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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윈플레임 Mar 17. 2024

이토록 한가한 중딩이라니

중학교 생활이 시작되었다.

아침마다 교복을 입고 나서는 모습을 볼 때마다 언제 이 아이가 이렇게 컸나 마음속 깊이 감동한다. 나가기 전에 안아주고 양볼에 뽀뽀를 해주면 이제는 시크하게 인사를 하며 나간다.


하교시간은 4시 10분이지만 반 아이들과 학교에서 축구를 하다 학교가 문을 닫는 5시에 집으로 온다. 집에 오면 5시 반 정도. 이때부터는 자유시간이다. 학교 친구들은 대부분 핸드폰이 없고 게임을 거의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게임을 하지 않을 아이가 아니다. 집에 오자마자 컴퓨터로 게임을 시작한다.


하루 핸드폰 가능 시간은 1시간 30분.

컴퓨터는 7시에 끈다. 하지만 학교 숙제도 해야 하고 수시로 공지를 체크해야 할 일이 있어서 중학교 가면서 새로 산 컴퓨터에는 시간관리 프로그램은 설치하지 않았다. 물론 7시 컴퓨터 끄기를 지키지 않으면 바로 설치한다는 조건이다. 그리고 일주일에 하루는 컴퓨터가 쉬는 날로 정해서 매주 금요일은 컴퓨터를 켜지 않는다.


아이는 정한 대로 잘 지키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엄마다. 컴퓨터 앞에 있으면 그것대로 화가 나고 방에서 뒹굴면 뒹구는 대로 짜증이 난다. 그 마음의 근원이 무엇인가 가만히 들여다봤더니 불안감이다. 다른 아이들은 중학생이 되면 하교 후 학원을 간다. 거기서 수업을 다 듣고 10시에나 집에 온다. 그런데 우리 집 아이는 집에서 뒹굴고 있으니 저래도 되는가 싶은 불안감이 드는 거다. 가만히 앉아서 책이라도 보면 좋으련만 겨우 하루 20분 정도 읽는 것 같다. 나머지 시간은 내가 보기엔 허송세월이다.


"너 허송세월이 뭔지 아니?"

"그게 뭔 뜻이야?"

"음.. 하는 일 없이 시간을 보내고 낭비한다는 뜻이야. 네가 요즘 좀 그런 것 같아서 걱정이야."

"아~ 그래도 난 괜찮아!"


그래. 넌 참 좋겠다.


그래도 숙제는 과목마다 매일매일 나온다.

그거라도 열심히 하라고 했다. 그저께는 과학 과목 퀴즈시험이었다는데 잘했다 못했다 말이 없다. 오늘은 혼자 침대에 누워 영어단어를 외우고 있다. 단어를 슬쩍 보니 나도 잘 모르는 단어다. 고이 내버려 둔다. 성경 숙제는 너무 어려워서 같이 Chat GPT에게 물어봤다. 똑같은 질문인데 물어볼 때마다 답이 다르다. 에잇, 참고만 하고 둘이서 토론을 한 뒤 답을 적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 다시 장난감총을 들고 이불 위에서 유격훈련을 하고 있다.

너는 이토록 한가하구나.

엄마는 이 불안함을 어떻게 다스려야 하나.

괜히 애꿎게 책장정리만 며칠째다. 이 참에 집 정리나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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