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을 보내면서

그리고 벌써 2025년 9월, 올해도 네 달 남았다

by 알아차림

한살 한살 나이를 먹으면서 이벤트를 하나씩 겪고, 모르면 더 좋았을 것 같은 세상의 수수께끼를 하나씩 알아버리게 될 때마다 뭔가에 대해 깊게 생각해본다는 것이 꽤나 많은 힘을 써야 하는 일임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더욱 확실히 느낀다. 난 그게 특유의 순수함을 잃어버리게 할까봐 안타까운 마음이지만, 하지만 어찌보면 처세에 더 능숙해져가는 법, 내가 그토록 원하던 여유로운 삶을 영위하는 법을 배우고 있는 과정이겠거니 생각하려고 한다. 삶은 계속 흐르고 있으니 그 흐름에 맞게 나를 더 큰 그릇으로 옮겨 담으면서, 겉으론 아무렇지 않은 척하려고 부단히 노력해도 속으론 살갗을 찢으며 상처를 보듬으며 성장해 가고 있음은 믿어 의심치 않는다.

엄밀히 말하자면 살갗을 내가 찢었다기 보단 찢겼다는 게 맞겠다. 자주 찢겼다. 솔직히 그 과정에서 슬픔과 분노, 불안을 세게 겪었지만, 겪어야 할 일이라면 겪되 방향만 잘 설정하자고 다짐했다. 아무렇지 않은 척 애쓰려 했던 건 아는 척이나 자존심 보단 상대를 안심시키고 싶어하는 배려에 가깝기를 바랐고, 때로 살갗이 찢겨 고통스러워도 그 부위가 어디고 어떻게 왜 아픈지는 꼭 살펴보려고 했고, 혼자서 모르겠다 싶으면 부끄러워도 안전한 내 주변 사람들에게 내 상처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그렇기 때문에 새 살의 돋움은 주변인들과 기쁨을 함께하며 늘 감사하기를, 주변에 베풀기를 아까워하지 말고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을 잃지 않기를 바랐다. 상대에게서 어떻게 해서든 좋은 면을 끌어내 보려고 노력하는 본성 때문에 마음 고생을 많이 했지만서도.

아무튼 사람이 밉고, 남들과 비교가 되고, 타인의 시선이 의식되거나 그럴 땐 본질을 계속 보려고 했다. 본질에 가까운 나의 역할을 명확히 하고, 책임감 있는 역할 행동을 하기 위해 간단명료한 한 문장만 남기고 다른 건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그건 바로 “그냥 한다.” 내가 할 것을 그냥 한다. 내가 엄청 오래 산 건 아니지만, 삶과 감정의 기복을 잘 타는 내가 직접 느낀 건 좋은 때와 나쁜 때는 등가교환이 되니까 내가 힘든게 영원히 지속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좀 더 버텨보자 했던 것 같다. 대신에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자고만 했고, 내가 이건 고쳐야겠다 하면 작은 실험을 해본다고 생각하고 하나씩 조용히 시도해본 것들이 결국 내게 좋은 영향을 준 것 같기도 하다. 그러니 내게 진짜 불안감을 줬던 생각은 그거 하나였다. ‘나 일 년 뒤에도 여기서 이러고 있으면 어쩌지?’ 그치만... 아닐거다. 사람은 걱정하는 만큼 그 걱정에서 벗어나게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 올해였다. 걱정을 하면 걱정만 하는 채로 가만히 있을 내가 아니라 그럴수도 있다.

아영이랑 2024년의 마지막 금요일 밤을 보내면서 추린 내 올해의 빅뉴스 10가지는 아래와 같다. 다양한 일들이 있었지만 크게크게 내 삶에 영향력을 미친 뉴스들을 추려보니 굳이? 싶어서 탈락된 사건들도 있다. 최종적으로는 아래의 일들에 인덱스를 붙이고 기억에 오래 남기려고 여기에도 기록한다.


[나의 2024년 올해의 뉴스]

1. 운전을 시작한 것

2. 회사에서 그룹장을 맡은 것

3. 가장 오래 함께한 퇴사한 것

4. 부사수와 천천히 신뢰를 쌓고 호흡을 맞춰간 것

5. 배민 프로젝트를 수주하고 운영한 것

6. 생소주를 끊은 것

7. 가족들과 시간을 많이 보낸 것

8. MBTI가 4년만에 돌아온 것

9. 처음 해본 것이 많았던 것

10. 회사와 삶을 사이에서 관계를 정립한 것

철학적이고 복잡한 생각들을 어쩌다 보니 많이 하게 된 올해였는데, 지금 그냥 끄적여보자면 아래와 같은 생각들이 나에게 남은 것 같다.

1. 누군가를 너무 싫어하면 그사람과 닮아지는 것 같다.

2. 끌어당김의 법칙, 결국 나에게 맞는 것만 남는다. 떠나간다면 욕심부릴 필요 없지 않나 싶다. 맞지 않는 건 간다.

3. 감당할 수 있을 정도만 하고 살면 된다.

4. 일단 잘해준다. 그리고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그래도 답없다 싶으면 버린다.

5. 나는 힘들면 사람을 싫어한다. 사람이 싫으면 그 공간에서 분리하고 쉬고 오자.

6. 별로 안중요한 사람의 오해섞인 말은 웃고 무시하면 그만.. 돌이켜보면 속상했던 건 나한테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의 오해와 배신 때문이었다.

7. 뭐 어때, 난 그만큼 노력하는데..

8. 버럭하는 감정은 내가 무엇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알게 해주는 감정이라고 한다. 버럭이의 기능을 이런 쪽으로 잘풀어가면 좋겠다.

며칠 전에 엄마랑 안방 바닥에 같이 누워서 수다를 떠는데, 엄마가 개그욕심 있는게 웃겨서 “엄만 왜 이렇게 사람들을 웃기는 걸 좋아해?”라고 물어봤다. 그랬더니 엄마가 “내가 웃겨?” 라고 되묻길래 “응, 뭔가 엄마가 개그 욕심이 있다는 그 자체가 웃긴 것 같아” 라고 했더니 엄마가 그랬다. “나는~ 같이 웃는 거 좋아해. 같이 있으면 웃고 그러면 좋잖아~” 라고.

나는 내가 사랑하는 것들의 교집합이라는 생각을 한다. 한번씩 내가 싫어지고 스스로에게 실망할 땐, 내가 사랑하는 것들의 힘을 빌려 다시 일어나면 된다. 사랑이 많으면 무너지지 않기 위해 더 노력하게 되는 순기능이 작동한다. 그러니 2025년은 버킷리스트같은 목표는 없고, 그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더 많이 웃고, 돈 덜 쓰고, 마음이 좀 더 안정되고 그런 식으로 사랑과 설렘이 충만한 한 해가 되면 좋겠다. 그렇게 되기 위해 연못 위 백조처럼 수천만번의 발질을 할 각오로.. 올해를 슴슴하게.. 출발해본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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