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지오노 <나무를 심은 사람>을 읽고
산책로 주변을 걷다 보면 꼭 누군가의 부산물을 보게 된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증가하다 보니 그에 비례해 똥의 숫자가 늘어났다.
세상에 남에게 민폐 끼치기 싫어하는 상식적인 인간만 존재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비상식과 상식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공존해 왔으니 비상식을 상식의 테두리 안으로 들이기 위해 인간은 ‘법’을 만들었다.
생각 없이 살던 인간들이 하던 대로 혼자서 그리 살면 다행인데, 꼭 ‘유행 따라’ 순진한 반려동물을 입양해 온다. 어디선가 보고 들은 게 있어 산책이란 걸 시키긴 하는 데 똥은 줍기 싫단다. 어차피 똥은 자연으로 돌아가 거름이 된다나. 그렇게 버림받은 유기 똥은 지나가는 남의 집 귀한 강아지 콧김만 맡다 어느 순간 사라져 버린다.
문득 버림받은 개똥의 최후가 궁금했다.
경험상 개똥은 자연스럽게 사라지지 않는다.
다행히 산책로 개똥에 대한 미스터리는 오래지 않아 풀렸다.
여느 때처럼 믕이와 개천을 걷고 있는데 눈에 들어오는 장면이 있었다.
흰머리가 성성한 여인이 허리를 숙여 무언가 줍고 있었다.
처음엔 옆에 있는 반려견의 개똥을 줍고 있다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그녀는 길을 걷다 보이는 개똥 모두를 줍고 있었다.
그녀의 반려견은 앞서거나 뒤처지거나 하는 것 없이 주인의 속도에 맞춰 묵묵히 그 옆을 지켰다.
<나무를 심는 사람>을 읽고 나는 다시 한번 그녀가 떠올랐다.
주인 없는 황무지에 나무를 심었던 남자처럼, 누군가 버리고 간 개똥을 줍고 다녔던 여인처럼
다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사람들에게 우리는 빚을 지며 살아가고 있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