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현지 교회: All Souls Langham Place
매주 주일, 우리 부부는 예배를 드리기 위해 All Souls Langham Place 교회를 찾았다. 영국 공영 방송국 BBC 바로 앞, 런던 중심가인 말리본 리젠트 스트리트에 위치한 이 교회는 1824년에 지어진 역사 깊은 건축물로 아름다운 첨탑으로도 유명하다. 아무래도 우리 집에서 가깝다 보니 동네를 지나다니다가 이 교회를 우연히 발견하게 되었는데, BBC에 다니는 지인에게 물어보니 이 교회가 런던에서 유명한 교회 중 하나라고 말해주어 이곳 예배에 직접 참석하게 되었다.
성경에 충실한 교회
보수적인 복음주의 교회로 알려져 있는 All Souls Langham Place를 나는 '성경에 충실한 교회'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 부부는 소위 성령체험을 강조하는 감성적인 분위기의 교회보다는 성경을 근거로 한 가르침을 받을 수 있는 교회를 선호해 왔는데, 내가 비록 영어설교를 전부 다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이곳 담임 목사인 Charlie Skrine의 설교 내용은 성경에 근거하고 있었고 동시에 그 설교가 성경을 바탕으로 우리 삶과도 맞닿아 있어서 좋았다. 인본주의를 바탕으로 한 힐링이나 위로가 아닌 성경에 충실한 설교를 들을 수 있었고 찬양도 대부분 우리가 알고 있는 복음성가라서 영어로 함께 따라 부르는데 부담이 없었다.
예배형식은 유연하고 소통방식은 자유로운 교회
이 교회가 보수적이라고는 했지만 설교가 성경 중심적이라는 것이지, 예배의 형식과 소통방식에 있어서는 한국 교회와 비교하여 더 유연하고 자유로웠다. 여기서는 목사뿐 아니라 교회 부서 스탭이나 성도들도 앞으로 나와 대표 기도와 간증, 말씀 교독을 하고 각자가 성도들에게 광고하고 싶은 내용들을 나누기도 했다. 우리는 교회라고 하면 나이가 지긋하신 장로님이 미리 적어둔 종이 기도문을 들고 올라가서 대표 기도하는 것 외에는 주일예배 때 성도들이 강대상 앞에 서는 것을 상상하기 어려운데, 여기서는 다양한 나이대의 일반 성도들도 매주 앞으로 나와 예배 순서의 일부분을 맡았고, 게다가 간증이나 광고를 위해 나온 성도들은 종이나 휴대폰에 적어둔 내용을 읽기보다는 자유롭게 본인들의 생각을 나누었으며 그 모습은 매우 자연스럽고 당당해 보였다. 예배 형식이나 소통방식뿐 아니라, 예배당 인테리어를 보더라도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교회 분위기를 읽을 수 있었는데, 예를 들어 건축물 자체는 엔틱한 고전 건축 디자인을 통해 고전미를 풍기지만 막상 예배당 내부는 한국 교회와 달리 강대상과 성가대석 등이 따로 없었으며 1층에 앉아있는 성도와 설교를 하는 목사 간의 높낮이 차이도 크지 않았다.
런던 교회에서 배우는 영국 문화
지나고서 생각해 보니, 나는 이 교회의 예배를 통해 신앙적인 가르침을 받았을 뿐 아니라 영국 문화에 대해서도 배우고 느낄 수 있었다. 전통적인 역사와 가치를 지키고자 하면서도 그 과정에서는 불필요한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유연함, 본인의 생각과 의견을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그들의 태도와 능력, 더 나아가서는 영국 문화와 비교해 그동안 당연시 여겼던 (한국 교회와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박혀 있는) 한국 유교 문화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었는데 그들의 삶에 녹아있는 다양한 문화적 요소들을 교회와 예배를 통해 바라볼 수 있었다. 비록 나의 열정 부족으로 교회 공동체에 깊이 들어가지는 못했지만, 이처럼 예배를 통해 느낀 많은 것들이 나의 런던 생활에 큰 힘이 되었다. 우리 부부는 이 교회를 좋아해서 친한 외국인 친구를 데리고 함께 교회에 가기도 했는데, 혹시 런던에서 현지 교회를 방문하고픈 분들이 있다면 그분들께도 같은 이유로 All Souls Langham Place를 추천한다.
All Souls Langham Place 공식 홈페이지: https://www.allsouls.org/
주일 예배: 오전 9:30, 오전 11:30, 오후 5:30
- 오전 예배는 가족 중심의 예배, 오후 예배는 청년들을 위한 예배. 오후 예배는 목사님 설교도 보다 청년 중심적이고 찬양도 밴드 세션으로 구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