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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돌봄 Nov 26. 2024

TV

며칠 정도는 식구들이 여행을 갈 수 있는.

긴긴 겨울 방학 캠프 정도 보낼 수 있는.

온라인 서점 장바구니에 있는 책, 결제 버튼도 누를 수 있는.

급격히 차가워진 겨울바람을 막아 줄 패딩도 몇 벌 살 수 있는.

한 달 아이들 학원비도 되어 줄 수 있는.


그걸 포기하고 널 들인 거야.

넌 뭘 해줄 수 있니.

크게 보여주는 거 말고.

깨끗한 거 말고.

영화 볼 때 말고.(시험 기간이라 영화도 못 봐 요즘)


나에게 뭘 해줄 수 있길래

며칠이나 걸려서 온 거니.

벽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넌 상하좌우로 잘도 움직이는구나.

당연한 듯 한 공간을 오롯이 차지하고 있는 그 당당함은 정말 넘사벽.

나도 배우고 싶구나.


이왕 온 거 천년만년 오래오래 있어주라.

다른 아이를 데려오긴 싫구나.

여전히 널 바라보며 생각한다.

너의 존재는 무엇이기에 이리도 어디서든 빠지지 않는 것이냐.

나도 너만큼 그런 존재인가 생각하게 된다.


없으면 허전하고

더 큰 걸 찾게 되고

아마존에서라도 건져오게 되는 너.

너를 바보라 한건 미안해.

유튜브와 SNS가 생길지 몰랐지 뭐야.

너 정도면 양호한데 말이야.


네 안에 있는 나를 꿈꾸진 않아.

그건 아직 실감이 안나거든.

나를 투영한 다른 존재가 네 속에 나오길 바랄 뿐.

아무튼, 잘났어 너.

웰컴. 이천 년이 지나도 있어줘.

고장 나면 다신 안 볼 거야.


너만큼이나 여러 곳에 존재하고 싶은 내가.








텔레비전은 처음 6개월이 지나면 시장에 남아 있지 않을 것이다.
사람들은 매일 합판으로 만든 상자를 보는 데 지겨움을 느낄 것이다
-  대릴 자눅(Darryl F. Zanuck), 20세기 폭스 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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