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때 사회 시간, '이성'이 무엇이냐고 묻는 선생님의 질문에
'옳고 그름을 판단할 줄 아는 능력입니다.'라고 자신 있게 대답한 적이 있습니다.
지금은 기억나지 않아요.
어떻게 그 의미를 알고 있었는지는요.
사회 선생님은 대번에 '그래, 그렇게 공부하면 너 서울대가겠다.' 하셨죠.
마치 서울대 합격증을 받은 것처럼 기뻤답니다.
네, 그래요. 그땐 학벌에 대한 것이 더 심했죠. 요즘보다는요.
사회 시간 이후로 낱말의 의미에 대해서 많이 생각해 보게 되었어요.
특히 자존감과 자존심에 대해서 말이죠.
자존감 : 스스로 품위를 지키고 자기를 존중하는 마음.
자존심 : 남에게 굽히지 않고, 스스로의 품위를 지키고 존중하는 마음.
와, 둘 다 참 좋은 말이네요.
스스로에게 품위를 지킨다.
품위란 말과 행동에서 드러나는 것이겠죠.
로열패밀리로 태어나거나 재벌집에 태어나 예술과 문화를 자유롭게 향유하지 않을지라도
요즘 세상은 다양한 정보에 쉽게 다가갈 수 있습니다.
보고 배운 게 무섭다던데 그런 가정에서 태어나지 않아도 스스로가 노력으로 메울 수 있는 부분이 분명 있습니다. 돈으로 채우는 무언가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고결한 생각, 보편적 가치, 합당한 언사, 지극히 정상적인 사고와 배려심. 바른 생각. 남에게 폐 끼치지 않으려는 마음. 품위란 그런 생각에서도 흘러나오는 것이죠.
남에게 굽히지 않는다는 건 뭘까요?
내 신념과 다르지만 어떤 이익 때문에 따르는 것. 이건 정말 많이 굽힌 거네요.
타인을 존중하지 않고 내 주장만 하면 그건 마치 게임 속 세상에서 왕노릇 하는 것과 다를 바 없겠죠.
남의 의견을 무조건 따르지도 내 의견만 고집하지도 않는 것.
타인을 배려하되 나의 주장도 묵직하게 할 줄 아는 것.
우리에겐 그런 자세가 인생에서 필요합니다.
나 스스로를 지키고 존중하는 것.
사람은 자아가 형성되면서부터 타인과 나를 비교하기도 합니다.
재산, 외모, 소유물, 성적, 이성친구, 가족, 여가시간, 물건 등등 수많은 것들을 비교. 대조합니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이니 약간의 모방과 추앙도 필요하겠죠.
그런 과정에서 나만의 스타일, 나만의 인생관을 찾아야 한다는 강력한 동기부여도 되니까요.
간혹 인생을 살다 보면 이유 없이 나를 깎아내리는 사람들을 만납니다.
물론 그들에겐 이유가 있어요.
'그들 생각'에 내가 키가 작아서, 학벌이 별로여서, 옷차림이 구려서, 나이가 많아서 혹은 적어서, 여자여서 남자여서, 지방 사람이라서 아니면 서울 사람이라서. 외외로 수많은 편견과 인식이 세상엔 만연합니다. 그 반대급부도 물론 많고요. 이때 절대 잊어서는 안 되는 사실은 그 생각의 그들의 것이지 내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휩쓸려서 나 자신을 초라하고 쓸모없는 사람이라 생각하지 마세요. 어느 누구도 나를 막대하거나 함부로 생각하게 두지 마세요. 그러기 위해서 탄탄하게 빌드업해야 하는 게 바로 자존감, 자존심입니다.
나는 소중한 사람이라는 그 사실을 절대 잊지 않아야 합니다.
꺾은선 그래프처럼 인생이 꺾일 수도 있고, 다시 올라갈 수도 있습니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나를 지켜주는 건 바로 나를 존중하고 사랑하는 마음.
품위를 지키는 그 마음입니다.
참, 그래서 제가 사회 선생님 말씀대로 서울대에 갔냐고요?
그건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