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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윈플레임 Jul 02. 2024

강남 고물상엔 벤츠가 온다.

고물상 출입이 지금까지 몇 년이나 되었을까.

적어도 4~5년은 된 것 같다.

처음 들어올 땐 못 올 곳에 온 것처럼 어색함에 쭈뼛거렸으나 이제는 가까운 친척집에 들르는 것처럼 자연스럽다.


처음에는 동네 아저씨가 대신 물건을 팔아주고 돈을 전해주었다. 그러다가 그게 좀 귀찮아졌는지 아저씨만 바라보고 있는 엄마와 나에게 이제 직접 가보라며 가격을 잘 쳐주는 곳이라고 한 곳을 알려주었다. 굳이 가야 하나 했지만 이미 고물을 팔아 돈을 버는 맛을 알아버린 엄마는 꼭 가고 싶어 했다.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매달 연금 받는데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해?"

"왜? 이게 어때서? 자원을 재활용하는 건데 뭐 어떠냐? 그리고 저기 맨날 리어카 끌고 다니는 저 할머니 보이지? 저 할머니가 강남에 아파트가 스무 채란다. 저런 사람도 열심히 일하는데 우리가 고물 몇 개 파는 게 뭐 대수라고."


강남 아파트 스무 채라는 말에 귀가 번뜩 뜨였다.

물론 엄마와 나처럼 그저 소일거리로 고물을 가져다 팔아서야 아파트 한 채도 못 사겠지만 왠지 스무 채라는 말 앞에서는 더 이상 의미 없다며 그만두라는 말을 차마 할 수가 없었다.


한 번, 두 번... 세 번.

방문 횟수가 늘어날수록 그곳에 오는 사람들과 일하는 사람들이 눈에 익었다.

저 사람은 전문 고물장수. 저 사람은 동네 주민. 저 아줌마는 어디서 저렇게 냄비만 가져왔을까. 저 아저씨는 인테리어 공사에서 나온 폐기물을 가져온 건가 보다...

그러다 문득 고물상으로 들어오는 차 한 대가 눈길을 끌었다.

저건 혹시? 벤츠??


엄마와 나도 물론 승용차에 물건을 실어 나르지만 우리는 엄연히 평범한 국산차이고 그런 차는 이곳에서 본다 한들 그다지 대수롭지 않다. 그래도 벤츠는 좀 다르지 않나?

눈길을 끌던 벤츠에서 내린 사람은 나이가 30대쯤으로 보이는 여자다.

책과 A4용지를 야무지게 싸서 가지고 왔다. 컴퓨터 모니터도 한 대 가지고 왔다.

아무리 봐도 이런 곳에서 만날 수 있는 사람 같지 않은데 하는 행동을 보니 처음 온 사람은 아닌 것 같다.


그래, 강남 부자들은 고물상도 잘 다니는구나.

이렇게 다들 열심히 출입하는 곳인데 그저 평범한 내가 뭐라고 고물상 가는 걸 귀찮아했을까.

이제 그만 투덜거리고 엄마가 가자고 하면 잽싸게 따라나서야겠다.


그리고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을 몇 년간의 고물상 방문기를 써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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