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고기 뭇국 추억의 맛
체감기온 영하 20도를 넘어서 그런가. 버스 정류장에서 발을 동동거리다 소고기 뭇국에 밥 말아먹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평소에는 염분 많다고 국물음식은 꺼려하면서.
설렁탕처럼 진해서도 아니 되고, 육개장처럼 먹고 나면 입에 고추기름 루즈가 숭하게 남아서도 안된다.시래기랑 고사리랑 뭐 짜다리 넣어서도 안 되고 오로지 큼지막하게 썰어 넣은 무와 끓고 나서 넣은 아삭한 식감이 살아있는 콩나물, 그리고 대파와 마늘, 소고기양지 그거면 충분하다. 국물의 두께는 절묘해야 한다. 날카로와서도 안 되고, 무엇보다 두껍고 텁텁하면 안 된다. 국물에 밥을 말았을 때 전분기가 풀려나가지 않을 만큼 밥은 적당히 고슬고슬해야 한다. 너무 뜨겁지 않은 밥이 더 좋고. 그렇게 한 숟가락 푹 떠서 제비 새끼처럼 입이 째지도록, 너무 벌어진 입 때문에 눈에서 눈물 한 방울 또로록 흘러나올 만큼 입을 벌리고 먹어야 한다. 부추무침이나 겉절이를 소복하게 밥술에 얹어서 먹어도 좋고.
소고기뭇국은 잔칫날같이 온 동네 사람들이 둘러앉아 먹을 만큼 큰 곰솥에 끓여 나눠 먹어야 제맛이다. 이버지 월급날이라든가 오빠가 전교 1등이라도 한 날이면 엄마가 밥상 위에 올렸던 그 소고기 뭇국. 빠듯한 살림에 끊어온 소고기가 부족해 한우가 강을 건너듯 흐릿하게 육향이 남아도 괜찮다. 둥글밥상에 도란도란 앉아 후루룩 국물을 들이키기만 해도 좋았다. 하루 종일 애 시린 곳 없이 속을 따습게 코팅해주던. 몸의 추위보다 마음의 추위가 더 아린 사람들을 위해 따뜻한 국에 밥을 올리고 싶은 날이다. 쨍한 겨울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