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첫 발표회가 열렸었다.
지난 몇 달 동안 수도 없이 듣고 아이들의 관심을 끌어내려 먼저 나서서 춤을 따라 춰보기도 했던 지난날들이 새록새록 지나갔다. 마지막으로 갈수록 자꾸만 보이는 실수에 큰 소리도 내봤다가 조금만 더 열심히 해보자고 달래도 보고 정말 이 발표회가 뭐라고.. 아이들에게 다시를 외치는 나를 볼 때마다 이게 뭐라고 아이들에게 이렇게 해야 하나 싶은 자괴감이 들기도 했지만 무대에 올라가 실수 없이 너무나도 잘 해낸 아이들을 보며 뭔가 울컥하면서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첫 직장을 퇴직하고 임용공부를 하다 오랜만에 돌아온 직장에서 처음 만났던 우리 아이들과 처음에는 이렇게 오래가게 될 줄을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물론 아이들이 형님반에 진학해도 우리는 계속 만나겠지만 그래도 지금처럼 친구처럼 아이들과 농담도 하고, 아이들과 아침부터 광란의 춤사위를 벌이지는 못하겠지라는 생각에 조금 씁쓸해지는 듯하다.
2년 전에 처음 만났던 그날이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있는데 훌쩍 커버린 모습들을 보며 많은 생각이 오고 갔다. 엄마 아빠 손을 꼭 잡고 교실에 들어와 즐겁게 장난감을 탐색하던 모습부터 들어오기 싫다며 울고불고 난리가 났던 모습, 낮잠 적응을 시작하며 울음이 그치지 않아 12kg가 넘는 아가를 안고 흔들며 잠을 재우던 내 모습, 말할 수 있는 단어가 늘어가며 턴탠님이라고 불러주던 모습들, 기저귀를 떼고 팬티를 입으니 이제 형아라고 말하던 모습들, 장난으로 '엄마가 좋아 선생님이 좋아?'라고 물어보면 "턴탠님!'이라고 외치던 모습들이 모두 기억에 선하다.
정말 힘들고 지친 때에도 아이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으며 짝꿍 선생님들과 배가 아프게 웃기도 했고, 사소한 행동으로 나를 감동시키기도 했고, '사랑해'노래를 부를 때면 자기 이름은 언제 불러줄지 생각하며 바라보는 시선에 눈을 마주치며 한 명씩 이름을 불러주자 배시시 웃는 모습이 너무 귀여웠고, 꼬마 선생님처럼 친구들에게 "이렇게 하면 안 돼~!"라고 말해주어서 든든했고, 잠잘 때면 어른처럼 코를 고는 모습에 웃음이 나오기도 했고, 신나는 음악을 들려주면 우리는 정말 아침 9시부터 몸을 마음껏 흔들며 춤을 추고 악기를 흔들며 교실이 떠나가라 웃었던 우리 아가들과의 지난 시간들을 어찌 잊을 수 있을까. 늘 '아가'라고 불렀지만 이제는 아가보다는 '형아, 언니'라고 불러주길 원하는 너희를 떠나보낼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네.
봄이 되면 가까운 공원에 돗자리를 펴고 과자와 요구르트로 피크닉과 꽃잎을 주워보고 여름이 되면 분수에 가서 물놀이를 하고 산책을 나가면 아이스크림이라도 사서 돌아와 함께 나누어먹고 가을이 되면 낙엽이 잔뜩 쌓인 곳을 찾아가 낙엽과 도토리, 솔방울을 주워보며 산책하고 겨울이 되면 눈이 잔뜩 쌓이기를 기대하다가 밖으로 나가 눈싸움을 하고 함께 만든 어묵탕도 먹고, 산책을 하며 붕어빵과 군고구마를 사서 함께 먹으며 웃음 짓던 지난 2번의 사계절동안 우린 참 많은 추억을 만들었다. 시간이 흘러 너희가 나를 또 우리가 함께 했던 순간들을 기억하지 못한다 해도 나는 너희를 다 기억할 수 있으니 괜찮다.
이렇게 글로 적어보니 오히려 하고 싶은 말들이 더 생긴다. 짧게나마 글을 써보며 나와 너희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