번, 꽃을 데리러 간다. 재래시장의 꽃집은 서너 군데로 화사하게 핀 장미가 주력 상품이다. 하지만 고개를 조금만 돌리면 바로 건너편에서 떼 지어 모여 앉은 그들을 볼 수 있다. 상큼한 꽃들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여기서 한국 아줌마는 철학적 깨달음에 고개를 끄덕끄덕~ 세상은 자고로 양면성이 공존하는 법이지. 하지만 깨달음은 잠시 뒤로 하기로 한다. 지금은 두 눈 질끈 감고 꽃다발에 코를 박읍시다~

보양식의 어나더 레벨에 도망치는 아저씨!


베트남에서는 ‘고양이’, ‘개’를 즐겨 먹는다. 특히 무더운 여름을 앞두고 보양식으로 인기가 많다. 한국인이 삼계탕이라면 베트남은 ’ 개, 고양이 고기‘를 먹어 초여름에는 그야말로 없어서 인기 폭발! ‘갈매기’ 고기를 넣은 분짜는 일상이며 ‘고양이, 개고기‘ 거리도 있다. 고기는 알겠는데 이보다 더 기상천외한 식문화로 충격에 허덕인 중년의 아저씨가 있다. 이웃집 아줌마보다 드문드문 만난다는 ‘남편님’이시다. 그는 회사의 ‘직원 역량 강화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하노이에서 장기 교육을 받은 적이 있다. 한인회가 개최하는 문화 교류행사에 참여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했다. 유치부 남매를 독박 육아하느라 다크서클이 지구 내핵까지 치닫던 부인과는 달리 화려한 셀럽의 삶을 영위한 그! 하지만 이것도 금세 그만두게 되었다. 가장 큰 원인은 부담스러운 귀빈대우였다. 이날도 남편은 극진한 대접을 받았다. 모두가 반기고 인사를 나누며 분위기가 피크로 치닫았다. 그때 베트남 주체자가 야심 찬 이벤트를 개시했다. 행사라면 누가 뭐래도 ‘드링크’ 아닌가. 하지만 이날의 드링크는 아주 특별했다. 남편 앞에 한 사발의 수상한 액체(?)가 똿! 만물에 의심부터 하는 내추럴 염세주의자인 그는 직감했단다. ’ 도망치자!‘ 목숨의 위협을 주던 시뻘겋고 끈적한 액체는 바로 ’ 블러드 옵 덕‘, 오리 피였다. 즉석에서 곱게 짜낸 후레쉬한 블러드가 두둥! 최고의 손님 대접은 가문의 영광이었지만 남편은 사색이 되어 도망쳤다. 그 뒤로 왠만한 자리는 피하게 된 그는 지금까지 오리고기하면 ‘핏빛’ 사발의 전설을 무용담 마냥 풀어낸다. 이외에도 껀터 지역의 ‘쥐시장’도 유명한데, 물론 퇴치하는 쥐가 하니라 ‘식용 쥐’라는 게 함정이다.

키우는 쵸 꼰(chó con 강아지) 따로, 먹는 꼰 쵸(con chó 개) 따로?


하노이에 살면서 발견한 특이한 점이 있다. 바로 애완동물의 천국이기도 하다는 거다. 특히 동물 카페가 넘치게 많다. 보양식으로 고양이, 개 등을 거리낌 없이 판매, 소비하지만 반면에 러블리 강아지, 고양이가 꼬리 흔드는(사실 주인화되어 인간에게 무심하기 일쑤지만..) 동물 카페도 많다. 평화롭게 가게를 거닐거나 낮잠 자는 모습에 속세에 찌든 시커먼 마음까지 환해지는 기분마저 든다. 힐링이란 이런 거죠~ 인간보다 안락한 자태로 한가로운 그네들의 삶에 질투가 일 정도다. 포동포동 볼륨감 있는 체구, 반질반질 윤기 터지는 털을 보면 사진 백 장, 쌉 가능! 생명을 향한 없던 애정도 퐁퐁 솟아난다. 이런 아이들을 앞에선 감히 보양식 즐비한 먹자골목은 상상 조차 할 수 없다.  

베트남엔 더 맛난 정상적인 식량이 차고 넘치잖아요!


시즌별 과일만 챙겨 먹어도 버터 냄새 가득한 고소한 빵만 뜯어먹어도 10킬로는 금세 찌는 베트남이다. 베트남 요리가 맛있기로 유명한 건 두 말하면 입 아프지 말입니다. ‘플리즈 돈 잇 뎀!’ 내적 비명을 지르기를 수천만 번이지만…… 한꾸억(hàn quốc, 한국)도 과거 개시장 보유국이었잖아요? 이런 과거에 괜히 찔려서 무조건 비판하기도 그렇다고 찬성도 하지 못하는 자신을 마주하곤 한다. ‘프라이드치킨 데이’인 금요일만 보고 사는 쩡이와 쭌이를 떠올리면 나 또한 떳떳하지 못하다. 인간이란 얼마나 모순된 존재인가. 앞과 뒤가 다른 이중성을 깨닫는 순간이다. 허기진 배는 양심보다 위급해서, 닭장 속 눈 풀린 녀석들은 외면해도 양념반 프라이드반은 포기 못하는 나란 뇨자! 케이 치킨은 사랑입니다. 엄지 척!

애완동물을 보양식으로 먹는 베트남이지만 요즘 이를 규탄하고 개, 고양이 고기 시장과 소비를 막자는 목소리도 있다. 베트남 수의사 협회는 신문을 통해 도축하는 문화가 없어지길 촉구하는 기사를 개재하는 등 소신발언도 꾸준히 하고 있다.

Vietnam Nesw 신문 기사

하지만 환절기면 보양식 붐이 일어 소비자의 의식 변화에만 의존하기엔 무리가 있어보인다. 베트남 정부의 적극적인 규제가 ‘도축의 나라’라는 오명을 벗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너무나도 논 비건인 우리 가족은 이번 프라이데이도 프라이드치킨, 옴뇸뇸 확정이지만, ‘쉬잇~’ 우리만 아는 비밀로 해요!

피. 에스. 아기자기 소녀 감성으로 핫한 d 카페 또한 닭도축장이 바로 앞이다. 도축장 옆 감성 카페, 하노이라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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