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계 중소기업 VS K중소기업
필자는 더 이상 이 연봉으로 일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K-중소기업에서 일한지 4년차가 될 즈음이었다. 필자의 의견을 상무에게 전달했고, 상무는 필사적으로 직급과 연봉 조정에 힘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입사한지 만 4년 3개월이 지났을 때, 전 직원 연봉협상이 이루어졌다.
결론적으로 대표이사가 필자에게 제시한 금액은 세전 30만원의 월급 인상이었다. 성과급 따위는 이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는 더 없다는 말뚝과 함께 제시받은 내용이었다. 심지어 전직원 중에 필자의 연봉만 인상해 주는 거라는 쓸데 없는 말까지 얹었다.
상사는 연봉협상때 원하는 금액을 피력하라고 말했지만, 필자는 그럴 생각이 없었다. '얼마를 올려 주신다면 그만큼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따위의 말치레는 조금도 하고 싶지 않았다. 자존심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필자는 이미 보여준 것에 대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에 넌더리가 나 있는 상황이었다. 이만큼 했는데 겨우 30만원이면, 더 올려달라고 했다가는 얼마나 회사에 자신을 바쳐야 할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그렇게 얼마 되지 않는 보수에 목숨 걸고 싶지도 않았고, 그럴 필요도, 필자에게는 없었다.
대표이사가 제시한 30만원 인상된 연봉계약서에 두말 없이 사인을 하고 내려왔다. 그리고 회사의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퇴직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필자의 이익만을 따져 어떻게 퇴사일을 정하고, 통보했다.
자신의 노력을 배신당했다고 생각했는지, 상무이사는 '이럴 거면 뭐하러 연봉 올려달라고 했냐'며 필자를 타박했다. 필자는 그 말에 어떤 대답도 하지 않았다. 할 필요도 없었다. 나가는 마당에 뭐라고 욕을 해도 두 번 다시 이 회사와 인연을 맺을 생각이 없는 필자와는 상관 없는 일이었다.
직원의 능력에 보상하는 방법과 태도가 J계 중소기업과 K-중소기업이 극명하게 달랐다. 또한 후자의 경우는 K-중소기업에 종사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공통되게 겪고 있는 일이기도 했다. 필자가 다닌 회사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이상하게 K-중소기업의 수장들은 회사를 위해 일하는 직원에게 해야 하는 보상에 지나치게 인색하다.
핑계는 많다. 경제가 안 좋아서, 회사가 어려워서, 회사에 빚이 많아서 등등. 갖은 이유로 직원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에 아주익숙하고 그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그러면서 자신들은 법인카드로 수십, 수백만원을 긁고. 법인 돈으로 국산차에서 외제차로, 외제차에서 더 좋은 외제차로 바꿔가며 사치를 누린다.
눈에 보이지 않게 누리면 다행이기나 하지. 필자가 다닌 기업의 대표이사는 직원들 급여는 동결시키면서 자신은 타고 있던 법인명의 벤츠를 반납하며 테슬라의 최고급 전기차를 렌트하고, 회사 부지에 전기 충전소까지 설치하는, 직원들 시선에서는 입이 떡 벌어질 엽기적인 기행을 서슴지 않았다.
J계 중소기업 T회장은 돌아가실 때까지 대한민국 중소기업 사장들이 눈 돌아가는 고급 외제차를 타지 않았다. 일본 국내 브랜드인 T사의 세단을 오래도록 사용했다. 차가 굴러가면 되는 거라고, 그럴 돈이 있으면 직원들 성과급을 조금이라도 더 주겠다고. 진심으로 말하고 행하던 분이셨다.
후자가 맞다. 기업을 운영하고, 고용한 직원들의 생계가 회사에 달려있다는 자각이 있는 리더라면. 그에 걸맞는 행실로 모범이 되는 것이 올바른 자세이다. 보상은 챙기지 않고 더 헌신해주길 바라고, 더 착취하길 바라는 리더라면 직원들에게 외면당하는 것이 마땅하고 당연하다. 그러거나 말거나 제 잇속 챙기고 배불리길 바라는 리더는 쇠퇴하는 것이 바람직한데, 또 이 사회가 마냥 그렇게만 굴러가지 않는다는 현실이 안타깝고 갑갑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