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 22
교사와 학생 사이에는 학부모가 있다. 아이를 키우는 책임은 전적으로 학부모에게 있지만 학교에서 만큼은 아이를 돌보고 교육하는 교사가 그 역할을 대신하기도 한다. 학교는 가정교육 이후 사회화를 위한 교육과 기초기본 교육을 하는 곳이지 아이의 성격과 인성을 모두 책임져 주는 절대적인 기관이 아니다. 그런데 요즘엔 가정에서 하지 못한 교육의 책임까지 학교에 돌리고 있는 잘못된 생각을 가진 학부모가 늘고 있어 학교 운영에 부담을 주고 교사를 소진시키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걱정이 된다.
학교에서 많은 학부모님을 만나왔다. 대부분 학교와 교사를 믿어주시고 격려해 주시고 응원해 주시는 좋으신 분들이었기 때문에 지금의 교사인 내가 있을 수 있었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기도 해서 요즘의 선생님들은 힘든 일도 참 많은 것 같다.
교사 경력이 어느 정도 되다 보니 학생들을 보면 학부모의 모습을 보지 않아도 어느 정도는 가늠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학생들의 평소 학교 생활 모습, 친구를 대하는 자세, 수업태도만 보더라도 가정에서 어떻게 교육받고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알 수 있게 되는데 그렇기 때문에 가정교육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선배 교사들과 관리자들도 학생보다는 학부모가 학교와 선생님을 어렵게 하는 경우가 많다고 이야기한다.
학교생활을 하다 보면 친구관계라든지 선생님과의 관계에서 다양한 일들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선생님의 꾸지람에 속상하기도 하고, 친구와 장난을 치다가 사소한 싸움이 몸싸움으로까지 번지는 경우도 있고 단짝이라고 생각하던 친구가 다른 친구와 친하게 지내는 것이 화가 나기도 하고, 모둠별로 활동하는 일이 다른 친구와의 의견충돌로 이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학생들의 경우 대부분의 상황에서 선생님이 개입해서 중재하여 주거나 또래 중재, 위클래스 상담등을 통해 여러 가지 해결방안을 모색하여 투입하면 대부분 해결되고 평소와 같이 잘 지낼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다. 하지만 일부 학부모님들이 학생들의 일에 자기 자녀의 말만 듣고 사실 관계는 하지 않고 학교를 힘들게 하거나 문제 삼는 경우가 있다.
여러 가지 일 중에 가장 어려운 것이 학생 사안이 발생하거나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학부모가 너무 깊이 개입하여 학생들의 개인 발전이나 타인과의 소통과 사회성을 해치는 경우일 것이다.
물론 학교에서 발생하는 모든 학교폭력이나 타인에게 상처 주는 일들은 당연히 없어져야 할 일이고 타인을 힘들게 하는 왕따, 따돌림 등은 학교가 가진 교육력을 많이 떨어뜨리게 되고 사회를 병들게 한다. 얼마 전 넷플릭스에서 화제가 되었던 더 글로리라는 드라마처럼 친구를 괴롭히는 정도가 범죄 수준이 된다면 경찰이 개입해 철저히 처리해야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초등학교에서의 학교폭력은 대부분이 악의 없이 일어난 일들이 대부분이며 가해자, 피해자의 관계도 다른 조치가 특별히 없어도 저절로 좋아지거나 풀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런 일이 발생하였을 때 너무나도 감정적인 학부모가 되어 자녀말만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고 우리 가정과 내 자녀는 문제가 없는데 다른 학생과 학교가 잘못하여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는 학부모가 항상 문제를 제기하고 민원을 낸다.
지금의 학교 시스템은 학교폭력을 무마하거나 억지로 화해시키려고 하는 등 한쪽의 입장만으로 판단하지 않고 정해진 학교폭력전담기구에서 철저히 인권을 보장하고 학생들의 의견과 학부모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며 투명하고 중립적인 조사를 한다. 그다음에 피해자 학부모가 원하는 것에 중심을 두고 교육지원청의 학교폭력 대책 자치위원회 회의로 넘기거나 학부모 합의와 동의가 있을 시 학교장 자체종결제로 처리한다. 이 과정에 학교가 필요 없이 가, 피해자를 구분 짓거나 선입견을 갖거나 하지 않고 학교경찰관, 상담사, 보건교사, 담당교사등과 투명하고 중립적인 회의를 통해 합리적인 결과를 도출해 낸다. 하지만 학부모가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 때도 있고 한쪽의 일방적인 입장이 다른 측에 감정을 소모하게 하거나 서로 얼굴 붉히는 일이 있어 나기도 한다. 그러다가 결국에는 소송까지 가게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다행히 나는 학교생활을 하며 송사에 휘말린 적은 없어서 다행이긴 하다.
학부모들도 분명히 학교를 구성하여 다양한 지원과 협조를 해야 하는 대상임이 틀림없다. 내 아이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닌 우리 학교, 우리 학년, 우리 반 친구들을 함께 공동체로 인식하고 존중하면서 아이가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어야 한다. 또 적극적으로 학부모회등 학부모 자치활동을 하면서 학생을 함께 키워나가는 동반자로서의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
최근엔 학부모 총회를 오전, 오후 2회를 하거나 실시간 중계를 해주거나 하는 화상카메라 및 유튜브 등 첨단 기기등을 활용하여 모든 학부모들에게 참여 기회를 주고 있다. 하지만 교사 생활을 해보니 학부모 총회에 참석하는 많은 학부모님들은 보통 자녀교육을 잘하시고 관심 있는 분들이 많았고 학교에서 꼭 만나 뵙고 아이와 자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학부모님들은 생계를 위해 바쁘시거나 반대로 학교생활에 무관심인 경우가 많이 학교라는 곳에서 얼굴 뵙기 힘든 분들이 많다.
나도 자녀를 둘 키워본 학부모로서 조금이라도 학교에 관심을 갖고 내 자녀를 지도하는 선생님과 한 학기에 한두 번 정도는 면담이나 전화통화를 하면서 함께 소통하고 자녀의 행복한 성장을 위해 노력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자녀는 저절로 크는 것이 아니다. 가정에서 부모를 보며 배우고 자란다.
자녀 앞에서는 그 어느 누구보다 친절하고 노력하고 배려하는 이 세상 최고의 아빠, 엄마가 되어 주길 바란다. 아이들은 엄마, 아빠가 세상에서 가장 믿을 수 있고 힘들면 기댈 수 있는 안식처가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