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틀랜드에서 1년 살기
미국에서 좋았던 점은 좋은 이웃들을 많이 만난 것이다. 미국이 개인주의라고 하나 내가 느낀 것은 사람은 다 똑같고 진심은 통한다. 내가 먼저 마음을 열고 다가가니 그들도 마음을 열었다. 한인들 뿐만 아니라 현지인들과 좋은 관계를 맺게 되었다.
한 번은 아래층 할머니 집에 불이 켜있고 TV 소리는 크게 들리는데 우리가 문을 두드려도 인기척이 없었다. 밤늦게까지 그다음 날에도 인기척이 없어 우리는 연로하신 어르신이 걱정되어 아파트 관리실에 얘기를 했다. 관리실에서 열쇠를 열고 들어가 보니 할머니는 안 계시고 고양이만 있었단다. 나중에 할머니가 오신 후 얘기를 들어보니 할머니가 근처 조카네 가시면서 고양이 혼자 두고 가시는 게 마음에 걸려 TV와 불을 켜고 가신 거였다. 웃지 못할 해프닝이었다. 그러시면서 우리에게 걱정해주고 관심을 가져주어 고맙다고 하셨다. 할머니의 다른 자녀들은 다른 도시에 살고 막내 따님이 가까이 사시지만 다른 동네였다. 우리는 혼자 계셔서 걱정이 되었고 산소호스도 하실 정도로 건강이 좋지 않으신데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기시면 우리에게 바로 연락 주시라고 전화번호를 적어드렸다. 그랬더니 두 손을 꼭 잡으시며 눈물을 글썽이시는 거였다. 미국 사람들은 관심 갖는 거 싫어하고 개인적이라고 들었는데 막상 관심을 가지면 좋아한다. 나의 성격이 워낙 오지랖도 넓고 연로하신 어르신이라 걱정이 되어 일어난 일이지만 그 속에서 한국의 정(情)을 나눌 수 있었다.
이사온지 며칠 지나 이사 온 인사겸 해서 당근, 양파, 감자, 호박 등을 채 썰어 야채 부침개를 부쳤다. 그리고 몇 쪽씩 접시에 담아 옆집, 아랫집, 앞집 등 주변 이웃들에게 ‘Korean Pancake' 이라며 건넸다. 미국 사람들은 개인주의적이며 음식을 함부로 주고받지 않는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나는 한국식으로 한국의 정을 나누고 싶었다. 그런데 부침개를 받으면서 이웃들이 고마워하고 좋아했다. 낯선 나라에서 온 이웃의 낯선 음식에 호기심을 가졌다. 옆집 프랭크 아저씨는 맛있다고 엄지 척을 해주었다. 프랭크는 베란다에서 맛난 음식을 하며 노래를 들으며 저녁을 먹는 멋을 즐기는 분이었다. 한 번은 프랭크 아저씨가 노크하시더니 답례로 요리한 음식을 주셨다. 퀴노아와 치즈, 야채 등을 넣은 우리네 밥전과 같은 음식이었다. 맛있었다. 이렇게 오가는 정이 참 좋았다.
또한 맞은편 아랫집에 팸 아줌마와 개리 아저씨가 살고 계셨다. 우리가 아파트를 보러 갔을 때 우리가 이사 올 거라니까 환영한다고 친절하게 맞아주셨다. 특히 우리 애들을 너무 이뻐하고 정이 많은 분이셨는데 자기 애들이 안 쓰는 물건도 챙겨주었다. 외출 후 집에 왔는데 현관에 메모와 함께 여러 물건들이 놓여있었다. 화이트보드에 이렇게 씌어있었다. 'Hi Peter & Esther I hope you can use these markers or pens or pencils... :) From Pam' 정말 감동이었다. 그런데 바로 얼마 되지 않아 다른 곳으로 이사 간다고 해서 많이 서운했다. 아줌마가 이사 갈 때 서랍장 등 여러 가지 살림도 주고 가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