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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나 May 13. 2024

아침 운동 시작 3주 차 "진작 할 걸..."

운동 싫어 인간이 개인운동 가게 된 비결


오늘 아침 6시 반, 알람도 울리기 전에 눈이 떠지고 7시가 되기 전에 몸과 정신이 깨어나 저절로 일어나지는 놀라운 경험을 했다. 원래는 9시나 10시에 겨우 일어나서 바로 일을 시작하는 생활을 계속해왔는데 말이다. 물론 계절이 변해서 해 뜨는 시간이 빨라지니 자연스러운 흐름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전에는 아침 해가 떠서 눈이 일찍 떠지더라도 잠이 깨지 않거나 몸이 피곤해 더 자곤 했는데, 이제는 개운하게 몸이 깨어난다는 점이 다르다.


아침 운동으로 루틴을 바꾼 지 3주 차가 되어가는 날의 일이었다.


내 이야기가 '나는 아침잠이 많아서 아침 운동 못 해'라고 막연히 미뤄왔던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나도 아침에 겨우 눈떠서 바로 출근하던 사람이고, 아침 운동 한다는 사람을 보면 '오 나랑 다른 유형의 사람이군' 하며 경외심을 갖고 바라보곤 했다.


아침 운동을 시작한 첫 주는 무거운 몸을 이끌고 겨우 버스나 택시를 타고 운동을 갔다. PT 1회에 개인 운동 1회. 그리고 지난 2주 차부터 으 일어나자 해서는 걷기와 버스를 병행했다. PT 2회에 개인운동 2회! 그런데 오늘 아침 개인운동을 가려는데 뭔가 가뿐하게 훅 일어나 져서 놀랐던 거다. 어제 그렇게 일찍 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습관은 정말 무서운 거다.


여태 오후나 저녁에만 운동만 하다가 아침 운동으로 바꾼 지 이제 막 3주 차에 접어들었는데도 진작 운동 시간을 바꿀 걸 싶다. 그래서 아침운동이 좋은 이유 몇 가지를 정리해 봤다. 사람마다 다를 수 있고, 몇 년 간 직장인이었다가 프리랜서다 된 나의 특수한 상황의 영향도 있다는 점을 미리 밝힌다.

1. 운동을 빠지지 않고 가게 된다.

나에게 운동은 재미보다 생존을 위한 것이고, 운동보다 재밌는 게 넘쳐난다.

이런 사람들 특징은 당연하게도 운동이 자꾸 후순위가 되어 헬스장을 끊어두고도 안 간다는 점이다.
오후나 저녁에 운동 가려 시간을 일정하게 비워두어도.. 일이 늦게 끝남 이슈 (프리랜서일수록 퇴근이 불규칙..) & 낮에 누적된 피로 & 갑작스러운 약속 제안에 맘이 솔깃하는 사건들 등등 때문에 운동을 빠질 때가 많았다. 그런데 아침 8-9시에는 그 어떤 방해도 없다. 나만 깨면 된다.

나는 개인운동을 너무 안 가고 피티만 겨우 가던 사람인데, 아침 운동 바꾸고 피티 사이사이마다 개인 운동을 가고 있다. 진짜 진짜 놀라운 변화다.



2. 강제 산책으로 기분 전환이 가능하다.
운동 가는 길과 오는 길에 햇볕 받으면서 걷느라 기분이 좋다. 운동을 즐기지 않지만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건 참 좋아하는데, 다른 우선순위 높은 일들 때문에 맘껏 걸어 다니지 못해 답답할 때가 있다. 운동도 안 가고 집에서 일만 하는 날은 하루도 집 밖에 나가지 않게 되는데 그럼 자연스레 기분이 처지고, 체력도 약해지고, 우울감이 생겨난다.

요즘 계절도 좋아서 푸릇해지는 나무 구경도 할 수 있고, 사람이나 산책 나온 강아지 구경도 너무 재밌다.

7시 반에 운동 가는 길엔 등교하는 학생들과 텅 빈 건물에서 청소하는 여사님들을 보며 나도 더 부지런해져야지 다짐하고, 9시에 운동 마치고 돌아오는 길엔 하나 둘 오픈하는 가게들의 분주함을 보며 오늘 하루 열심히 지내야지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걸 구경하며 걷는 도중에 폰으로 글쓰기 할 수 있어서 생각 정리, 회고, 공상 기록에 좋다. (지금 이 글도 운동 끝나고 집 가는 길에 쓰는 중이다.)

3. 한적한 헬스장이라 집중이 잘 된다. <<< 최고!!!
퇴근 후에 개인운동 가면 좀 일찍 간다 해도 사람들이 많다. 기구 하나 쓰려면 눈치게임 & 기다림이 당연했는데... 나에겐 그런 게 모두 잔잔한 스트레스였고 집중을 저해하는 요인이었다. 게다가 나는 운동쪼렙이라.. 내가 쓰고픈 기구 다른 사람에게 더 필요한 거 같고, 나는 정말 낮은 무게 하는데 다들 엄청 무거운 거 하니까 조금 위축되었던 것 같다.
근제 아침 시간엔 개인운동 가도 내 운동에 더 집중할 수 있고, 피티 받을 때도 훨씬 덜 시끄럽고 덜 붐벼서 정신이 덜 산만하다.

덕분에 원하는 부위에 힘이 잘 들어가는지만 생각하며 운동에 집중할 수 있다.

4 운동 후에 씻고 하루를 시작하니 에너지가 생신다.
프리랜서(라고 쓰고 백수로 읽을 수도 있는) 삶은 아침 에너지가 중요한 것 같다. 직장인은 강제 출근이 있으니 나를 끌어서라도 업무 앞에 앉혀두는데... 프리랜서는 오전 시간에 안 씻고 몸 안 일으키고 누워있다가 10시에 찝찝하고 죄책감 있는 마음으로 겨우 일어나서 좀 뭐 하다 보면 밥때가 오곤 한다.
근데 아침 운동 하고 돌아와서 빡 씻고 옷 갈아입으면 빨래랑 청소랑 정리랑 업무가 하고 싶어지는 매직!
저녁에 운동할 때도 운동 안 한 날보다 운동하고 집 온 날이 더 부지런했는데, 아침 운동을 매일 하면? 매일 부지런할 수 있다!


주 2회 PT, 주 2회 개인운동 다니다가 PT 남은 회차가 끝나면 혼자서 아침 운동 다니는 게 목표다. PT만 300회는 한 것 같은 나.. 과연 독립해서 혼자 운동 다닐 수 있을까? 올해 나의 주요 도전 과제 중 하나로 생각하며 열심히 해봐야겠다.


나의 작고 귀여운 근성장을 공유하며 글을 마친다. (얼마나 운동을 싫어하던 멀리하던 사람인지 느껴질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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