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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람 Jan 15. 2024

직원을 고용하는 자세 (2)

J계 중소기업 VS K중소기업

  "당장 생활이 어려워서 일자리가 간절한 사람이어야지. 그래야 힘들어도 다닌다."


  상무가 신입사원 고용 시기에 자주 했던 말이다. 필자에게 하는 말이 아닌데도 들을 때마다 아주 기분이 나빴다. 

  누구나 생활은 어려울 수 있고 일자리가 간절할 수 있다. 그런 사정 때문에 힘들고 더러워도 다니기도 한다. 필자도 그랬던 경험이 있었기에 그 힘든 마음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런데 그게, 그 '개인적인 사정'이 이 회사가 신입사원을 채용하는 조건 중에 하나라는 사실이 싫었다. 

  이 조건에 '생활이 어렵기 때문에, 그 사정을 빌미로 회사에서 부당한 대우를 해도 피할 재간이 없다'는 전제가 깔려 있기 때문이었다. 


  사람에 대한 존중따위는 조금도 없었다. 마인드가 이러니 필자가 본사에 출근하기 전에도, 그 후에도. 진득하게 붙어있는 직원은 없었다. 아주 오래 붙어 있는 기간이 겨우 6개월에 지나지 않았다. 1주, 1달은 예사였다. 

  어렵게 채용한 직원이 1달을 넘기지 못하고 퇴사할 때마다 상무이사는 이렇게 말했다. 


  "직원은 얼마든지 뽑으면 된다. 어차피 쓰다 마음에 안들면 갈아 치울 부속품일 뿐이니까."


  냉정하게 생각하면 맞는 말일 수도 있다. 그러나 상무이사가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었다. 

  그가 말하는 '부속품'은 사람이다. 회사라는 기계를 돌리는 부속품이기 이전에 자아를 가진 인격체이다. 

  회사가 마음에 드는 직원을 고르는 만큼 그들도 마음에 드는 회사를 고를 수 있다. 

  차 없이 가기 힘든 곳보다는 지하철이나 버스가 자주 다니고 이동에 들이는 시간이 짧은 회사가 좋을 것이고, 주6일 근무하는 회사보다 주5일제를 시행하는 회사가 좋을 것이고, 최저임금을 주는 회사보다는 천 원이라도 더 얹어주는 회사가 좋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을 '당장 생활이 어려워 힘들어도 그만두지 못하기 때문'에 거리낌 없이 갑질을 휘두르는 상사가 있는 회사보다 인격을 가진 사람으로서 존중해 주는 회사가 좋을 것이다. 


  면접 단계에서 면접비를 주고 안 주고의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면접자에 대한 '존중'이다. 면접비는그 존중을 표현하는 방식에 지나지 않는다. 


  면접에서부터 존중받고 있음을 느끼는 사람은 그 회사에 좋은 감정을 가질 것이고, 그 마음은 곧 회사와 일까지 이어질 것이다. 

  입사한 후에도 존중이 계속된다면 회사에 대한 애사심은 더 좋아질 것이고, 그 좋은 감정 때문에라도 힘든 순간을 조금 더 견딜 수 있을 것이다.


  직원이 당장 생활이 어려워서 부당한 갑질을 버텨내는 것이 아니라, 회사가 좋아서 조금 힘들어도 견딜 수 있도록 존중하고 배려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이 편이 회사에 더 이익이라는 사실이 자명함을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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