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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모험가 Jan 17. 2022

포틀랜드의 이웃사촌 1

포틀랜드에서 1년 살기

   미국에서 좋았던 점은 좋은 이웃들을 많이 만난 것이다. 미국이 개인주의라고 하나 내가 느낀 것은 사람은 다 똑같고 진심은 통한다. 내가 먼저 마음을 열고 다가가니 그들도 마음을 열었다. 한인들 뿐만 아니라 현지인들과 좋은 관계를 맺게 되었다.


내가 살았던 동네는 경치도 아름답고 백인들이 많이 사는 부촌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사람들이 미소를 지으며 먼저 인사하고 마음에 여유가 있었다. 이러한 곳의 나무숲 속 펜션같이 아름다운 아파트에서 생활을 하게 되었다. 우리네 빌딩 숲과 같은 아파트와는 다른 2~ 3층 목조건물에 현관 앞에 베란다가 있고 집들이 서로 마주 보고 있어 이웃이 오가는 것을 볼 수 있는 오픈형태의 집이었다. 우리는 아이들이 어려서 1층을 원했지만 방이 나지 않아 부득이하게 2층을 얻게 되었다. 미국은 더구나 목조 가옥이라 층간소음이 더 심하다고 해서 걱정이었다. 아래층에는 할머님 혼자 고양이 한 마리와 살고 계셨다. 처음 이사 간 날 우리는 인사겸 잘 부탁한다는 의미로 체리 한 봉지를 사 가지고 노크를 했다. 우리 아이들 때문에 시끄러울 수 있는데 양해를 구한다고 했더니 고마워하시며 걱정 말라고 하셨다. 할머니는 아침 일찍 운동을 하시고 독서클럽도 다니시고 부지런한 분이셨다.


한 번은 아래층 할머니 집에 불이 켜있고 TV 소리는 크게 들리는데 우리가 문을 두드려도 인기척이 없었다. 밤늦게까지 그다음 날에도 인기척이 없어 우리는 연로하신 어르신이 걱정되어 아파트 관리실에 얘기를 했다. 관리실에서 열쇠를 열고 들어가 보니 할머니는 안 계시고 고양이만 있었단다. 나중에 할머니가 오신 후 얘기를 들어보니 할머니가 근처 조카네 가시면서 고양이 혼자 두고 가시는 게 마음에 걸려 TV와 불을 켜고 가신 거였다. 웃지 못할 해프닝이었다. 그러시면서 우리에게 걱정해주고 관심을 가져주어 고맙다고 하셨다. 할머니의 다른 자녀들은 다른 도시에 살고 막내 따님이 가까이 사시지만 다른 동네였다. 우리는 혼자 계셔서 걱정이 되었고 산소호스도 하실 정도로 건강이 좋지 않으신데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기시면 우리에게 바로 연락 주시라고 전화번호를 적어드렸다. 그랬더니 두 손을 꼭 잡으시며 눈물을 글썽이시는 거였다. 미국 사람들은 관심 갖는 거 싫어하고 개인적이라고 들었는데 막상 관심을 가지면 좋아한다. 나의 성격이 워낙 오지랖도 넓고 연로하신 어르신이라 걱정이 되어 일어난 일이지만 그 속에서 한국의 정(情)을 나눌 수 있었다.


자주 가서 말동무도 해드리고 싶었으나 내가 고양이를 무서워해 못 가서 아쉬웠다. 크리스마스 때는 할머니가 아이들에게 주라며 초콜릿을 주셨다. 한 번은 우리가 안 보여 한국에 갔다보다 하고 서운해하셨다고 얘기하셨다. 가기 전 꼭 인사하고 가겠다고 했으나 그 약속을 못 지킨 게 죄송하다. 막판에 일정들이 바빠 너무 늦게 집에 와서 할머니를  수가 없었다. 편지라도 드리고 오는 건데......


살았던 아파트 전경: 왼쪽 윗층이 우리집, 바로옆이 프랭크아저씨네,  아랫층이 할머니집이었다.
왼쪽에 우리집 맞은편  오른쪽1층이 팸아주머니집이다. 집에 장식을  하셨다.


우리 바로 옆집에는  프랭크와 킴이라는 부부가 살고 있었는데 이사 온 날 반갑게 맞아주었다. 아이들을 이뻐하며 이름을 물어봤다. 영어 이름이 딸아이는 Esther, 아들은 Peter 였다. 그들은 아이들 이름을 기억하며 매번 불러주셨다. 한 번은 노크를 해서 나가보니 프랭크가 조카집에 갔었는데 조카들이 사용한 장난감이라며 퍼즐과 장난감, 캔디 등을 챙겨주었다. 그 마음이 고마웠다.

 이사온지 며칠 지나 이사 온 인사겸 해서 당근, 양파, 감자, 호박 등을 채 썰어 야채 부침개를 부쳤다. 그리고 몇 쪽씩 접시에 담아 옆집, 아랫집, 앞집 등 주변 이웃들에게 ‘Korean Pancake' 이라며 건넸다. 미국 사람들은 개인주의적이며 음식을 함부로 주고받지 않는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나는 한국식으로 한국의 정을 나누고 싶었다. 그런데 부침개를 받으면서 이웃들이 고마워하고 좋아했다. 낯선 나라에서 온 이웃의 낯선 음식에 호기심을 가졌다. 옆집 프랭크 아저씨는 맛있다고 엄지 척을 해주었다. 프랭크는 베란다에서 맛난 음식을 하며 노래를 들으며 저녁을 먹는 멋을 즐기는 분이었다. 한 번은 프랭크 아저씨가 노크하시더니 답례로 요리한 음식을 주셨다. 퀴노아와 치즈, 야채 등을 넣은 우리네 밥전과 같은 음식이었다. 맛있었다. 이렇게 오가는 정이 참 좋았다.

프랭크가 해준 음식


한 번은 큰아이가 학교에서 일찍 귀가하는 Early lease 였다. 학교에서는 이미 메일로 공지했는데 내가 그만 깜빡한 것이다. 남편과 외출하고  늦어서 스쿨버스가 오는 시간이 많이 지났다. 아이는 없었고 걱정이 되어  같은 아파트에 사는 독일인 데이비드의 집으로 가서 물어봤더니 문 앞을 보라고 했다. 집으로 돌아가서 문을 보니 작은 쪽지가 붙어 있었다.  딸을 맡고 있으니 오는 대로 집으로 오라는 메모였다. 프랭크였다. 그래서 옆집 문을 두드리니 프랭크가 큰아이를 봐주고 있었다. 너무나 고마웠다. 평소 스쿨버스를 기다리며 학부모들과 이야기를 하는데 그중 친해진 데이비드가 있다. 그는  스쿨버스에서 내린 우리 아이가 아무도 데리러 오지 않고 혼자 있자  딸을 데리고 우리 집에 왔다고 한다. 그런 문이 닫혀 있었고  마침 옆집 프랭크 아저씨가 이를 보고 봐준다고 한 것이다. 그리고 메모를 문에 붙였는데 그것을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한 것이다. 평소 이웃 간에 사이가 좋으니 가능한 일이라며 나중에 한국인 교포분들이 말씀해주셨다.


 또한 맞은편 아랫집에 팸 아줌마와 개리 아저씨가 살고 계셨다. 우리가 아파트를 보러 갔을 때 우리가 이사 올 거라니까 환영한다고 친절하게 맞아주셨다. 특히 우리 애들을 너무 이뻐하고 정이 많은 분이셨는데 자기 애들이  안 쓰는 물건도 챙겨주었다. 외출 후 집에 왔는데 현관에 메모와 함께 여러 물건들이 놓여있었다. 화이트보드에 이렇게 씌어있었다. 'Hi Peter & Esther  I hope you can use these markers or pens or pencils... :) From Pam'  정말 감동이었다. 그런데 바로 얼마 되지 않아 다른 곳으로 이사 간다고 해서 많이 서운했다. 아줌마가 이사 갈 때 서랍장 등 여러 가지 살림도 주고 가셨다.
외출하고 돌아왔는데 집앞에 메모와 함께 둔 팸의 물건들


 팸이 이삿짐을 쌀 때 도와달라 해서 3시간가량 도와주었다. 미국은 인건비가 비싸서 이삿짐도 직접 싼다. 그릇도 깨지지 않게 일일이 포장해야 해서 손이 많이 갔다. 나는 주방 그릇들을 싸는 것을 정성껏 열심히 도와주었다. 이삿짐을 싸는 것을 도와주러 온 팸의 친구가 나보고 '왜 도와주냐'라고 했다. 나는 '친구니까'라고 했다. 그 친구는 '돈을 달라고 하라'라고 농담을 했다. 남편도 내가 이용당한 것 같다고 우스갯소리로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러면 어떤가?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진심으로 그녀를 도와주고 싶고 도와주었으면 됐다. 그녀는 일하다 점심이 되어 연어와 빵을 프라이팬에 굽고 소스를 뿌려 연어 버거를 만들어 주었다. 일하다 먹은 그 연어 버거의 맛은 정말이지 꿀맛이었다.

Garage sale 풍경

그녀는 이사 가기 전 친구 집 Garage를 빌려 Garage sale을 한다고 놀러 오라고 했다. 우리는  미국 Garage sale 구경도 할 겸 우리에게 필요한 물건도 구매할 겸 가보았다. 미국 사람들은 이사 가기 전이나 살면서 종종 Garage sale이나 Yard sale을 통해 살림살이를 판다. 그런 것을 구경하는 소소한 재미도 있고 운 좋으면 득템을 하기도 한다. 예쁜 Singer 미싱이 탐이 났지만 가격이 높기도 하고 나에게 필요한 물건이 아니라 보기만 했다.

 드디어 그녀가 이사하는 날 나는 그녀에게 편지와 한국에서 가져온 한국 고유의 전통 거울을 선물했다. 그녀는 매우 고마워했고 우리는 얼싸안고 울었다. 그리고 서로의 행복을 빌었다. 짧은 시간이지만 정을 나눴고 마음을 나누었다. 포틀랜드의 이웃사촌이었다.

팸이 준 화분 : 우리집 문앞에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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