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머싯 몸 <달과 6펜스>를 읽고
프랑스 화가 ‘폴 고갱’의 삶에서 영감을 받아 쓰인 소설 <달과 6펜스>
제목 ‘달과 6펜스’ 의미에 대한 해설은 많은 서평을 통해 언급되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생각은 더 첨언하지 않겠다.
한 가지, 이 책을 읽으며 끊임없이 떠올랐던 질문은 예술가의 도덕성이나 행위를 작품과 별개로 봐야 하냐는 것이다.
우리나라 문단계 대표 ‘친일반민족행위자’ 이광수.
혹자는 친일파란 이유로 그의 대표작<무정>의 문학적 가치가 폄훼당하고 있다는 점을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이 작품을 읽으며 다시 한번 개인사와 업적을 별개로 둬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 세상이 원만하게 돌아가기 위해서는 규칙이 존재한다. 우리가 그 규칙을 지키며 살아가는 이유는 우리가 주관이나 개성이 없는 바보 천치이기 때문이 아닌 ‘염치’를 알기 때문이다.
죽어가는 자신을 살려준 ‘더크 스트로브’로부터 자의든 타의든 그의 부인을 빼앗고, 그림 모델인 그녀의 그림을 완성하고부터는 열정이 사그라들어 종례엔 그녀를 자살로 몬 스트릭랜드.
그의 기준에선 그것이 윤리적으로 별문제 될 것이 없는 하찮은 일일지라도 대부분의 ‘상식적’인 사람들에게 그의 행동은 이해할 수 없는 짐승보다 못한 미개한 행동이다.
‘다수의 행동이 무조건 옳은 것이 아니다.’라는 것은 그의 비상식적 행동에 적용될 문구가 아니다.
사회는 결국 다수가 정한 약속을 지키며 문명을 이루었기 때문이다. 팬티만 입고 돌아다녔던 원시 사회의 벽화를 예술 작품으로 두고 싶은 게 아니라면 작품을 낳는 작가일수록 ‘염치’를 알고 살아야 한다.
마찬가지로 정치인의 능력과 사생활을 별개로 둬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문재인 대통령은 “부패하면 유능할 수 없다.”라는 명언을 남긴 바 있다. 자신의 사생활 하나 간수하지 못하는 사람이 투명하고 효율적인 업무를 할 수 있을까.
도덕성이 결여된 이의 결과물이 제아무리 대단하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작품과 작가를 별개로 두고 평가할 것이 아니라 두고두고 손가락질을 하며 그의 행동을 ‘육시(戮屍)’해야 한다.
그런 이유로 달의 의미가 무엇이든, 6펜스의 의미가 무엇이든.
스트릭랜드와 스트로브가 각각 의미하는 바가 무엇이든 나에게는 그것이 딱히 중요하지 않게 느껴졌다.
* <달과 6펜스>는 폴 고갱을 모티브로 만들어졌지만 실제 그의 삶과는 차이가 있다.
* 작품 중에 제일 구리다고 생각했던 게 폴 고갱 작품이라 그런건지 예술혼이란 말을 앞세워 타인을 무시할정도의 그림실력은 아닌 것 같다. 학부생 때도 도록을 보며 그의 작품을 이해해보려 했지만 지금 다시봐도 내 기준에선 정말 개구리다.
* 벨도 없는 스트로브, 진짜 등신이다.
* <케이크와 맥주>때도 느꼈지만 서머싯 몸의 문체는 나랑 안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