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pring Aug 16. 2023

수영하면 살이 찐다고요?

 결론부터 말하면 몸무게는 먹는 양에 따라 케바케(case by case)이고, 확실한 건 바디라인은 살아납니다!

 너무 당연한 소리인가 싶지만 내가 직접 경험한 사실이고 현재 진행형이므로 확신을 가지고 말할 수 있겠다. 누군가에게서 수영하면 살찐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것은 수영 후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평소보다 많은 양을 먹기 때문이다. 수영은 평소처럼 먹는다면 살이 찔 리가 없는 운동이다. 물속에서의 움직임은 생각보다 많은 체력을 소모시킨다. 물 밖에서의 50분과 물속에서의 50분은 비교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수영을 처음 시작했을 때에는 허벅지까지 탄탄하게 잡아줄 5부 전신수영복을 사입을 정도로 내 몸매에 자신이 없었다. 169cm의 큰 편인 키에 크게 뚱뚱해본 적은 없지만 타고난 굵은 뼈대를 가진 나는 표준의 보기 좋은 체격을 갖고 있다. 몸무게는 53kg부터 만삭 때의 몸무게인 64kg까지 오르락내리락 반복하며 살아왔다. 몇 년 전 체중계에서 임신 중에 보았던 '63kg'이라는 숫자를 다시 보았을 때 급하게 한약 다이어트의 도움을 받아 3개월 동안 절식하고 54kg까지 감량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다이어트가 그렇듯 몸무게는 다시 천천히 올라갔다. 이런저런 운동들을 하면서 50kg대 후반의 몸무게를 유지하며 살다가 60kg이라는 숫자에 안정적으로 안착했을 즈음, 수영을 시작했다.


 그러니까 처음 수영장에 다니기 시작한 게 작년 10월 중순이었다. 다음 해 2월까지는 살이 차곡차곡 적립되는 겨울이기도 했거니와 주 2회의 수영강습으로는 몸무게의 변화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욕심이었다. 앞자리 '6'을 오르내리기는 하지만 더 이상 찌지 않고 정체되어 있는 몸무게로도 사실 충분히 만족했다. 겨울엔 옷으로 몸을 가릴 수 있으니까 말이다. 자유수영을 한 두 번 더 다니기도 했지만, 다이어트 목적은 아니었다. 어쨌든 나는 '수영으로는 살이 빠지지 않는다'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다가 3월부터는 매일 주 5일 수영을 했다. 주 5일 수영 강습을 하면서는 다른 운동은 일절 하지 않았다. 매일 만 보 정도는 걷는 것이 일상이었는데, 수영만으로 유산소운동은 충분히 되는 것 같아 굳이 걸으려고도 하지 않았다. 이렇게 안 걸어도 되나 할 정도로 안 걸었다. 수영장 다녀오라 걷는 게 전부였으니까. 한 달에 두 번은 등산을 갔었는데, 등산을 가는 대신 토요일에 자유수영을 2시간 했다. 수영만으로도 충분히 힘들어서 낮에 10분이라도 잠시 누워있어야 했다. 체력적으로 엄청나게 힘든 몇 주간의 시간을 버티고 나자, 주 5일 수영이 할만해졌다. 그즈음, 수영장 언니들에게서 살이 빠진 것 같다는 말을 듣기 시작했다. 그래도 몸무게는 여전히 59kg. 숫자의 변화가 크게 없으니 나는 반신반의했다. 그런데 작년에 입었던 봄 바지를 꺼내 있는데, 어라? 작년에 입었던 느낌보다 더 편안하게 입어진다. 몸무게의 변화는 크게 없었지만 군살이 좀 정리되었나 보다.
 

 5월부터는 서서히 몸무게의 변화가 생겼다. 아침에 일어나면 300g씩 줄어있었다. 다이어트를 하려고 한 것도 아니고, 늘 먹던 양, 늘 먹던 음식을 먹고살았는데 말이다. 그렇게 58kg, 57kg, 56kg. 55.4kg까지 빠지니 내 몸이 힘들어서 수영을 하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평소보다 더 잘 먹어서 다시 좀 찌웠다. 그렇게 지금은 아침 공복몸무게 56.0~57.0kg으로 유지한 지 두 달째이다. 여전히 수영 이외에 다른 운동은 일절 안 하고 있다. 고작 3-4kg 줄은 것으로 수영으로 살이 빠진다고 말하는 게 웃기다고? 키가 다 자란 10대 시절부터 지금까지 20년 넘게 53kg-64kg으로만 살아온 나에게는 엄청 의미 있는 숫자다. 만삭에도 64kg였고, 20대 초반 1달간의 유럽여행으로 쫄쫄 굶어서 어딜 가나 너무 말랐다며 살찌우라는 소리를 들었을 때도 53kg였다. 나에게는 엄청나게 유의미한 숫자인 3kg이고 수영을 시작하던 시기의 최고 몸무게인 61kg부터 최저 55.4kg로 생각하면 5.6kg을 감량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먹는 양을 줄이지도 않고 오롯이 주 5일 50분의 수영 강습으로만 말이다.


 단, 이것은 운동량이 충분한 마스터반(연수, 고급, 상급, 전부 해당)의 경우이므로 수영을 시작하기만 하면 살이 빠질 거라고 기대해서는 안된다. 수영을 시작하는 기초, 초급반의 경우도 발차기가 힘들기 때문에 강습 후에 허기진 느낌이 들기는 하겠지만, 사실 살이 빠질 만큼 칼로리를 태우기에는 부족하다. 기초, 초급반 분들이 수영 강습 후에 힘들어서 많이 먹는다면 분명 금방 살이 찔 것이다.


 수영으로 살만 빠진 게 아니다. 몸매도 좋아졌다. 등에 붙은 군살이 사라져서 말끔해지고, 팔뚝이 얇아졌다. 게다가 말려있던 어깨가 좀 펴진 느낌이다. 광배가 발달된 듯 보이기는 하지만 허리는 더 잘록해졌다. 따로 힙 운동을 하지도 않았는데 처진 엉덩이에서도 탈출했다. 약간의 홈트를 더해주면 더욱 만족하는 몸매가 될 것도 같은데, 거기까지는 아직 못하겠다. 수영만 하기에도 충분히 힘들어서 추가 운동은 벅차다. 자전거를 한 시간 탔다가 몸살이 날 뻔했으니까.


 군살이 정리되고 살이 빠졌다고 확신한 이유는 몸무게의 변화 이전에 수영복이 커졌기 때문이다. 수영복 사이즈를 M이거나 L로 샀었는데 이제 L사이즈의 수영복은 너무 커져서 입을 수가 없다. 수영복 안에 물이 슉슉 들어오는 느낌이 나기 때문에 가슴패드가 빠질까 봐 걱정이 될 정도다. 그래서 지난달 S사이즈의 수영복 2벌을 새로 들였다. 2벌을 한 번에 샀기 때문에 한 달에 한 품목만 구입이 가능한 나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이번달은 수영용품 구입 금지다.


 수영으로 다이어트가 가능함이 확실한데도 서두에 '결론적으로 케바케'라고 한 이유는 수영장 언니들 때문이다. 10년, 20년 수영을 하신 언니들의 몸을 수영장에서 직관하고 있기 때문에 거짓말은 못하겠다. 50대, 60대, 70대의 언니들(우리 엄마보다 연세가 많으신 분도 일단 수영장에서는 언니다. 어머님이라고 하면 혼남)은 수영이 그냥 숨 쉬고 밥 먹고 잠자는 것과 같은 당연한 일상이다. 그만큼 수영이라는 운동이 몸에 익었기 때문에 그냥 하는 것이다. 집에서는 씻을 일이 없고 아침에 일어나서 씻으러 수영장에 나오시는 것이니. 게다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줄어드는 근육량, 호르몬의 변화로 운동으로 살을 빼는 것이 힘든 나이다. 운동량을 늘리는 것도 불가능하다. 적당히 무리하지 않을 정도로 살살 수영을 하신다. 수영 후 커피와 곁들이는 각종 간식(빵, 고구마, 감자, 옥수수, 떡)도 몸무게 유지에 한몫할 거다.



 
 아무튼 수영은 다이어트에 확실한 효과를 주는 운동이다. 수영 덕분에 이번 여름은 다른 어떤 때보다 옷을 입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여름마다 최대한 몸을 가려주면서 날씬해 보이는 스타일의 옷을 찾아 사 입었었는데, 이번 여름은 만 원대의 티셔츠 3장 구매한 것이 전부다. 매일 트레이닝팬츠에 티셔츠 차림이었지만 뭘 입던 자신감이 있었다.
 


 수영전도사가 되어버린 나는 수영을 오래도록 하기 위해 주변인들에게 수영의 좋은 점을 계속 어필하는 중이다. 운동이란 게, 주변에서 다 같이 해야 지속할 맛이 나니까. 내가 좋아하는 수영을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도 다 했으면 좋겠다.




이렇게나 다이어트에도 좋은 수영을, 시작하실 생각 없으신가요?

작가의 이전글 시부모님을 맞이하는 며느리의 마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