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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윈플레임 May 28. 2024

중간고사란 이런 거구나.

이렇게 중딩의 시간은 흘러간다.

학교에 입학한 지 세 달째.

드디어 처음 중간고사란 것을 치게 되었다.

사이사이 퀴즈가 있고 과제를 했지만 제대로 된 시험 형식은 처음인 데다 초등학교 때도 시험기간이란 것이 없었으니 우선은 시험을 경험한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 학교의 수업 과목이나 형식이 아이에게는 새롭다 보니 시험 점수에 대한 기대 자체는 높지 않았다. 그저 학교에 잘 적응하고 있는지 확인해 보는 정도의 의미만 부여했다.

내 기준에는 우선 한국어로 수업을 하는 과목은 그럭저럭 점수가 나오지 않을까 예상했고 영어로 수업하는 과목들은 일단 이해는 하고 있는지 알고 싶었다.


"엄마, 시험공부는 어떻게 해야 해?"

"... 그거야.. 네가 좋아하는 유튜브에 물어보지 그래?"


해주고 싶은 말은 정말 너무도 많았지만 무슨 말이든 엄마가 하는 말과는 정반대로 행동하는 십 대 소년 앞에서는 그저 입을 꾹 닫는 수밖에.

과연 유튜브에는 각종 동영상이 있었다. 중간고사 이대로만 하면 성공한다, 이렇게 하면 반드시 망한다, 중간고사 씹어먹는 법 등.


동영상을 보는 아이 옆에서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슬쩍 보았다.

'시험 몇 주 전부터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에 따라 중요한 부분을 확인하고, 반복적으로 들여다보고.. 어쩌고 저쩌고...'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유튜브 형아가 열심히 떠들어준다.

그래도 형아가 하는 말은 엄마보다 덜 잔소리같이 들린다. 심지어 좀 재미있고 유튜브 형아가 멋져 보이기까지 한다. 아이는 뭔가 심오한 우주의 비밀이라도 알아낸 것처럼 고개를 끄덕이며 동영상을 본다.


그러나 원래 공부던 다이어트던 우리가 방법을 몰라서 못하는 건 아니다.

그저 알고 있는 것을 실천하는 것이 어려울 뿐.

아들은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침대와 한 몸이 되어 구를 뿐이다.


다른 집 아이들은 그저 책상에 잘도 앉아 숙제도 척척, 시험공부도 척척 한다는데.

우리 집 아들은 왜 저렇게 책만 펴면 자고 방에만 들여보내 놓으면 용수철같이 다시 튀어나와서 냉장고 문을 열어젖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도대체 쟤는 누굴 닮아서 저런 거야. 부모는 둘 다 저런 적이 없는데."


남편과 나는 진심으로 우리 둘 모두를 닮지 않았다며 공부하지 않는 아이를 신기해했다.

내가 보기에 남편은 노력파에 가까워서 숙제든 공부든 미리미리 하는 스타일이라 확실히 아이와는 다르다. 그럼 난가? 그래도 난 시험기간에는 뭐라도 좀 끄적대고 앉아있었던 거 같은데. 나를 닮았을 리 없다.


이렇게 저 아이가 우리 부부의 생물학적 아이가 맞는지 끊임없이 의심하는 동안 시간은 흘렀고, 아들은 여전히 침대 위에서 뒹굴었고, 시험 날짜는 다가왔다.


"시험 잘 봤니?"

"응, 보기는 잘했지. 점수는 모르겠어."

어쩜 저리 천진난만할꼬. 열심히 하지도 않고 좋은 점수를 바라는 날강도 같은 짓은 하지 않아야 하지만 그래도 내심 내가 안 볼 때 혼자서 공부를 좀 하지 않았을까 말도 안 되는 기대를 끝까지 버리지 못했다.


그래서 결과는?


학교에 적응은 잘하고 있는 듯하고 시험공부를 하는 법에 대해서는 유튜브 형아의 강의를 한 번 더 들어봐야 할 듯하다.

그리고 아들은 수포자 엄마를 꼭 닮은 것이 친자가 맞다는 것을 인증해 주었다.

고맙기도 하지.


이렇게 중일이의 학교생활은 어느덧 3개월을 마무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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