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국공통, 세대 불문한 여심 스틸러는 울퉁불퉁 박력 넘치는 팔뚝 핏줄! 하노이의 I 호텔 헬스장에도 야무진 핏줄로 매력 어필하는 이가 있다. 단, 40대 케이 아줌마라는 치명적 반전에 주의하자.
아침 6시 기상, 6시 45분 두 아이와 대화 쏙 빠진 급한 조식, 7시 30분 학교 셔틀버스를 탄 아이들에게 뜨거운 안녕 투척 그리고 헬스장! 이상, 하노이의 흔한 아침 일상이 되시겠다.
‘탁월함은 행위가 아닌 습관’이란 명언을 남긴 아리스토텔레스! 그의 관점에서 나를 설명하자면 ’ 운동, 간헐적 바이올린 연습! 책, 베트남어 사전을 안고 카페로 달려, 브런치와 블로그 쓰는 척하다가 8할은 딴짓, 저녁 준비와 홈트, 하루 마감은 반신욕인 인간’쯤으로 브리핑될까. 한마디로 ‘하노이, 노세 노세 베짱이‘란 말씀~
삼보 세 오토(xe ô tô, 자동차)가 원칙!
헬스장 이외의 모든 육체활동은 최소화된 나란 인간! 승강기 버튼 누르기가 가장 주체적인 액션으로 불릴 정도다. 사실 운동은 다이어트의 경지를 넘어섰다. 그거 클린한 삶에 더 가까워지기 위한 운동이다. 한국에서도 헬스장을 다녔지만 지금의 성실함 맥스를 치는 운동양은 한인 타운으로 이사오고 시작되었다. 강제 포기된 산책의 갈증을 러닝머신에서 푼 게 발단이 되었고 말이다. 안 하면 모를까 한번 하면 진지한 광기로 성실함을 가장한 집착의 끝을 보이는 목적 지향주의자! 루틴은 50 - 60분 유산소(파워 워킹, 경사 추가)와 30 -40 분 웨이트를 해내면 세상을 정복한 듯 뿌듯함에 젖어 으쓱해진다.
움찔대는 하관은 힘들어서가 아니야! 앙 다문 입은 숨차서가 아니다! 몬스타 X의 셔누 춤사위에 취해 이성과 본능사이에 위태로운 줄타기를 하는 중이다.
딸에게도 일급비밀인 ’너튜브 히스토리‘! 낯선 당신과 공유하고 싶지 않습니다만……
사실 단백질..아르기닌도 다 먹습니다.
헬스에서 필요한 건 뭐다? 보충제? nope!(운동 직전, 아르기닌부터 입에 털어넣지만…) 수건? không!(개인 손수건을필참하지만!) 집 나간 흥을 끌어올리는 케이팝 아닙니꽈~
운동 메이트는 누가 뭐래도 아이돌이다. 운동 효율성을 위해 눈 뜬 아이돌사랑은 중독 수준으로 변질되고 있지만 말이다. 충만한 록 스피릿에구르는 돌맹이에도 불만을 품던 10대 소녀였다. 그때의 내가 지금의 날 본다면 변절자라고 손가락질하겠지. H.O.T? 젝키가 뭐죠? 먹는 건가요? ‘너바나’나 ‘섹스피스톨즈’의 테이프, 시디를 숨겨 들을지언정(야자시간에 섹스피스톨즈를 듣다 선생님께 압수당한 슬픈 기억이.. 또르르~) 아이돌은 아웃 옵 관심이었다. 날조한 엄마의 사인으로 자율학습을 빠지고 ‘크라잉넛츠’나 ‘노브레인’, ‘윤도현밴드’, ‘자우림’ 공연만 쫓아다닐 정도였으니 말이다.(마미, 암쏘리 벗 알라뷰!) 지금은 케이팝 없이 운동은 불가능할 정도로 빠졌다. 인생 역주행이란 이런 걸까요. 신나는 춤사위와 가창력, 멋진 자작곡 실력에 비현실적인 비주얼까지! 탄탄한 이두박근, 광배근은 쉽지 않지만 몬스타 X와 세븐틴, 투바투가 함께라면 어떤 역경도 견뎌낼 수 있어! (한 달에 한 번꼴로 최애 호환율이 빠른 편.. 쿨럭) 그런데 말입니다. 여느 때처럼 너튜브를 시청하며 충실히 덤벨을 들던 그날! 갑자기 전깃불이 어두웠다가 밝았다가 반복되었다. 조명 문제인가 싶더니 범인은 따로 있었다. ‘유 아 낫 얼론~’ 등뒤에 숨소리를 죽인 채 뜨거운 눈빛을 보내는 이가 있었다. “누구냐, 넌! “ 그림자는 곡이 끝날 때까지 함께 했지만 큰 볼륨 탓에 뒤늦게 기척을 느낀 것이다. 호다닥~ 뒤를 돌아보고 마주친 세상 은은한 눈빛이란! 등줄기를 타고 돋은 소름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뒷짐 진채 선 50 대를 넘긴 비주얼의 아저씨! ‘헙!’ 필터링 없는 외마디 비명과 함께 강력한 안구레이저 발사! 아저씨도 뒤로 물러서더니 자리를 떴다. 얼굴의 점도 뺄 뜨거운 레이저에 후퇴하지 않을 자는 없지. 지하철 옆자리 승객의 폰도 훔쳐보지 않는 게 국룰이다. 광활한 헬스장에서 수고하여 몸을 틀어 보이는 뜨거운 관심은 각자의 가슴속에 간직하기로 약속~
옷 속에 숨겨진 근육? 오동통한 배가 까꿍! 베이비 머슬은 넣어둬! 시각 폭행으로 고통받는 건 보는 이의 몫이니깐요.
레이저 눈빛 사건 후, 흐릿한 눈빛의 나는 주위를 조금씩 살피는 조심성을 장착하게 된다. 조카 아니 아들뻘 아이돌만 보는 변태성을 누군가에게 들킬지 모르니 말이다. 그리고 알게 된 사실 하나! 베트남 사나이들은 몸부심이다. 누구나 몸짱을 향한 야망을 품지 않나. 특히 여름 직전엔 베트남도 헬스 붐이 인다. 6월을 기점으로 회원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것이다. 암요~ 여름의 압박은 국경을 초월하는 법이지. 사실 동남아국가는 훌렁훌렁 상탈이 일상다반사다. 하지만 야외한정이라고 생각한 게 실수였다. 실내에서도 상탈 본능을 드러낼 줄이야. 과감한 누드에 놀라고 태초에 주어진 솔직한 D자 형 복부에 두 번 놀랐다. 쭌이 만 세 살 때 배 뒤로는 10 년 만에 리얼 직관한 것이다. 일생이 비운동자임을 증명하는 베이비 머슬이란! 그 근자감, 리스펙트! 하지만 고통받는 건 마이 아이즈! 두 눈 질끈 감아 시각은 막아도 찰싹찰싹 찰진 두드리는 청각 어택에는 속수무책이다. 거울 앞 배를 깐 채 울려 퍼지는 찰싹임이란! 유독 핫했던 올여름, 지난 4년보다 헬스장에서 더 많은 상탈을 목격한 거 실화냐. 거친 호흡과 큰 추임새 그리고 텅텅 바닥을 깨버릴 듯 내려놓는 기구소리에 심장이 내려앉는다. 거기에 쓰던 덤벨을 정리하지 않는 당당함은 덤이다. 다행인지 온 헬스장을 쩌렁쩌렁 채우던 아저씨 부대는 10월부터 줄어들었다. 헬스장 운영진에겐 신로이, xin lỗi! 하지만 가을바람에 감사하는 중이다. ‘시간이 약’이란 말을 이럴 때 써도 되는 걸까.
정리란 없는...
저세상 텐션의 현란한 운동 패션! 눈 부시게 찬란한 컬러와 노출의 향연! 소심한 한국인은 작아진다.
주로 가는 아침 7시 반 - 10시 사이는 남여 운동자의 비율이 3대 7! 물론 아침 7시 전과 저녁 6시 반이후는 남성의 수가압도적이다. 각자 다른 신체조건을 가진 만큼 운동복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모든 패션에 진심인 나의 옷장은 운동복 칸이 있을 정도다. 하지만 의외로 소심한 유교 헬린이! 운동화부터 상하의까지 블랙 앤 화이트만 고집한다. 오히려 화려하고 다양한 '남의 헬스복'에 대리만족을 느끼지 말입니다. (음흉했다면 신로이) 특히화려한 패션으로 유명한 베트남 여성들은 그 감성을 운동복에도 고스란히 드러낸다. 노출과 컬러, 디자인에 몹시 개방적이다. 옷감보다 스킨이 더 잘 보이는 과감함에 남몰래 얼굴을 붉힌 적도 많다. 물론 보여줄 것 없는 (전형적인 아시아 여성) 비루한 상체의 소유자에겐 놀라움을 넘어 부러움도 솟는다. 색상도 다양하다. 저 세상 텐션의 핫 핑크, 퍼플,안구 피로를 부르는 강렬한 오렌지까지! 이번 생에 볼륨은 안되지만 밝은 컬러만은차용해 볼까. 용기를 얻어 흑백에서 일탈하려고 노력 중이다. 그레이, 블루, 옅은 핑크와 그린의 상큼한 상의도 도전했다. 그랬더니.. 호랑이 기운이 솟는다. 밝은 컬러로 회복하는 생기란! 물론 요동치는 레인보우와 허리케인 패턴의 그녀들을 따라가기엔 한참 뒤쳐진다. 특히 가질 수 없는 볼륨감에 쓰디쓴 치어스를 날리며 조용히 뒤돌아서지 말입니다.
올블랙에서...
미묘하게 밝아지는 중
아직.. 그녀들 발끝도 못따라가지만요..
베트남의 쿠팡, 쇼피 -실제 더 짧고 현란합니다.
P.T. 마무리, 스트레칭이 아니라 정체불명의 마사지라굽쇼?
베트남도 P.T. 열풍이다. 헬스장 어디서에나 트레이들이 상주하고 있으니 말이다. 가격도 저렴한 편이라 하노이 한정 특전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피티는 선호하지 않는다. 찝찝한 여운이 아직 내 안에 있기 때문이다. 범인(나 같은)들에겐 필수 운동 조건인 ‘삼발‘이 있다. ‘도구발’, ‘패션발‘ 그리고 가장 중요한 ’ 강사발‘이다. 떠이호(유러피안과 일본인들이 많은 지역, 3년 6개월 남짓 거주했다.)에서 일본인 친구 M에게 트레이너 H를 소개받았다. 저렴한 비용도 좋지만 절친의 추천이라 믿고 시작했다. 하지만.. 운동보다 휴식 시간 중 수다 비율이 늘어나는 건 기분 탓? 레지던스로 직접 오는 편의성, 죄의식 없는 비용을 떠올리며 타협하며 한 달 가까이 이어갔다. (수업료는 날마다 운동 후 지불하는 방식) 사실 운동을 안 하는 것보단 나은 정도로 생각한 게 더 정확하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견딜 수 없는 게 있었다. 마무리 관문인 마사지였다. 운동 후 스트레칭이 아닌 마사지라니.. 기구 운동을 제대로 배우고자 임했지만…… 어김없이 찾아오는 마사지는 생소함을 넘어 거북함마저 들었다. 알고 보니 3-4인 (H의 고객은 주로 일본인) 소그룹에게는 인기 비결이기도 했다. 가족, 의료진, 스파 직원 이외엔 결코 ‘터치’를 허용하지 않는 1인에게는 쉽지 않았다. 다른 이들은 메트 위에 눕지만 나름의 해결책으로 선 자세를 고수하기로 했다. 힘을 뺀 채, 팔을 올리고 서면 트레이너가 뒤에서 팔짱을 끼고 허수아비 꺾듯 반동을 주며 흔드는 선에서 끝냈다. 사실 적극적인 마사지도 아니지만…… 이마저도 불편했다. 결국 내가 졌소! 아이들의 여름 방학 직전에 수업을 종료했다.
걸음, 칼로리, 시간 달성 시 삼색 하트가 똿!
점점 늘어나는 하트 풍년!
9월은 사흘, 10월 이틀 빼고 에브리데이 운동
PT에게만 허용되는 기구 사용? 기구 하이에나의 눈치작전은 에브리데이 고잉 온!
오늘도 갈지자로 머신 존을 방황한다. 기구 주위만 맴돌며 기회만 엿보는 기구 하이에나! 어떤 날은 프리 웨이트 존에 안착하기도 쉽지 않다. 그럴 땐, 유산소와 복근 운동을 끝으로 강제 종료하게 된다. 덤벨에 손을 대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다른 회원들에게(정확히 내! 게!) 기구를 돌리도~ 내적 비명을 외친 지 팔천칠백구십 세 번째!
할리우드 액션 (바른 예; 300) 영화배우나 쓸 법한 거대하고 기나긴 블랙 로프가 눈앞에서 흔들린다. 결국 로프의 반동으로 이는 먼지바람에 기침을 콜록콜록! 먼지를 이기고자 무용한 손부채질도 동원해 본다. 시선 강탈, 후각 강탈, 콧잔등 제대로 한방 맞고 넉다운되지 않으면 다행이다. 생명의 위협을 느끼며 운동해야 하다니! 마구 뒤흔드는 로프는 프레스 머신들이 배치된 전면에서 진행된다. 공간의 대부분을 점령하며 먼지와 소음을 일으키는 2인조, 그대의 이름은 피티! 헬스장의 무법자가 따로 없지 말입니다. 그뿐만이 아니다. 회원이 땀 흘리며 운동하는 내내, 머신에 앉아 스마트폰에 시선고정만 하는 트레이너도 있다. 엠어이 em ơi(연하를 부르는 호칭)! 롸잇나우 스탠드 업! 결국 운동 순서를 조정하며 요령을 부려본다. 피티는 주로 월, 수, 금요일 아침 9시 - 9시 반에 시작한단 걸 알았다. 이날은 유산소 -> 웨이트의 운동 순서를 웨이트부터 하는 것으로 수정한 것이다. 융통성은 이럴 때 부리는 거지. 브라보, 나의 돌파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