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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란 Jun 01. 2023

한 단어 이야기 3

눈은 둘, 코는 하나, 귀는 둘, 입은 하나인데 

손이 두 개에 손가락은 자그마치 열 개라는 건 어떤 의미일까 생각하게 돼. 

더 많은 가능성을 주었으니 더 움직이고 더 많은 일을 하라는 의미일까? 

열 개의 손가락이 각자 움직이지만 절묘하게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어내는 일. 

지금 돌아보니 그 삶의 철학을 손 너를 통해 배웠다고 생각해. 


초등학교 2학년 때 피아노에 앉아 손을 움직일 때 나는 새로운 세상을 보았어. 

종이 속의 콩나물 같은 음표들이 내 손가락의 움직임에 맞춰 음악을 만들어냈어.  


중고등학교 시절 교회에서 ‘드럼’이라는 악기를 처음 봤을 때 피아노와는 다른 손의 감각을 알 수 있었어. 

드럼 스틱을 너무 세게 잡으면 소리가 둔탁해지고. 너무 느슨하게 잡으면 연주에 힘이 없고.. 

손목스냅의 움직임이 중요하다는 것도 알 수 있었지. 

피아노가 손으로 연주하는 악기였다면 드럼은 손과 발의 조화가 중요하다는 것과 돋보이기 위해 손에 힘을 주면 다른 악기와의 조화가 깨질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지. 


대학교 생활, 취업 준비와 사회 초년생 때는 바쁘다는 핑계로 손으로 만드는 멜로디의 감동을 잊고 지냈지. 

그러다가 휴직기간에 만나게 된 우쿨렐레, 작고 귀여운 악기에서 만들어지는 경쾌함이 좋았어. 

4개뿐인 줄이지만 왼손과 오른손의 협동 작전으로 만들어내는 리듬이 살아있다는 느낌을 주었어. 

일주일에 한 번 육아와 직장에서의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수 있었지. 

그리고 지금 나는 손 네 덕분에 칼림바라는 새로운 세상을 만나고 있어. 

가끔 걱정, 근심. 불안이 밀려올 때면 연주를 시작해. 맑고 청량한 멜로디가 울려 퍼지면 내 안에 가득 찬 부정적인 마음이 사라짐을 느껴. 


손 네가 있어서 이 모든 게 가능했어. 너의 능력은 정말 대단해. 

너를 통해 난 또 다른 멜로디를 만나게 될 거야. 

그 멜로디를 듣는 사람들이 위로와 격려를 받는 다면 정말 행복할 거야. 

앞으로도 쭉 나와 함께해 주겠니? 


-손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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