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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도 Jul 13. 2021

민들레


창밖을 내다보았다. 민들레가 흔들리는 걸 보며 문득 난 내 몸이 떠오르는 걸 느꼈다. 햇빛을 막던 두터운 커튼을 치고, 눈을 감자 더욱 높이 끌어올려졌다. 민들레는 어디로 갈까. 그것이 항상 나의 의문이었다.

그들은 별다른 곳으로 가지 않았다. 뿌리가 정착할 수 있는 아주 작은 공간. 한 움큼의 공간이면 충분했다.

그러나 그리 쉽지도 않았다. 해를 만나고, 거대한 이에게 밟히지 않을 공간이 필요했다.

그들은 날아오르기 위해 오랜 시간을 거쳐 흰색으로 변한다. 마치 인간이 하얗게 머리가 새는 것처럼, 그리고 무언갈 남기고 세상을 떠난다. 내가 떠난 후 무엇이 남을지 확실하지 않은 나와 다른 그들의 비행은, 후련하고도 의미가 있었다. 정착한 뒤에도 그들은 흩날린다.

나는 다시 날아와 책상 앞에 앉았다. 무언갈 남기기 위해 끝없이 몸을 뒤척거릴 민들레와는 다르게 나는 아직 무엇을 남겨야 할지 정하지 못했다.

내 머리가 새하얗게 샐 때까지 난 내 자리를 찾아야 한다. 가볍게 날아오르지 못하는 인간이기에 하나씩 눈으로 보며 자리를 찾아야 할 거다. 내가 남기고 가는 게 제대로 자리를 잡고 버틸 수 있도록, 하얗게 변해가야 한다.

바람이 분다. 하얀 꽃씨가 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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