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이후 학교에서 근무하는 나는 아직도 마음이 좋지 않다. 여러 가지 스트레스로 자신이 근무하던 학교에서 생을 마감한 서이초 선생님이 우리에게 던져준 화두는 교사 생존권이다.
지속적인 학교 내 교사 권위 및 교권은 추락해 왔다. 단지 사회 분위기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유에서 그래왔지만 학생들의 인권을 강조하고 중요시할 때 그 인권을 가르칠 교사의 인권을 지켜주질 못했다.
좋지 않은 마음을 달래려 지난 토요일 보신각 앞 교사 집회에도 다녀왔다. 또 그날 저녁 비 오는 서이초에 혹시라도 쓸쓸한 밤이 될까 싶어 조문을 가기도 했다. 다행히 많은 선생님들이 비 오는 늦은 저녁에도 저마다 한 송이 국화를 바치며 억울한 죽음에 분노하며 눈물을 흘렸다.
이번의 이슈가 꽤 큰 이슈가 되는 이유는 많은 선생님들 (어떤 조사에서는 99%라고도 나옴)이 학교에서 아이들과 학부모에게 존중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서이초 교사와 동일시하게 되고 그 사람이 내가 될 수도 있다는 불안함이, 트라우마가 되어 전국의 선생님들의 눈물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는 교육이란 본질에서 벗어나 더 많이 일하고 더 많이 돌봐주라는 학부모들의 이기심에서 오는 것이라고 본다. 나도 일전 글로 교사의 일주일을 썼지만 교사가 하루 종일 수업하고 나서 오후 한두 시간 주어진 업무를 하고 나면 수업준비, 생활지도 준비는 언감생심 준비할 시간이 부족하다. 수업도 정신적인 감정노동이기에 학교에서 많은 학생을 상대로 수업하고 생활하다 보면 교사 자체는 그대로 소진(번아웃)이 오게 된다.
이제 교사들이 바르게 학교 교단(예전엔 교사의 권위를 높여주기 위해 교사 서는 곳을 높이는 교단과 교탁이 있었지만 지금 교단이 있는 곳은 아마도 없을 듯하다)에 설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정비하여 학교에서 교사를 보호해 주어야 하겠다. 말도 안 되는 일로 아동학대로 무분별한 고소를 하는 악성 학부모들도 그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하여 처벌할 수 있어야 할 것이고, 학교폭력이라는 이유로 친구와 다툼도 법으로 해결하고 교사 소진을 가져오는 학교폭력법도 바꿔야 할 것이다.
아동보호법, 학교폭력예방법, 교원지위법, 생활지도법 등 법으로 무엇이든지 컨트롤할 수 있다고 보진 않지만 최소한의 우리 사회의 규범과 질서를 지킬 수 있도록 하루빨리 개정, 보완되어야 할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초등학교에서는 1학년부터 3학년까지의 다툼은 학교 내에서 선생님과 학부모로 구성된 학교자체에서 화해하고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학폭법에서 빼야 할 것이다. 초등학교 저학년이 악의를 가지고 다른 친구들을 해하거나 문제를 만드는 경우는 극히 드물고, 혹시 다툼이 있더라도 며칠 지나고 나면 스스로 잘 정리하고 화해하고 잘 지내는 일이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4학년부터 6학년까지의 고학년은 학폭사안이 있을 시 학교폭력법과 규정에 정통한 학교전담경찰관(SPO) 제도를 활용하여 적극 경찰이 개입하고 조사하고 처리할 수 있는 제도가 만들어져야 하겠다.
아동학대법도 마찬가지로 교육이라는 목적을 가지고 4년간 공부하고 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육전문가 집단을 무시하고 아동학대 예방이라는 미명 아래 많은 교사들이 손, 발이 묶인 채 직위해제 당하고 학교에서 고립되어 버리는, 어제의 동료이자 나를 보호해줘야 할 관리자가 같은 학교 교원을 먼저 신고해야 하는 규정이 학교 사회를 서로 총질하게 만들고 서로 미워하게 만들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봐야 한다. 학대받는 아이는 단연코 없어야 하고 그런 범죄는 단죄해야 하지만 많은 교사들이 어떻게 하나라도 더 바르고 훌륭하게 클 수 있을까 고민하고 노력하고 있는 학교에 그 잣대를 가져다 대고 상처를 내는지 이해할 수 없다.
교사 공격수단으로 변질되어 버린 아동 학대법은 즉각 개정되어야 한다. 면제조항을 넣어 무조건 면제해 달라는 것이 아니라 올바르게 판단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교장, 교감은 제일 먼저 학교의 교사들을 보호해야 하는데 먼저 신고를 해야 하는 것이 매뉴얼이라면 한참 잘못된 것이 아닌가?
최근 교사들 특히 초등교사들이 마음이 우울하고 힘든 경우가 많을 것이다. 교직생활을 하면 할수록 좀 더 쉬워지고 노하우가 생기기는커녕 나이 들어 애들 못 잡는다, 생활지도 못한다, 학부모 소통을 잘못한다는 소리를 듣게 될까 봐 나를 희생하고 버리는 지경에 온 학교를 이제 바로 잡아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