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미노에서 만난 친구 모음. Zip

by Magnetto

첫날부터 이러기야?

뭐라도 붙들어놓고 하소연하고 싶을 정도로 길이 얄궂었다. 경사가, 높이가, 무엇보다 날씨가 미워지는 중이었다. 어디선가 맑은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종소리는 계속해서 들려왔고, 어떠한 방해도 받지 않고 저 멀리 퍼져나가길 반복했다.


문득, 몇 시간째 땅만 보며 걷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고개를 들어 눈앞에 있는 풍경과 마주했다. 수십 마리의 양이 풀을 뜯어먹고 있었고, 몇몇 양들은 목에 방울을 달고 움직일 때마다 맑은 소리를 내고 있었다.



내 바로 옆에는 구름이 있었다. 급할 것 없는 순례길인데 왜 길을 원망하며 걷고 있었을까. ‘원하면 언제든지 쉴 수 있다’며 스스로 타이를 때는 언제고.


잠시 앉아서 쉬기로 했다. 한 시간에 한 번씩, 그리고 멋진 풍경을 마주할 때, 무엇보다 외로운 순례길을 달래줄 친구들을 만났을 때도 잊지 않고 잠시 쉬어가는 버릇을 들여야겠다고 생각했다. 좋은 출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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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건 뭐지?

빨간색 점이 줄지어 움직이고 있었다. 아침 일찍부터 개미들은 자기들의 곳간을 채우느라 바빠 보였다. 멍하니 바라보다가 다시 나의 길로 발길을 돌렸다.



순례길을 걸을 때는 잘 보이지 않는 친구들을 밟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양심껏 고백하건대, 나 또한 달팽이를 몇 마리인가 밟았던 기억이 있다. 윽. 그 찰나의 느낌이 아직도 생생하다.


되도록 해가 뜨면 길을 나섰고, 습한 곳을 지날 때에는 발 밑에 달팽이가 있는지 살피며 조심스레 걸음을 옮겼다. 나름대로 열심히 걷고(?)있는 달팽이를 보며 뜬금없이 위로를 받은 적이 있기에, 나 또한 그들을 응원해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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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종종 할머니댁에 맡겨졌다.

친구 하나 없는 시골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버스 정류장에서 부모님이 나를 찾으러 와주길 소망하고 또 기다리는 것, 놀거리를 찾아 동네를 어슬렁 거리는 것, 마구간에 있는 소를 괴롭히는 일 따위였다.


가끔씩 소에게 여물을 주기도 했지만, 나는 소가 왜 그리도 얄미웠을까. 그 시절의 나는 소 옆에서 가만히 젖을 물고 있는 송아지를 질투했을 수도, 아니면 어떤 짓궂은 장난을 쳐도 평온해 보이는 소가 못마땅해서 심술이 났던 걸 수도 있다. (아마 둘 다일 것이다.)



순례길에서 소를 참 많이도 만났다.

그 어린 시절의 내가 떠올라

괜스레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