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하면 떠오르는 노랗고 동그란 패스트리. 포르투갈을 여행하면 꼭 먹어 봐야 할 것 같은 그것!
바로 Pastel de nata다.
처음 리스본을 여행했을 때 포르투갈의 오리지널 Pastel de nata를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들떴었고, 리스본 어딜 가나 많은 패스트리 가게가 있음에도(심지어 어떤 가게는 창문으로 만드는 과정을 직접 보여주기도) 여느 관광객들처럼 가장 유명한 Pastéis de Belém에서 10분 넘게 줄을 서서 먹었었다.
리스본 출신의 포르투갈인 동료가 추천해 준 곳이기도 했고, 구글 맵 평점 4.6에 6만 개가 넘는 리뷰가 있으니 포르투갈 최고의 Pastel de nata를 먹을 수 있는 곳임에는 틀림이 없다.
아일랜드에 있을 때는 특정 마트나 카페를 가야 Pastel de nata 찾을 수 있었는데 여기는 동네 마트, 카페 어딜 가든 한가득 쌓여있고 맛도 참 좋다.
식재료를 사러 마트에 가지만 오다가다 베이커리 코너를 그냥 지나칠 수 없어 하나씩 패스트리를 집기 시작한 것이 이제는 1일 1 패스트리의 삶, 즉 하루라도 패스트리를 먹지 않으면 뭔가 허전하고 섭섭함까지 드는 지경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사실 나는 디저트 편식쟁이다.
너무 뻔하게 달달한 디저트를 좋아하지 않는다.
초콜릿, 초콜릿 케이크, 초콜릿 브라우니 또는 크림이든 무엇이든 내용물이 가득 차있는 디저트 류다. 그래서 이런 디저트나 초콜릿을 내 돈 주고 사 먹은 적이 거의 없다. 최소 최근 10년 간 초콜릿을 샀던 기억은 거의 선물용이었다.
그렇다고 디저트나 패스트리를 싫어하지는 않는다.
한국에서 빵순이까지는 아니었지만 베이커리나 던킨 도넛을 자주 갔었다. 주로 샀던 것들은 꽈배기, 단팥빵, 소보루빵, 츄이스티 등등. 내용물이 없는 다소 담백한 것들이 내 입맛에 맞았다.
태어나서 처음 '마카롱'을 먹었을 때가 생각난다. 어떤 디저트에서도 느껴보지 못했던 진득한 식감, 엄청 달 것 같이 생겼는데 그렇지 않아서 놀랐고, 한 입 크기인데 웬만한 다른 디저트보다 비싸서 두 번 놀랐다.
어쨌든 내가 포르투갈에 와서 패스트리를 그냥 지나치지 못하게 된 이유는 아마도 이곳에서 파는 대부분의 패스트리가 내 취향에 꽤나 잘 맞기 때문일 것.
포르투갈의 모든 패스트리를 먹어봤다고 자부할 수는 없다.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다!)
그러나 나와 비슷한 취향을 가지고 계신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몇 가지 패스트리가 있다.
(포르투갈 어느 까페나 베이커리를 가도 쉽게 찾을 수 있다.)
크로아상하면 보통 겉이 바삭바삭하고 버터향이 강하며 식감이 가벼운 것을 떠올리지만 포르투갈에서 파는 브리오쉬는 조금 다르다. 겉모습도 비슷하고 재료도 크게 다르지 않으나 한번 베어 먹으면 완전히 다른 종류의 빵이라는 것이 실감이 난다. 브리오쉬는 속이 빽빽하고 두께도 도톰하며 버터향이 강하지 않다.
마트에 가면 에그 타르트 못지않게 여러 개의 브리오쉬가 담긴 팩이 가득 쌓여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는데 그만큼 포르투갈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많이 먹는 빵이다. 이 기본 베이스에 초콜릿이 들어가 있거나 설탕이 뿌려진 브리오쉬 등 다양한 버전이 있다.
쌀가루로 만들어진 머핀이다. 머핀을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이 머핀은 많이 달지 않아 좋다. 식감은 일반 머핀과 같이 부드럽고 촉촉하다. 초콜릿이나 다른 재료가 속에 들어가 있지 않고 위에 약간의 설탕이 뿌려져 있다. 아주 특별하지 않은, 어디서 많이 먹어본 듯한 친숙한 맛이라서 더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Guardanapos는 포르투갈어로 '냅킨'이다. 이름대로 냅킨처럼 생긴 이 스펀지케이크를 한 입 물었을 때 감탄이 나왔다. 내가 먹어본 스펀지케이크 중에 가장 부드럽고 촉촉했기 때문이다. 부드럽게 잘 넘어가는 빵을 좋아하는 분들에게 강추하고 싶다. 많이 달지 않은 카스타드 크림과의 조합도 일품이다.
이것 역시 이름이 재미있다. 영어로 'Berlin ball', 우리나라 말로 '베를린 공'이다. 독일 베를린에서 처음 만들어져서 이름이 그렇게 지어졌는데 원조 Bola de berlim에는 잼이 들어가지만 포르투갈 Bola de berlim에는 카스타드 크림이 들어간다. 앞서 말했든 크림이 들어간 빵을 좋아하지 않는데 여기에서 파는 카스타드 크림빵은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다.
Pão de queijo는 브라질에서 건너온 치즈 빵이다. 브라질 남부의 Minas Gerais라는 곳에서 처음 만들어졌다. 브라질에서 아주 흔하게 먹는 빵이며, 브라질만큼이나 포르투갈에서도 많이 먹는 빵이라 여기저기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내가 이 빵일 좋아하는 이유는 한 입 크기라출출할 때 부담 없이 집어먹기 좋고 무엇보다 '떡'과 같은 쫄깃쫄깃한 식감 때문이다. 이 쫄깃한 맛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찾아보니 바로 '전분'에서 나온다.
한국을 떠나온 이후 한국에선 담아볼 일이 없던 김치도 담그고, 웬만한 한국 음식은 다 만들어 먹는 편인데 '떡'은 쉽게 도전하기가 어려웠다. 요즘에는 한인 마켓에 가면 쉽게 떡을 사 먹을 수 있지만 집과 꽤 멀어서 온라인으로 주문하고 기다려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그래서 Pão de queijo가 나에게는 더없이 최고의 간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