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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 윤 Aug 23. 2023

카오스를 두려워말고 에로스를 긍정하라

사랑의 구덩이

사랑은 구덩이에 빠지는 것 같다. 빠지고 싶어 빠지는 게 아니고 그냥 부지불식간에. 그러므로 사랑에 어리석은 일은 내 구덩이가 깊냐 니 구덩이가 깊냐를 헤아리는 일. 나는 콩을 주는데 니는 좁쌀을 주냐 서운해하는 일. 실컷 사랑해 놓고 내가 찼냐 내가 까였냐 대차대조표를 그리며 차변과 대변을 따지는 일. 혹은 이 사랑이 언제 소멸될지 모른다는 불안 때문에 지금 여기의 사랑을 두려워하는 것. 변하지 않는 게 어디 있을꼬. 대양에 빠지는 것 같다가 시나브로 썰물이 져서 갯벌이 드러난다 해도 참방거리는 물가에서 발 담글까 말까 젖으면 추울까 애시릴까 좌고우면 하는 이보다 나은겨. 사랑의 불멸을 바란다면 플루토늄과 사귀든가. 플루토늄 239는 반감기가 24110년이더구먼. 낡아 힘 빠지기 전에 더욱 사랑할지니 카오스를 두려워 말고 에로스를 긍정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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