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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필 Nov 15. 2022

떡잎부터 다르다

#12 으뜸 어린이의 등장




 공부는 노력보단 타고난 머리가 중요하단 사실을 모르는 이들은 없을 것이다.

 안타깝지만 현실은 그렇다.


 나도 10대 때는 타고나지 못한 머리로 인해 많은 절망과 슬픔을 느꼈다.

남들보다 죽어라 노력해도 노력만큼 머리가 따라오지 못했다.


 수업시간 내내 잠만 자도 벼락치기만으로 상위권을 차지하는 아이들을 보며 어린 마음엔 그 친구가 참 얄밉게만 느껴졌다. 


 물론 어른이 된 지금도 조금은 얄밉다.(ㅋㅋㅋ)










 학원에도 머리가 좋은 아이들과 평범한 아이들, 그리고 남보다 더딘 아이들로 나뉜다.


 어린 시절의 모습이 떠올라서인지 노력을 해도 늘지 않는 아이들을 보면 내가 더 속상한 마음이 든다. 반면에 머리 좋은 아이들은 자신이 머리가 좋다는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온갖 요령을 부리며 책을 읽는다. 워낙 좋은 머리를 갖고 있다 보니 책을 대충대충 읽어도 시험을 통과하는데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방식이 어렸을 때부터 학습돼서 그런 것인지 머리가 좋은 아이들 중 상당수는 요령을 부리거나 학습 분위기를 소란스럽게 만드는 편이다.


 안타깝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이런 소란에 휘말려 버린다. 머리가 좋은 아이들은 난장을 부릴 만큼 부리고는 자신의 것에 다시 집중하는데, 중간계층(?)에 있는 아이들은 이 난장에 휘말렸다가 집중력을 영영 잃어버리고 만다. 



 그러니까 예부터 부모님이 "친구들 논다고 같이 휘말리지 마라."라는 말을 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선생님을 떠나 알 거 다 아는 어른의 입장에선 참 이런 부류의 친구들이 얄밉다. 애들이다 보니 얄미운 게 부정적으로 얄미운 것은 아닌데, 당한 줄도 모르고 집중력을 잃은 중간 계층의 친구들을 보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제 할 일에 몰입하는 머리 좋은 아이들의 장난질이 얄미운 건 어쩔 수 없다.



 중학생의 경우라면 인간의 언어가 통하다 보니 아예 대놓고,


얘 논다고 너네 같이 놀면 망한다. 얘 머리 좋아서 이렇게 시끄럽게 만들고선 나중에 혼자만 시험 잘 본다. 그러니까 얘 떠드는 거에 휘둘리지 말고 너네 거 해라.



라고 말해도 상황은 도돌이표가 된다.




 머리가 좋은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성실하게 자신의 공부를 했다면 뛰어난 인재가 얼마나 더 많이 나왔을까.












 물론, 이런 패턴을 깨는 경우가 아주 가끔씩 찾아온다.

 

 '으뜸 어린이'가 처음 학원에 왔을 땐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유치원생이었다.

 체험 수업을 왔을 때부터 남다른 말솜씨와 총명함을 보였던 으뜸 어린이. 유치원생답지 않은 말투가 기억에 남았다.


 아무래도 내가 다니는 곳이 논술학원이다 보니, 대부분의 요청은 아이의 글쓰기 실력이나 띄어쓰기, 맞춤법들을 중점적으로 봐달라는 것이다. 으뜸 어린이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간혹 가다 미취학 아동이나 초등 1학년인데도, 자신은 학원에 오는 것이나 공부하는 게  좋다고 말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그런 경우에 정말로 공부하는 게 좋아 그렇게 말했다기보다는, 그렇게 말했을 때 부모님이나 어른들이 칭찬을 해줬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그런 말을 하는 게 태반이다.



 진심이 되고 싶어 말했지만 진심은 아니기에, 학원을 다니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아이는 태도가 흐트러지고 타고난 머리에 의지하거나 꾀를 부리게 된다.



 하지만 으뜸어린이는 학원에 오는 것을 진심으로 좋아했다. 

 학원에 와서 자신이 무언가를 배우거나 능력치, 레벨이 올라가는 것에 희열을 느끼는 아이였다. 으뜸 어린이도 아이는 아이인지라 그 나이대의 아기 같은 부분은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공부에 대한 욕심이 있는 편이고, 경쟁에서 누군가를 이기는 것을 좋아했다.



 2년 동안 학원에 근무하며 만난 유일한 근면 성실 천재형 똑똑이였다.

 앞으로도 이런 부류의 아이를 보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특별한 아이였다. 

 


 머리와 감이 좋은 아이는 많이 봤지만  '얘는 나중에 커서 일 좀 내겠다.'싶은 것은 으뜸 어린이가 유일했다.


 타고난 머리가 좋은데 공부 욕심도 있고, 근면 성실하며 예의도 바르고 어른스럽다.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는 없지만 그 어렵고 하기 싫은 공부를 진심으로 즐기고, 그렇게 레벨이 올라가는 자신을 보며 만족해하는 아이의 모습만 봐도 이 아이의 미래가 어느 정도는 그려졌다.


꿈도 남달랐던 1학년 시절 으뜸어린이.




 

 공부는 노력보단 타고난 머리가 중요하단 사실을 모르는 이들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제아무리 타고난 머리가 좋다고 하더라도 근면 성실함까지 겸비가 되지 않는다면 아이는 그냥 머리 좋은 아이로 남을 뿐. 무엇인가를 이뤄내기는 어려운 아이로 자랄 것이다.

 




 꿈이 검찰총장이나 과학자라던 으뜸 어린이.

 떡잎부터 다른 으뜸 어린이가 언젠가 뉴스에 나올 날만을 기다리며 오늘도 녀석 생각을 하고 있다.

















"선생님. 이것 봐요."

겨울을 맞아 모처럼 으뜸 어린이가 새 패딩을 입고 학원에 나타났다.


"그런데 이 털, 이렇게 분리도 돼요."


 으뜸 어린이는 패딩 모자에 붙은 털을 떼어내 내게 건넸다.


 "밖에 추우니까 선생님, 이거 목에 두르고 있어요."









쏘 스윗~


장차 크게 될 으뜸어린이.

앞으로의 미래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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