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영화만이 보여줄 수 있는
감성과 이야기

감독 임의준 인터뷰

by 인디매거진 숏버스

Q.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A. 성결대학교 영화영상전공을 졸업한 <사마귀> 연출 임의준이라고 합니다.
<자장가>, <THE INTERVIEW>, <악음>, <사마귀>, <입관> 총 5편의 단편영화를 연출했습니다.


Q. 작품 소개도 부탁드린다.
A. 영화 <사마귀>는 임신을 하게 된 ‘혜연’이 배에 생긴 사마귀를 발견하게 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커져가는 사마귀에 알 수 없는 불안감에 시달리며 이상 증상을 겪게 되는 이야기를 다룬 공포 영화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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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극장 개봉 소감
A. 영화를 찍는 누구에게나 극장에서 자신의 영화를 볼 수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이자 꿈이라고 생각합니다. 늘 상상만 해왔지 현실이 될 수 있을 거라곤 생각해 보지 못했는데 이렇게 좋은 기회로 꿈이 조금 빠르게 다가온 거 같아 감사하고 행복한 마음입니다. 영화는 관객이 관람을 함으로써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많은 관객들에게 제 영화를 선보이려 하니 설레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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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촬영 당시 있었던 재밌는 에피소드
A. 영화에서 사용된 소품 중에서 ‘메뚜기 튀김’이 있는데, 식용 메뚜기를 구매해서 조리했습니다. 당시 압도적인 비주얼(?) 때문에 다들 꺼려 했었는데 막상 맛을 보고 생각보다 괜찮아해서 스태프들 중에서 나름 인기 있는 메뉴가 되었던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맛에 대해서 설명해 드리자면 건새우 튀김과 유사한 맛이 났던 걸로 기억이 납니다.


Q. 임신을 한 여성과 사마귀를 엮어 작품의 스토리가 진행되는 점이 재미있다. 두 소재를 함께 엮어 스토리를 구성하게 된 이유
A. 2019년도 3학년 2학기 워크샵을 준비하고 있는 중이었는데, 어느 날 문득 ‘중의적인 의미’를 내포한 제목을 가진 영화를 찍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곰곰이 단어를 떠올려 보았는데 문득 ‘사마귀’라는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곤충 ‘사마귀’와 피부에 나는 ‘사마귀’가 있는데 그중 피부에 나는 사마귀는 여성이 임신을 하고 있는 과정에 많이 생기는데 임신 도중에는 대부분 사마귀 치료를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그 이유가 ‘태아’에게 안 좋은 영향이 갈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만약에 '임신 도중에 사마귀가 배에 생긴다면?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생각에서 출발한 이야기입니다. 여기에 곤충 사마귀가 교미를 하는 도중 암컷이 알을 낳기 위해 수컷을 잡아먹는 독특한 번식 방법이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 사회에서 임신의 책임을 홀로 짊어지고 희생하는 여성의 모습과는 대비된다는 생각이 들어 두 개의 소재가 자연스럽게 엮이게 된 것 같습니다.


Q. 배에 난 사마귀, 변해버린 손톱 등 다양한 특수 분장을 활용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신경을 쓰고 공을 들인 부분
A. 아무래도, 배에 난 사마귀를 표현하는데 가장 많은 신경과 공을 들였습니다. 영화의 제목이기도 하며, 중요한 메타포이기에 이 사마귀를 어떻게 디자인할지, 그리고 어떻게 실제로 구현할지에 대해서 분장감독님과 많은 대화와 고민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준비를 했는데 제가 원하는 느낌대로 모니터에 담긴 사마귀 분장을 보았을 때 매우 행복했던 기억이 납니다. 아마, 컬트영화나 장르 영화를 좋아하시는 관객분들은 영화를 통해서 점점 변해가는 사마귀의 모습을 흥미롭게 지켜보시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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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작품 연출에 있어 특히 신경 썼던 부분
A. 아무래도 공포라는 장르적 특색이 명확한 영화이기에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관객들에게 서늘함을 느낄 수 있게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신경 쓰며 연출했습니다. 또한, ‘임신한 여성’이 느끼는 불안한 심리에서 비롯되는 영화이기에 남성 감독으로서 이러한 심리와 감정을 왜곡하지 않으려 신경 쓰고 또 신경 썼습니다.


Q. 촬영 당시 배우들에게 했던 디렉팅 중 가장 중점을 뒀던 부분
A. 주인공 ‘혜연’역을 맡은 예원 배우님과는 갑작스럽게 임신을 한 여성의 감정 변화에 대해서 가장 많은 대화를 나눴던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저도 남성이고, 예원 배우님도 경험해 본 적이 없는 상황이기에 서로 많은 공부를 하면서 캐릭터를 만들어 나간 것 같습니다. 특히, 현실적으로 임신에 대한 부담을 홀로 짊어지며 점점 이상 증세를 겪어나가는 과정에서 장르적인 느낌을 부각하는 인물의 외면적인 액팅과 드라마적 서사를 이끌어가는 내면적인 감정이 적절하게 밸런스를 잡을 수 있게끔 중점을 둬서 디렉팅을 했던 것 같습니다. 또한, ‘혜연’이라는 인물이 자신의 감정을 꾹꾹 누르고 누르다 나중에 터뜨리는 인물인데 후반부에서 터져 나오는 인물의 감정에 관객들이 함께 아파하고 공감할 수 있게끔 앞선 부분의 감정 빌드업과 조절에 대해서 많이 고민하며 디렉팅을 했습니다.
남편 ‘중기’역을 맡은 정로 배우님과는 캐릭터의 톤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했던 것 같습니다. 굳이 따지자면 영화에서 가장 큰 빌런 역할을 하는 인물인데, 사실 지나치게 극단적이거나 악해 보이면 안 된다는 생각이 강했거든요. 그렇다고 너무 밋밋해서도 안 되는 캐릭터 였구요. 그래서 함께 고민하고 만들어간 방향은 평범한 남자이자 남편이지만, 아내보다는 뱃속에 있는 태아, 즉 자신의 아이에만 더 신경을 쓰고 애정을 가지는 인물로 그려내려 노력했던 것 같습니다. 직접적으로는 ‘혜연’에게 애정을 가지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혜연’의 아픔과 힘듦에 공감을 하지 못하고 신경을 쓰지 않는 모습을 과하지 않게 자연스레 녹여내는데 중점을 두고 디렉팅을 했던 것 같습니다.


Q. 관객들이 <사마귀>를 볼 때 유심히 봐줬으면 하는 연출 포인트 혹은 장면
A. 영화 <사마귀>는 미쟝센적으로 많은 연출 컨셉을 녹여낸 영화입니다. 영화가 지속될수록 변화하는 인물에 따라 인물의 의상과 소품의 색감, 그리고 조명의 색감들이 계속해서 변해가는데 이를 유심히봐주시면 색다른 재미가 있으실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유심히 봐주었으면 하는 장면 같은 경우는, 조금 아이러니하실 수도 있는데 영화의 초반부에 주인공 혜연이 먼저 임신을 한 강 대리라는 캐릭터와 교감하는 신입니다. 영화가 아무래도 무겁다 보니 편집을 하는 과정에서나 계속 모니터링을 하는 작업 과정에서 많이 지쳤는데 그 신을 볼 때는 마음이 굉장히 따뜻해지고 힐링이 되더라고요. 제가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것이 인생의 가장 큰 목표이다 보니, 개인적으로 가장 아끼고 좋아하는 신입니다. 전체적인 영화에서 가장 다른 분위기를 담고 있는 신이라서 더욱 의미 있는 신이기도 하고요.


Q. 작품을 통해 관객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
A.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여성에게 있어 임신은 해도 문제, 안 해도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임신을 하지 않으면 '저출산'과 시댁으로 대표되는 압박이 들어오고, 임신을 한다면 직장 생활의 경력단절이라는 압박이 들어오는 상황에서 '왜 모든 부담을 여성이 짊어지고 있을까?'에 대한 의문에서 출발한 이야기입니다. 임신은 여성 혼자만의 책임이 아니며 홀로 이뤄낼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남성과 사회 역시 각각의 책임과 부담, 희생을 지녀야 임신은 저주의 굴레에서 벗어나 비로소 축복받을 수 있는 일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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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앞으로 작품 계획이 있다면
A. 우선, 졸업작품으로 연출한 <입관>이라는 작품을 영화제에 배급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그림자들의 밤>(가제)이라는 첫 다큐멘터리 작품을 준비하고 있는데 올해 하반기에 완성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누군가의 딸이면서도 어머니인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유실>(가제)이라는 작품과 대기업에 다니는 주인공이 고향 지부로 발령이 나게 되며 산재로 죽게 된 배다른 동생의 사건 처리를 우연히 담당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산재 인정 시위를 하는 어머니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인 <인재>(가제)라는 작품의 시나리오를 쓰고 있습니다. 아마 내년에 이 중 한 작품을 연출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Q. 감독님에게 단편영화란 어떤 의미인가
A. 예전에는 단편영화는 장편영화를 찍기 위한 도움닫기라는 생각이 강했는데, 계속해서 단편영화를 찍어오며 느낀 건 단편영화에서만 보여줄 수 있는 감성과 이야기가 분명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단편영화라는 매체를 통해서 하고 싶은 이야기도 아직 너무 많고요. 그렇기에, 지금의 저에게 있어 단편영화는 또 하나의 목표이자 꿈이 된 것 같습니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말씀
A. 코로나라는 팬데믹이 장기화되고 있는 요즘인데, 많은 영화인들이 힘들어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도 극장이 점점 축소화되어 가고 있는 것이 느껴지고 영화인들이 설 수 있는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상업 영화계도 이런데 독립영화나 단편 영화계는 더 힘들어진 게 사실입니다. 지금도 저희 학교에서도 많은 선후배들, 동기들이 단편영화를 촬영하고 있는데 열악해진 현실과 상황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라는 꿈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달려 나가는 저희 선후배들과 동기들, 그리고 다른 영화인 동료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은 마음입니다. 저 또한 포기하지 않고 계속 달려 나갈 생각이고요. 저희의 영화는 이러한 상황에 절대 매몰되고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것에 확신을 가지고 계속해서 함께 연대하고 의지하며 이 상황을 극복해냈으면 합니다.




<사마귀> (The W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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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타임 : 27분

감독 : 임의준

배우 : 손예원, 윤정로, 오지영, 정다연, 최고은, 김진홍, 김종태

스탭 : 제작 경조사 필름, 결명자 필름 | 각본/연출 임의준 | 조연출 강소연 | 스크립터 신유승 | 슬레이터 허태경 | 프로듀서 김태환 | 라인프로듀서 임현욱 | 제작부 조재현, 김민희 | 촬영/조명 정한서 | 촬영부 송민주, 김윤호, 신서윤 | 개퍼 송원준 | 조명부 오수호, 전소원 | 미술 김현영 | 미술부 이혜원, 이규원 | 분장 이예나 | 동시녹음 김민지, 김진한 | 붐오퍼레이터 김진한, 조재현 | 믹싱 김민지 | 편집 임의준 | 색보정 정한서 | 영자막 조승원 | 음악 최주영 | 삽입음성 박인혁 | 현장지원 김지운, 김진홍, 서준용


로그라인 : 임신한 혜연의 배에 사마귀가 생겼다. 시간이 지날수록 커져가는 사마귀에 혜연은 알 수 없는 불안에 사로잡힌다.


수상/초청이력 : 제20회 대한민국청소년영화제 - [대학부] 본선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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