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주부터 새로운 곳으로 출근하게 되었다. 드디어 원하는 기업에 취업하면서 포트폴리오에 손도 못 대던 시절을 돌아보게 되었다.
당시만 해도 포트폴리오 만들 줄 몰라서 취업에 허덕였는데, 이제는 프로젝트가 끝날 때마다 어엿하게 포트폴리오를 업데이트하게 되었다.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과거의 경험들이,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내 경험을 글로 남겨본다.
처음 취업을 준비할 당시, 그 흔한 사이드 프로젝트나 관련 자격증은 하나도 없었다. 어떻게든 취업은 하고 싶은데 직무 경험이 적어서 포트폴리오를 준비할 때마다 회의감이 몰려왔다. 나는 여태 뭐 한 거지 싶은.. 자괴감이 들었다.
그래도 시작이 반이라며 스스로를 토닥이고는,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노션 포트폴리오를 따라 했다. 직무 경험이 없으니 '내가 일을 소화할 수 있다'는 근거로 대학 시절 진행했던 팀플, 혼자 공부한 직무 내용들을 노션으로 정리했다. 템플릿도 찾아보고, 직접 꾸며도 보면서 회사에 노션 링크로 2곳 정도 지원했던 것 같다. 그 결과, 운 좋게 2번의 지원 끝에 첫 취업을 성공했다.
첫 회사를 다니면서 이직을 위해 여러 회사에 지원서를 넣었지만 모두 탈락했다. 포트폴리오를 제출하지 못해서다. 프로젝트 경험이 쌓였음에도 포트폴리오는 여전히 만들 엄두가 나지 않았다. 프로젝트를 하긴 했는데.. 맡은 일에 비해 '이렇다'라고 말할 성과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직이나 포트폴리오와 관련된 글을 볼 때면, 또다시 회의감이 들었다. 그들의 말에 따르면 나는 '물경력'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으니까...
업무는 많이 했음 → 성과 없음 → 포트폴리오에 쓸 말 없음 → '.. 난 물경력..?'
쓸 게 없는 답답함에도 포트폴리오를 만들지 않고 합격하는 방법은 없었다. 다니던 회사는 스타트업이라 불안정했고, 미래를 위해서 내가 성장할 수 있는 환경으로 나아가야 했다. 이력서만 넣는 회사가 있을까 싶어 둘러본 채용 공고에는 '포트폴리오 제출 필수'라는 문구가 꼭 따라다녔다. 포트폴리오 없이 취업을 하기 위한 꼼수를 부려봐도, 어차피 결론은 '포트폴리오=어떻게든 만들어 내야 하는 문서'였다.
포트폴리오를 만들기 위해 여러 자료들을 찾아봤지만, 다른 사람들이 자신이 진행한 프로젝트로 제작한 포트폴리오는 나와 상관없음을 깨달았다. 회사에 지원한 사람은 '나'라는 사람이니까 말이다. 다른 사람의 성과에 집중하기보단 '내 경험'에 집중하기로 했다.
그래서 나는 다른 사람들의 포트폴리오 찾는 일을 그만두고, '나'를 먼저 돌아보기 시작했다. 기획할 때처럼 마인드맵 프로그램을 켜서 나 자신을 분석하고 정리했다. 성과가 있든 없든, 나에 대해 적어가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나는 성과가 없는 프로젝트 경험만 있었다. 성과란, 회사에 이익을 가져다준 것을 의미한다. 같은 업계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모든 프로젝트가 성과가 있을 수 없음을 알게 되었다. 성과는 프로젝트의 결과물로 발생하는 성취이므로, 결과물이 성취를 가져다주지 않는 경우도 많다. 무수히 많은 스타트업들이 혁신을 추구하지만, 실제로 모든 프로젝트가 혁신에 성공한 것은 아닌 것처럼.
미국의 민간 우주 프로그램과 항공우주 연구를 담당하는 나사(NASA)에서는 프로젝트에 실패한 연구원을 바로 해고하지 않는다. 대신 실패한 프로젝트를 회고하고, 담당자가 프로젝트를 다시 진행하도록 돕는다. 그 이유는 실패한 사람이 그 프로젝트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므로, 다시 진행했을 때 실패 확률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프로젝트는 단순히 성과 있는 결과물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 과정에서 배우고 성장한 점, 문제를 해결한 방식, 팀과의 협업 능력 등을 키울 수 있는 경험 자산이다. 나는 이 부분에 집중해서 성과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마인드맵에 정리한 내용을 바탕으로 포트폴리오를 만들었다.
실제 면접을 본 7곳에서 공통적으로 들었던 말이다. 어떤 분은 '이렇게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의도가 있는가'에 대해서도 물어보셨다.
처음에는 '다르다'는 말이 부정적인 의미일까 봐 걱정했는데, 인터뷰를 하면서 긍정적인 질문임을 알게 되었다. 모두가 비슷한 구성으로 프로젝트의 결과 중심으로 작성하는데, 나는 '나'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내가 일을 할 때 어떻게 업무를 진행하는지(문제 해결 능력), 지난 경험들로 어떤 점이 성장했는지(발전 가능성),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자신의 비전) 등에 대한 것들이다.
포트폴리오를 작성할 때 '이 문서를 읽는 사람은 함께 일하는 상대가 궁금하다'에 초점을 두었다. 일은 잘할 수 있는지, 예상하지 못한 일도 잘 처리할 수 있는지, 사람들과 협업을 어려워하지는 않는지에 대해 궁금할 것이다. 이 모든 내용을 문서로 담아내기란 어렵다. 그래서 나의 역량 중 남들보다 이거 하나는 자신 있다는 부분을 중심으로 나만의 업무 경험을 이야기로 만들었다. 이렇게 만들었던 덕분에 결국 원하던 회사에 다음 주부터 입사한다.
- 포트폴리오에 쓸 내용이 없어 회의감이 드시는 분
- ‘이렇다’할 성과가 없다는 이유로 사회에서 도태된 기분을 느끼는 분
- 포트폴리오 시작이 막막해 핀터레스트만 보고 있는 분
만약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과거의 나에게 이런 말을 해주고 싶다.
네가 지나온 모든 시간은 의미 있었고, 그 의미를 스스로 발견하는 날이 오길 바란다고.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발견해서 각자의 시대가 올 수 있음을 기억하면 좋겠다. 물경력이었던 나도 원하던 기업에 들어간 것처럼.
개인적으로 포트폴리오 내용을 만든 뒤에 잘 읽히게 만드는 레이아웃을 구성하기가 어려웠다. 생각보다 시간도 많이 드는 작업이었다. 이 글을 작성하면서 나 같은 다른 누군가도 겪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누군가 1분이라도 아끼는 데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레이아웃 템플릿을 제작했다.
처음에는 무료로 제공할까 했지만, 무료 강의나 무료 경품에 대해서 낮은 가치를 매기는 게 사람 심리다. 예전에 꽤 유명한 스터디를 운영하시는 분도, 자신은 좋은 마음으로 열었던 스터디인데 무료라는 이유로 저평가되어서 일정 금액을 받게 되었다고 들었다. 스터디는 일정 금액을 받은 이후 사람들의 평가가 더 좋아졌다고 한다.
내가 제작한 템플릿도 무료로 제공할 때 내 의도와 다르게 저평가될까 싶어, 저렴한 커피 가격에 판매하기로 했다. 실제 서류 합격한 포트폴리오에서 여기저기 조합하기 쉬운 레이아웃들로 30장을 준비했다.
휴 이 정도면 내 정성이 느껴지려나.
도움 되길 바라는 마음이 꼭 전달되기를.
포트폴리오 템플릿 레이아웃 링크 - https://ctee.kr/item/store/30681
여튼 지난날의 나처럼 포트폴리오로 헤매는 사람이 있다면, 오늘의 글과 나의 템플릿이 나와 같은 사람에게 조금이나마 도움 되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